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브랜드의 유럽철수로 한국GM에도 위기가 불가피해졌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유럽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단계적으로 철수키로 함에 따라 한국GM의 실적에 직격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GM의 쉐보레 차종들은 유럽 수출 차량의 90%를 부평공장에서 생산해 수출돼 왔다. 작년 기준으로 한국GM의 전체 생산물량은 약 80만대(완성차 기준)로 이 가운데 18만대 가량이 유럽지역으로 수출됐다. 한국GM 전체 생산량의 약 20% 정도 되는 물량이다. 다른 지역수출을 늘린다고 해도 줄어드는 국내 생산 물량 감소는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GM은 5일(현지시간)유럽 지역의 브랜드 전략을 재정비해 2016년부터 유럽의 대중차 시장에서 평판이 좋은 ‘오펠’과 ‘복스홀’ 브랜드 중심으로 사업을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프리미엄 브랜드인 캐딜락도 유럽에서 유통망을 강화하고 신제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반면 유럽에서 난항을 겪는 쉐보레는 2015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철수하기로 했다.

GM은 지난 2005년 유럽에 쉐보레 브랜드를 내놓고 오펠·복스홀과 함께 판매해 왔다. 지난해 쉐보레 유럽지역 판매량은 18만9000대, 현지 점유율은 약 1% 전후다. GM은 장사가 잘 안되는 쉐보레 대신 오펠·복스홀 등 기존 유럽 판매 브랜드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GM이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기로 하면서 당장 한국GM은 일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부분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한국GM은 이르면 이달 중 생산 부문의 희망퇴직을 접수할 계획이다. 한국GM은 이미 이런 본사 방침을 노조에 전달하고 앞으로 사업 전략과 일감 확보 방안 등에 대해 협의를 시작했다.

한국GM 관계자는 “쉐보레는 2005년 유럽 출시 이래 매년 누적 적자가 쌓여왔기 때문에 결단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물량 감소는 불가피하겠지만, 노조와 상의해서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철수보다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의 철수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GM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주간 연속 2교대 등 물리적인 생산량 감소 요인이 있는 만큼 이를 통해 노조와의 갈등을 최소화한다는 게 회사 측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또 “중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을 높이는 게 한국GM의 발전에 유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은 이번 결정을 2대주주인 산업은행에 미리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지오 호샤(Sergio Rocha) 한국GM 사장은 “우리는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한국에서 더욱 더 경쟁력 있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임직원, 고객, 주주 등 모두의 가장 바람직한 이익을 위해서 장기적인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향해 우리 스스로의 입지를 구축할 것이며, 계속해서 GM 글로벌 비즈니스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업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