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윤송이(30) A생명 마케팅기획팀 대리는 지난 2004년 결혼했지만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다. 아이를 낳으면 힘들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의 권유로 결혼 3년 만에 아이를 가졌다.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자 그녀는 은근히 걱정이 들었다.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6개월을 쓰려니 회사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휴가 복귀 후 겪게 될 마음 고생 이었다.

경력이 단절될 뿐만 아니라 업무에 다시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엄습했다. 일단 아이를 낳은 후 회사에 얘기를 했다.

회사 측은 “근무 시간을 줄여 주겠다”며 전혀 뜻밖의 제안을 해 왔다. A생명은 지난 2008년부터 3세 미만 영유아를 키우고 있는 사원이 1년 동안 주당 15~30시간만 일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사례2 강현진(35) L기업 해외영업사업 과장은 3살 짜리 딸이 있다. 아내가 집에서 딸을 키우고 있지만 매일 야근에 늦게 퇴근하는 아빠는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어서 괜히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그렇다고 주말에 놀아주는 것도 쉽지가 않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주말에는 침대에서 나오지 못하는 자신이 이제 밉기까지 하다.

딸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둔 아내를 볼 면목도 없다. 돈 벌어온다는 이유로 신경을 써주지 못하는 집안일이 한두 건이 아니다.

무엇보다 주중에 하루라도 마음 편히 딸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런 강 과장이 둘째주 금요일만 되면 싱글 벙글이다.

회사에서 패밀리 데이를 운영하게 된 후 부터다. 이날에는 회사에서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라는 차원에서 오후 5시 조기퇴근을 유도하고 있다. 사내에 현수막도 붙이고 퇴근을 종용하는 문자까지 발송한다.

2008년 동부증권 신입사원 입사식


주요 기업들 사이에 출산과 보육을 돕는 가족친화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출산과 보육을 돕는 것이 자사 직원은 물론 기업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고 궁극적으로 회사 가치로 올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직원 만족도가 높아지면 결국 생산성이 향상되고 대고객 서비스의 질 제고로 이어진다. 국가적으로도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와 정부에서도 적극 권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기업들도 분주한 발 걸음을 옮기고 있다.

기본적인 탄력적 근무제도부터 임종체험, 템플스테이, 시네마데이, 치어업데이, 미혼남녀 만남주선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직원들 사기를 끌어 올리고 있다.

국민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국민은행은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1주일에 20시간 근무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지난 2009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급여는 정상근무 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며 평가는 전일제 근무직원과 다르지만 복지후생·성과급·자기계발 등은 전일제 직원과 동일하다.

또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 년수에 포함했다. 이로써 급여나 퇴직금 산정시 경력기간으로 인정받아 육아로 인한 금전적 손실을 줄여 주는 것이다.

여기에 육아 휴직직원의 개인부담 건강보험료를 회사에서 대납해주는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출산을 돕는 지원제도에도 적극적이다. 일단 배우자가 출산을 한 경우 남성직원에게 출산일로부터 3일간 휴가를 준다. 금전적 지원도 마련하고 있다.

한 자녀 출산시 80만원인 축의금을 쌍둥이나 3자녀 출산시 150만원으로 올려 지급하는 것이다. 불임 휴직제도라는 독특한 복지제도도 있다.

휴직직원에 대해 연간 500만원 한도내에서 불임시술 의료비를 지원해 주며 배려하고 있다. 근무제도로는 반일 휴가제, 배우자 국외근무 휴직제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자녀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주기 위한 의도가 읽혀진다.

실제로 템플스테이(사찰), 팜스테이(농장) 등 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채워져 있다.

매년 정례적으로 갖고 있는 외가집 체험도 자녀가 있는 직원들의 호응이 좋다. 미혼 남녀를 위해서는 만남(미팅)을 주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커플매칭 행사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금융권, 자기계발 지원에도 적극적
가족친화와 달리 자기계발을 원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 일단 금융업종 직원들이 갖춰야 할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주말강좌나 주중 특강을 운영하고 있다.

파생투자상담사나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도 이런 맥락에서 시행하고 있는 강좌. 어학을 원하는 직원들에게는 영어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 영어인텐시브 과정이 가장 큰 참여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 과정은 10일 정도 단위로 진행되는 단기 교육프로그램이다. 예컨데 구정이나 추석 연휴 중인 휴가를 추가해 얻을 수 있는 최대 9일 가량의 휴가기간에 속성으로 영어를 마스터하는 개념이다.

이외에도 시네마데이, 행복찾기 프로그램, 아이사랑 프로그램, 헬스비 지원 및 금연펀드 운용도 직원들 복지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9년에 견줘 올해 프로그램 수를 대폭 늘렸다. 기존에 운영하던 프로그램 가운데서 호응이 좋고 효과가 탁원한 프로그램은 유지하면서 직원들 요구가 많은 프로그램은 더 세분화하며 배려했다.

특히 여가코칭 프로그램은 올해 우리은행이 야심차게 준비한 자기계발 프로그램이다. 디지털카메라, 와인, 커피 등 최근 관심이 높은 재료들을 프로그램 소재로 올렸다.

입문부터 전문적 숙성기술까지 실속 있게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스트레스가 많은 직원들에게 행복플러스 프로그램이 첫 선을 보인다. 갈등과 스트레스 관리, 결혼 예비교실, 해피 대디(Daddy) 스쿨 등이 실시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근무의욕을 높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매주 수요일 약속, 야근, 회식 없이 조기 퇴근하는 후레쉬(FRESH·Family Rest Enjoy Shinhan) 데이를 도입했다.

직원자녀 캠프, 신한가족 소리나눔 행사, 부자(父子)캠프 등도 신한은행이 자랑하는 가족만족 행사들이다. 대한민국 훌륭한 일터상(GWP) 5년 연속 금융부문 대상 수상도 이런 노력이 평가를 받은 것으로 회사측은 분석하고 있다.

이외에도 분기별 테마형식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추임새 문화운동 및 7ST 마음의 대화 프로그램, 힘내자! 으랏차차~ 웃음으로 운동, 시공초월 대화방, 아름다운 신한인 선정 및 격려행사 등도 직원 사기진작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가족친화와는 별개지만 생애설계 프로그램은 신한은행만의 독특한 직원 지원제도다. 45세 이상의 정규직원을 대상으로 은퇴 이후의 노후 준비를 위한 ‘생애설계 컨설팅’과 40세 이상의 직원들의 진로고민 상담제도인 ‘전직지원 컨설팅’ 등이 바로 그것이다.

재직자들의 경력진단과 창업, 재취업, 자격취득 등 성공적인 제2 인생 준비를 위한 교육훈련과 전문가 컨설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퇴직 직원들은 ‘해피-바이(Happy-bye)’시스템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퇴직직원 인터넷 동호회인 ‘신한프렌드’(www.shinhanfriend.com)에는 지난 2008년 말 현재 총회원 2274명이 가입해 각종 경조사와 동정을 공유하고 있다.

퇴직직원을 대상으로 시간제로 근무할 수 있도록 소개하는 ‘론스탭’ 프로그램을 운영해 퇴직 직원에게 재취업의 기회를 주고 있다.

직원들 건강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금연 및 다이어트 캠페인, ‘얼쑤 추임새 스트레칭’을 통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조성하고 금융권 최초(2008년 10월)로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외부전문 상담기관에서 주말이나 저녁시간에도 상담이 가능하도록 한 것도 남다른 배려다. 지난 2006년 9월부터 외부에서도 접속이 가능한 상담 사이트 ‘직원상담센터’ 운영한 결과, 2008년까지 총 6442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유업, CEO가 진두지휘
매일유업은 김정완 대표(CEO)가 주도적으로 가족친화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가족친화도 경영진의 마인드가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본다면 가장 모범적이고 선도적인 가족친화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런 노력이 업계에 알려지면서 매일유업은 지난 2009년 11월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식품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가족친화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먼저 고객을 대상으로 하던 외부 강좌도 내부 직원을 위한 사내교육으로 확대시켰다. 이를 위해 육아강좌 앱솔루트맘스쿨과 직원 자녀 대상 스키캠프 등 가족친화경영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지난 2009년 12월 중순에는 직원과 가족 100여명이 참여해 앱솔루트맘스쿨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육아강사인 변영신 교수가 강사로 나서 ‘놀이를 통한 부모와의 애착형성’ 주제의 강의를 진행했다.

또 매일유업은 겨울철을 맞아 직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무료 스키캠프를 갖고 엘리시안 강촌 리 조트 스키장과 연계해 직원 스키장 할인도 실시하고 있다.

회사측은 “직원들이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도록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며 “스키캠프는 초등학생과 중·고생까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매월 셋째주 수요일에는 전 임직원 퇴근 시간을 오후 5시30분으로 맞췄다. 이날은 복지부가 정한 패밀리 데이.

CEO가 모든 임직원들의 퇴근을 확인하기 위해 사무실을 일일이 방문하기도 한다. 이밖에 매일유업은 임직원들의 안정된 가정생활 지원차원에서 비연고지 발령자로 주거지원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생활안정자금 대출이자 지원제도를 운영 중이다.

육아강좌 엡솔루트맘 스쿨


동부, 임직원 가족은 ‘王’
동부그룹은 직원 가족들을 극진히 대접하고 있다. 가족들이 부모나 자녀들의 일터를 이해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를 위해 휴가철을 이용한 임직원 여름 캠프, 관계사별 부모 초청 행사, 자녀 대상 행사 등 건전한 여가와 가족의 화합을 위한 행사 위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역사회의 소외 받는 이웃들과 미래의 주역인 꿈나무 어린이들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꾸준한 활동을 펼쳐 넓은 의미의 ‘가족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동부가족 여름캠프’는 동부가 자랑하는 가족친화 프로그램이다. 매년 영어캠프, 과학캠프 등 주제를 달리해 다양한 체험활동 중심으로 흥미롭고 활동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교육 내용 중에는 참가학생의 부모인 임직원을 초청해 ‘우리자녀를 위한 영어교육 방법’ 등 다채로운 주제를 갖고 전문교수 초빙 특강을 실시하고 있다.

자녀들의 호응도 상당히 좋다. 매년 참석인원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이를 증명해주고 있는 셈이다.

또 대학생 자녀가 캠프 교사로 활동하는 등 가족의 참여를 높여 사내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계 휴가철마다 곤지암 소재 동부인재개발원에서 실시되는 이 캠프는 자녀들이 부모의 일터를 이해하고 자부심을 고취하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어 동부 직원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지난 2008년의 경우 임직원 자녀 600여 명이 참석, ‘창의력’을 테마로 2박 3일간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동부 그룹 계열도 가족친화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먼저 동부화재는 승진한 가족들을 모아두고 파티를 열었다.

지난 2009년 7월 승진한 신임과장과 가족 등 120명을 초청해 승진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축하연 개최한 것이다.

호텔에서 열린 승진 축하연에서 승진과장들은 가족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로 영상편지를 만들어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했다.

축하연에 함께한 자녀들은 전문 미술 강사와 함께 근처 덕수궁 미술관에서 페르단도 보테르전 관람, 미술 체험 등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동부증권과 동부익스프레스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신입사원 입사식’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부모님을 초청한 가운데 진행하는 입사식에서 신입사원들은 감사편지 낭독 및 카네이션 부착, 케익 커팅 등을 통해 부모님께 그 동안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한다.

특히 ‘명함 전달의 시간’을 통해 사회 첫발을 디디는 초년생으로 부모님께 제일 먼저 자신의 명함을 드리는 뜻 깊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매일유업 임직원 자녀 스키캠프


중소기업도 가족친화 경영
가족친화 경영은 중소기업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실제로 경제적인 지원은 물론 자기계발과 자녀교육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태양산업 공장에는 아침부터 자녀들의 손을 잡고 출근하는 직원들이 눈에 띈다. 공장내 어린이집에 자녀를 바래다 주기 위한 것이다.

5년전 공장 안에 개원한 이 어린이집은 건물면적 860m²에 요리실습실, 컴퓨터실, 자료실 등 시설이 들어섰다. 아동 100명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어 아이를 둔 직원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가족친화기업인증’에 중소기업 6개업체가 A등급 이상의 인증을 받았다.

이번에 인증을 받은 중소기업들은 수당 등 기본적인 사항부터 직원의 자녀교육, 자기계발교육 등 지원제도를 쏟아내고 있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경남스틸은 직원을 위한 경제적 지원이 돋보인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사원 자녀의 학자금 전액 지원, 임직원 가족의 의료비 전액 지원, 무주택 사원 주택자금 대출 지원 등 일반 기업들조차 함부로 못하는 경제적 지원을 한다. 직원의 취미생활 지원 명목으로 1인당 연간 100만원씩 지급하기도 한다.

김성배 기자 sb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