한 기업주최 행사에서 임직원 가족들이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노동부가 지난해 노사 양보교섭·협력선언과 1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교섭 타결현황을 분석한 결과, 산업현장에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양보교섭과 협력선언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협약임금 인상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양보교섭·노사협력선언은 총6394건으로 전년동기(2689건)에 비해 2.4배 증가했다. 노사가 자발적으로 고용유지, 임금동결·반납, 무파업 등을 약속한 양보교섭이 3722건으로 전년에 비해 32배 이상 급증했다.

노동부 전운배 노사협력정책국장은 “지난해 노사의 협력과 나눔을 통해 양보교섭과 일자리 나누기가 크게 증가했고, 경기가 회복되는데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올해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임금인상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져 노사간 갈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 국장은 그러나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일자리창출까지 연계할 수 있는 생산적 교섭 지원을 강화해 노사관계 안정화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노사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국면을 맞고 있다. 13년간 끌어 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 노사관계의 새 지평을 열게 됐다.

복수노조를 허용 하고,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 지급을 금지한다는 안을 골자로 한 개정안은 선진화된 노사 문화를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다.

하지만 기업별 이해득실이 다른 데다 개정안이 정치권을 거치면서 기형적인 모습으로 변해 노사 갈등을 야기할 소지를 남겼고, 새해 노사관계도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 15년만에 무분규
한국의 노사 문화는 조금씩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단 한 차례의 파업 없이 임금 교섭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무려 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현대차의 변화는 국가 전체로 봐도 호재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설립 이래 거의 매년 파업했고 파업으로 인해 112만대의 생산차질과 11조6682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회사는 집계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소모적 협상에서 탈피하고 노사 상생의 길로 한발을 내디딤에 따라 자동차업계 전반에 노사 신뢰와 협력이라는 새로운 바람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지난 1994년 이영복 노조위원장 시절 유일하게 한 해 동안 한차례의 파업도 하지 않았다.

당시 임단협 과정에서는 파업 찬반투표까지 갔었다.
이후 1997년에는 노동법 개정반대 정치파업만 벌였고 임단협 중에는 파업은 하지 않았다.

꼭 10년 뒤인 2007년 다시 임단협을 무파업으로 마무리했다. 이처럼 1987년 현대차 노조 설립 이후 3차례의 임단협에서 무파업의 기록을 남겼을 뿐이다.

결국 1994년 이후 15년 만인 지난해 또다시 무파업을 달성한 것이다. 노조가 과거 무분별한 분규를 지양하고 조합원 권익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는데서 올해 임단협 무파업은 또 다른 의미로 부각되고 있다.

자동차업체간 치열한 시장 경쟁, 환율하락, 내수시장 침체 가능성 등 난제들이 첩첩이 쌓여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생산성 배가 노력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수아동 및 정서장애아들이 생활하고 있는 울산시 울주군 수연복지재단에서 현대모비스 울산공장 직원들과 노조 집행부 임원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전환배치 합의 이뤄
현대모비스가 완벽한 부품의 조합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모듈부품을 만들듯이 노사 간 조화로운 합의를 통해 현장인력의 전환배치에 합의해 바람직한 노사관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

작년 세계 부품업체 18위(일본의 Fourin 통계 기준)에 올라 글로벌 부품업체로 거듭나고 있는 현대모비스가 최근 노사 간에 원활한 합의를 통해 창원공장 현장인원 68명을 국내외 타 사업장으로 전환배치하기로 했다.

창원공장은 제동장치인 CBS(Conve-ntional Brake System)와 파워스티어링 펌프 등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라인의 자동화 등을 통한 생산혁신을 꾸준하게 진행함으로써 현장에서 잉여인력이 발생해 왔다.

반면 다른 국내외 사업장은 라인증설과 품질확보를 위한 전문 인력 부족현상이 발생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사 간에 논의를 거쳐 합의에 이르게 됐다. 이는 현대모비스가 진행해온 현장인력 재배치 규모로는 최대다.

이로써 회사는 생산성 증대와 함께 인력을 적재적소에 재배치할 수 있게 되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근로자는 고용보장과 함께 새로운 근무지 및 업무에 적응하면서 자기발전을 위한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번에 배치되는 현장 직원들은 전국에 산재한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부품 사업장은 물론, 미국, 중국 등지의 해외사업장에도 배치되어 자재관리·품질관리·생산관리·설비보전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이를 위해 사측은 지난해 7월부터 창원 소재의 모 대학에 위탁해서 관련 직무교육과 소양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 교육에 참가자들은 열의를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회사 측은 물론 교육기관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도 협력 나서
“고유가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조종사들도 노사 상생에 나서겠습니다.”
대한항공 조종사도 노사 상생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임금을 동결키로 결정한 것은 유가 급등으로 인해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노사가 한 마음으로 힘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지난 1999년 설립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자발적으로 임금 동결을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종사 노조는 당초 총액기준 3.3%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급격한 유류비 증가로 경영환경이 어려워지자 최근 아무 조건 없이 임금 인상안을 철회했다.

대한항공은 조종사 노조의 임금 동결 선언에 따라 고유가로 어려워진 경영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됐다.

몰론, 노사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조종사 노조에 앞서 일반직 직원들로 구성된 일반 노동조합은 지난 2005년과 2007년에 임금협상을 회사측에 위임한 바 있다.

동부제철, 家社不二로 노사한마음
동부제철의 ‘가사불이(家社不二) 노사문화는 지난해 노사문화대상을 수상할 만큼 동부제철의 꽃이자 경쟁력이다.

동부제철의 가족형 복지제도는 임직원 모두의 자랑. 아산만 공장 임직원의 98%는 회사 안에 있는 사택에 거주하고 있다. 신입사원에게는 독신자 아파트와 식사가 무료로 제공되고 결혼하면 사원아파트가 배정된다.

임직원 모두의 자녀에게는 대학 때까지 학자금을 제공하고 은퇴하면 재고용 하거나 재취업을 지원해 준다. 이와 같은 가족적인 회사 분위기는 생산성 향상과 고용 증가라는 윈-윈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지난 연말에는 임직원 가족들이 참가한 가운데 ‘가사불이 한마음 송년의 밤’을 개최해 참석한 임직원과 가족들에게 뜻있고 즐거운 시간을 마련했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소형차의 생산 및 판매 확대를 위해 공장간 생산물량 조정에 전격 합의를 하고있다.


대한제강, 20년간 무파업 교섭
올해로 창립 55주년을 맞은 대한제강은 노조 설립 후 20년간 무파업 교섭을 이어가고 있는 모범 노사협력 기업이다. 지난해에는 ‘임금 저하 없는 4조 2교대제 전환’ 체제를 구축했다.

경영성과에 연동하는 성과급 지급 기준 도입,생산성 향상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 실시 등 성과주의 보상제도도 도입했다. 장기근속자에 대한 부부동반 해외여행도 실시키로 했다.

올해 노사관계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 지난해 불어 닥친 글로벌 경기침체가 서로간의 신뢰를 더욱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노사는 위기 극복에 동참하기로 합의하고 노조창립 최초로 임단협 무교섭 타결 및 임금 동결을 선언했다.

또 회사는 고용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투명경영을 통한 경영성과 창출 및 성과의 공정한 분배를 약속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으로 노사는 지난 8월 ‘가치창조적 노경관계’를 선포하고, 임금 인상 기준에 대한 가이드와 우수 사원 차등 보상제도를 도입했다.

‘자랑스러운 가장 만들기’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노사화합 선언을 계기로 대한제강은 노동부의 노사상생 양보교섭 실천기업 인증을 받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대한통운, 5회 연속 우수문화기업
대한통운은 노동부로부터 ‘노사문화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대한통운은 노사관계와 노사문화실천, 노사상생 등에서 우수함을 인정받아 노사문화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 1996년 첫 회 선정 이래 현재까지 5회 연속으로 노사문화우수기업으로 선정됨으로서 상생의 노사관계를 실천하고 있는 모범적인 기업임을 인정받았다.

특히 5회 연속으로 선정된 경우는 지난 1996년 제도시행 이후 대한통운이 처음이다. 대한통운은 1930년 창사 이래 79년 간, 1961년 노조설립 이래 48년 간 무쟁의 무분규 사업장이라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조윤성 기자 coo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