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경기실사 지수 최고치 체감경기 회복세
상반기 회복속도 조정 불구 내수 수출 상승 예상

각 기관들이 일제히 쏟아낸 경기지표가 ‘봄 내음’을 물씬 풍기는 것은 최근 기업 실적이 나아지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외적으로 불안요인이 상존하지만 세계경제가 위기에서는 빠져나왔고 올해 수출과 내수회복이 어느 정도 이어지리라는 예상 때문이다.

지난해 정체를 보였던 경제성장률이 올해 4%대 중후반으로 뛰어오르리라는 전망도 체감경기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발표된 전경련과 대한상의, 한국은행의 경기실사지수(BSI)가 일제히 7~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뛰어오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대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 회복세가 더 빠르지만 신설법인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등 중소기업에도 온기가 퍼지고 있다.

한은의 3월 BSI나 대한상의의 2분기 BSI전망치도 높게 나와 향후 회복 기대감도 모처럼만에 커졌다.

대기업 위주의 뚜렷한 실적회복이 체감경기 지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대기업 위주로 600개 기업만을 조사하는 전경련의 3월 BSI 전망치가 116.2으로 높게 나타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조사대상 폭이 2774개로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이 많이 포함된 한은 조사결과에서는 2월 업황 BSI가 94로 나타났다.

실적개선 효과ㆍ기대 BSI에 반영
한은 BSI는 여전히 100이하로 체감경기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지만 7년 만에 최고치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경제 불안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감경기지표가 긍정적이라는 것은 우리 기업들이 실적이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고 OECD 국가 중에서도 눈에 띄게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등 우리경제가 안정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표 산업인 전자업종의 전체 매출은 10% 이상 늘었다.

특히 삼성의 매출은 20% 증가해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차, 포스코 등 자동차·철강 제조업도 높은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해 1분기 장미빛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49개 3월 결산법인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증가율도 금융업을 중심으로 늘어나 전년동기대비 34.3%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영업환경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상반기 회복속도의 조정은 겪겠지만 올해 내수나 수출은 모두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출 증가, 내수 회복에 따라 지난해보다는 고용시장도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ㆍ고유가ㆍ환율 등 3高는 불안요인
하지만 불안요인도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남유럽 경제위기의 확산, 고유가, 원화가치 하락 등은 수출주도형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울 가능성이 있다.

무게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유럽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2008년 18%였던 우리나라의 대(對) 유럽 수출비중은 14%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불안정했던 환율은 최근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올해 환율 하락이 예상되는 점은 수출에 부정적 요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원·달러 환율을 1100원으로 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고용문제와 금리상승, 가계부채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한은은 최근 지난해 정부주도의 희망근로프로젝트가 일부 종료되면서 취업자 수 증가폭이 전분기 12만1000명에서 1만5000명이나 줄었다는 통계를 내놨다.

한은의 인력사정 BSI도 89로 전월보다 4포인트 하락해 사정이 악화됐다. 가계부채는 734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재정건전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원 경제조사실장은 "고용개선은 단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든 것은 분명하지만 성장세 지속 불확실성이 커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경제신문 김민진 기자 (asiakm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