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미국 FRB(연방준비은행)의 정체는?

발문
미국 정부는 달러를 발행하고 통제할 권한이 없다. 달러를 찍어내는 건 연방준비은행(FRB)인데 이 FRB는 시티그룹과 JP모건, 체이스 은행 등이 대주주인 민간은행이다. 미국 정부는 돈이 필요하면 FRB에 국민 세금을 담보로 잡혀 대출을 받는다.

《달러:사악한 화페의 탄생과 금융 몰락의 진실》
- 엘렌 H. 브라운 지음 - 이재황 옮김
- 이른아침 펴냄 - 2만5000원

“이미 제3차 세계대전은 우리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 전쟁은 제3세계의 빚을 둘러싼 전쟁이다. 주요 무기로는 총이 아니라 이자가 있다. 원자탄보다 치명적이고 레이저 광선보다 더 파괴적인 무기다.”(룰라 브라질 대통령)
D의 공포가 시작됐다. 디프레션의 공포가 아니라 달러의 공포다. 세계인의 통화, 즉 기축통화인 ‘달러’가 흔들리면서 세계경제는 처방전 없는 중환자처럼 마냥 곪아터지고 있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우리나라도 연일 치솟는 환율을 감당하지 못해 기업들이 파산위기에 놓여 있고 곳곳에서 감원 태풍이 불고 있다. 또 출근하자마자 인터넷으로 그날의 환율을 확인하지 않고는 업무를 시작하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고 있는 현상이 이런 현실을 대변한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다시 찾아온 이 달러의 공포 앞에서 다양한 원인 분석과 해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달러를 기축통화로 삼고 있는 현대 국제 금융시스템의 치명적 결함을 바로잡아줄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새 책 《달러:사악한 화폐의 탄생과 금융 몰락의 진실》은 10년 만에 다시 찾아온 ‘달러의 공포’가 어떤 과정을 통해 전 세계를 뒤덮게 됐는지 보여주면서 거대한 빚의 거미줄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바로 달러의 태생적 사악함이다. 달러는 지금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제1의 변수다. 구 소련권의 몰락으로 국제정치에서 미국의 독주가 공고해졌고 미국의 통화이자 냉전 시대 비 소련권의 기축통화였던 달러가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의 기축통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금융위기가 월스트리트의 극소수 거대 은행가들의 농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정부는 달러를 발행하고 통제할 권한이 없다. 달러를 찍어내는 건 연방준비은행(FRB)인데 이 FRB는 씨티그룹과 JP모간, 체이스은행 등이 대주주인 민간은행이다.
미국 정부는 돈이 필요하면 FRB에 국민 세금을 담보로 잡혀 대출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 대출을 위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이 낼 세금까지 담보로 제공한다.
또 이들 은행들은 비슷한 방식의 대출을 일반 국민에게도 남발하고 정부와 국민들이 하나같이 거대한 은행가들이 내준 달러의 부채 거품 위에 올라앉게 되었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주장이다.
근거 없는 달러의 발행과 부채를 기반으로 하는 현대의 금융시스템이 거품의 배경이자 근본 원인이며 미국과 전 세계가 함께 걸려든 꼴이라고 책은 말한다.
그럼 미국 정부는 직접 달러를 찍어내도 될 것을 왜 굳이 FRB라는 민간법인에게 국채 이자를 주면서 돈을 빌려 쓰고 있을까. 또 그렇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달러의 지배권을 숨어 있는 극소수의 자본가들에게 넘겨주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저자는 미국의 독립 이래 달러 발행권을 정부로부터 찬탈해 미국을 경제적으로 지배하려 했던 영·미 자본가들의 집요한 음모를 소개한다.
이와 함께 책은 달러와 금융의 기만에 목숨을 걸고 도전한 사람들도 다룬다. 하지만 달러와 현대 금융 패거리들은 대부분의 전투에서 승리했고 이에 맞서 싸웠던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앤드류 잭슨, 존 F. 케네디 같은 개혁적인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흉탄을 맞고 쓰러졌다.
저자는 이처럼 “월가 은행가들이 부채를 확실하게 회수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등 채권회수 전담 깡패조직을 동원하고 헐값에 제3세계 국가의 자산을 긁어모으고 있다”고 비판한다.
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주장이 너무 충격적이다. 저자도 독자들이 받을 충격을 충분히 예견한 듯하다. 저자는 수백 년 동안 미국의 대통령과 금융인, 저널리스트가 남긴 달러와 금융시스템에 대한 육성고백을 책 곳곳에 실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삼았다.
저자는 문제점 지적만큼이나 해결책도 명쾌하게 제시한다. 달러와 현대 금융의 이런 사기와 기만의 논리, 그리고 이에 대한 민중들의 저항의 역사는 그저 환상적인 동화로만 알고 있는 ‘오즈의 마법사’ 속에서 해법을 찾아냈다.
동화에 나오는 노란 벽돌길은 은행가들의 금본위제를 상징하고, 도로시가 신은 은 구두는 은화파의 주장을 상징하는 식이다. 허수아비는 농민을, 양철 나무꾼은 공장 노동자를, 겁쟁이 사자는 실제로 은행가들에게 저항했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이라는 불운한 정치인을, 동부의 나쁜 마녀는 월스트리트의 똘마니를, 그리고 커튼 뒤에서 조종줄을 잡고 있는 마법사 오즈는 거대 은행가들을 상징한다.
커튼 뒤에 숨은 마법사의 정체를 밝혀내는 일이 우선이다. 동화에서는 도로시의 성마른 강아지 토토가 이 역할을 맡았고, 2009년의 현실 세계에서는 저자가 그 역할을 맡겠다고 나선 것이다.
저자는 끝으로 미국 초기의 헌법이 명시한 대로 화폐발행권을 정부와 국민에게 되돌리는 것만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책은 모두 6부로 구성됐다. 특히 3부에서는 달러와 영·미식 금융시스템의 계획된 공격이라는 시각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의 금융위기를 조명하고 있다. 책의 원제는 ‘부채의 거미줄(The Web of Debt)’이다.
아시아경제신문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뉴리더의 책꽂이

1만8000개 글에서 골라낸 시 같은 에세이들

《여적(餘滴)》
- 경향신문사 펴냄 - 1만2000원

‘여적(餘滴).’ 한자는 남을 여, 물방울 적자를 쓴다. 국어사전에는 붓 끝에 남은 먹물, 즉 글을 다 쓰거나 그림을 다 그리고 남은 먹물이란 설명이 붙어 있다.
또 여적은 1946년부터 경향신문에 실리고 있는 컬럼의 제목이기도 하다. 62년간 실린 약 1만8000여건에 이르는 글 중에서 ‘화씨의 옥(和氏璧)’을 건네주는 마음으로 ‘딱딱한 신문 속에 피어난 시 같은 에세이’를 추리고 골라내 엮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국제 등 입맛대로 한 권의 책 속을 헤집으며 자유자재 종횡무진 읽는 재미가 남다르다. 어디 그뿐인가. 청장년과 노년층을 막론하고 독자로 끌어당기는 쓸모가 가치를 더한다. 그러므로 누구나 책장에 간직하고픈 기쁨을 순식간에 맛보게 될 것이다.
계유생 닭띠이기도 한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이렇게 사연을 전한다. “유목민 닭띠의 칼럼니스트는 잠시도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이 신문 저 신문을 전전해 왔지만 그래도 돌이켜보면 여적을 쓰던 그 기간이 내 생애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보람 있었던 황금기가 아니었나 싶다”(49쪽)고 감회를 솔직하게 토로한다.
나도 하나쯤 고백한다. 책에도 나온다. ‘최명희와 혼불’(88쪽)이 그것이다. 신문(2007년 5월17일자)에서 우연히 읽었던 적 있다. ‘소리 내어 읽으면 판소리가 되는 소설’이라는 대목에 당시 화들짝 놀랐더랬다. 해서 책을 구입하고자 했으나 아직 못했다. 다시 그때를 생각하니 까맣게 잊었던 지나간 세월이 그립고도 안타깝다.
날이면 날마다 신문에서 여적을 읽었다면 이 책은 재탕으로 혹 지겨울지 모르겠으나 드문드문 나처럼 읽었던 독자라면 필독서하기에 안성맞춤으로 다가올 것이다.
인물(2부1장)이 나는 좋았으나 사람에 따라서는 사건(2부2장)이나 문화, 지구촌 등이 더 좋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책은 딱히 소설을 읽듯 애써 처음부터 순서대로 책장을 넘길 필요는 없다. 그저 아무데나 펼쳐서 읽어도 좋고, 또 기억이 생생하고 만만한 시대를 따라 추적해 읽어도 아주 좋으리라.
심상훈 북 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

이형구 기자 lhg0544@ermedia.net


키워드

#북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