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익현 커리어컨설턴트협회 부회장
미국 OCU(오클라호마시티대) MBA과정을 졸업한 후 라이나생명보험 인사담당 부사장 및 CCO(준법감시인), CEA(Chief External Affairs)를 지냈다. 인사조직관리 전문 경영지도사이며 현재 DBM코리아 부사장과 커리어컨설팅협회 부회장을 겸하고 있다.

전과목 ‘올 A’에 빛나는 졸업 성적표와 900점을 가뿐히 넘긴 토익 성적표. 갖가지 자격증과 어학연수의 경험.

이 모든 것을 갖추고도 취업의 문턱에서 쓴 잔을 마신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스펙’은 이제 취업을 위한 필수요소라기보다는 누구나 갖춰야하는 기본전제가 됐다.

올해 취업시장 전망도 그다지 밝지는 않다. 전문가들도 경기 회복과 산업 전반의 변화 없이는 뚜렷한 해법이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될 사람’은 된다. 그들은 어디서 기회를 찾았고, 어떤 전략을 쓴 것일까.

고익현 커리어컨설턴트협회 부회장(DBM코리아 부사장)을 만나 좁은 취업의 관문을 뚫기 위한 전략에 대해 물었다.

고 부회장은 “취업이 쉬웠던 시기는 없었다”며 “최고의 인재가 되기보다는 적합한 인재가 되라”고 조언한다.

취업시장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올해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2년 전 금융위기 이후로 취업시장은 계속 나빠졌고 올해도 특별히 좋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취업시장도 경기를 많이 탑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그것이 취업 기회의 확대로 이어지진 않고 있죠. 현재 국내기업들의 성장이 고용을 동반하는 성장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이지만 특별히 눈여겨 볼만한 분야는 있을 것 같은데.
“미래성장분야는 괜찮습니다. IT나 BT, 특히 문화콘텐츠를 매개로 하는 CT 산업 같은 경우는 오히려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또한 노령사회로의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실버산업이나 사회복지산업 관련 수요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취업 준비생들은 소위 말하는 ‘스펙’ 쌓기에 주력합니다. ‘스펙’ 이외에 인사담당자들이 주시하는 능력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지금은 스펙 균일화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취업 준비생이라면 어느 정도 엇비슷한 수준의 스펙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죠.

문제는 그것을 뛰어넘는 자신만의 강점을 찾는 것입니다. 인사담당자들은 ‘베스트 피플(Best People)’이 아니라 ‘라이트 피플(Right People)’을 더 선호합니다.

누가 더 우리 회사에 적합한 인재인가를 보는 것이죠. 또한 최근에는 인사담당자들이 창의적 인재를 가려내기 위해 AQ지수를 참고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스펙 균일화의 시대. 스펙에 연연하기보다는 같이 일하는 사람을 배려하고 지원할 줄 아는 리더의 자질을 키워라. IT, BT와 결합한 농·축산업에도 창업의 기회 있다.”

AQ지수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요.
“AQ지수는 역경지수(Adversity Quotient)와 유추지수(Analogy Quotient) 두 가지가 있습니다.

역경지수는 힘든 상황을 얼마나 잘 이겨낼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고, 유추지수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것들에서도 공통성을 엮어낼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것입니다.

특히 요즘 젊은 인재들은 너무 곱게 자라서 힘든 일은 기피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역경지수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역경지수라는 것은 ‘스펙’을 쌓듯 관리하기는 어려운 능력인 것 같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알아보라고 권하는 편입니다. 처음엔 물론 고생합니다. 중소기업은 보통 시스템이 확고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소수가 처리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멀티 태스커(Multitasker)로서의 능력이 길러지고 상황변화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감각이 생깁니다. 또 국내에 길이 안 보이면 해외로 나가는 것도 주저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해외 취업시장은 상황이 어떤가요.
“얼마 전 호주관광청에서 ‘해밀턴 아일랜드’라는 호주 소재 여행사의 구인광고를 전 세계 취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낸 적 있습니다.

200여개국의 3500여명이 지원서를 냈습니다. 영어만 할 수 있으면 이제 전 세계 어디서도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물론 세계화에 대한 감각 또한 필요합니다.”

일과 직접 연관된 능력 말고도 인성이랄까 기본적인 소양도 신입사원 선발의 중요한 요소 아닌가요.
“기업들은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춘 인재를 원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리더는 혼자만 잘난 사람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사람을 잘 배려하고 지원해서 더 큰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죠.

눈에 띄지 않는 개그맨이었던 유재석이 최고의 MC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도 특유의 친화력과 배려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면접관들도 여러 테스트과정을 통해 해당 지원자가 팀워크를 살려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판단합니다.”

취업만이 해결책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창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창업도 적극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글을 창업한 세르게이 브린이나 야후를 창업한 제리 양, 유투브를 창업한 스티브 첸 등은 모두 젊은 시절에 창업해 회사를 세계적인 규모로 키웠죠.

젊은 시절에 망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망해봐야 거기서 배울 수 있습니다. 또한 창업이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창업도 그 분야가 워낙 다양한데, 20~30대 젊은 세대가 도전해볼 만한 분야가 있다면 어디일까요.
“농업이나 축산업 등에도 희망이 있습니다. 이 분야들에도 IT와 BT기술들이 접목되면서 새로운 도전 분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삼과 같은 특용작물의 수출량은 스위스가 우리나라보다 3배가 더 많습니다. 앞선 IT기술력을 기초산업에 융합시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보려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취업에 연속 실패하면 절망감도 커질 것입니다.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신다면.
“길게 보고 천천히 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에 책 등을 통해 영적인 힘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몰입>과 같은 책을 추천합니다. 앞으로는 CTO(최고기술경영자)의 ‘T’가 ‘Technology’에서 ‘Thinking’으로 변할 것이라 합니다.

엉뚱한 상상을 끝까지 밀고 가기 위해선 몰입이 필수죠. 시야를 넓히면 다양한 기회가 보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