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방법은 없었다. 보험은 계약자와 피보험자, 수익자가 정해져 있다. 계약자는 보험료 납입 의무를 지는 사람이다. 피보험자는 보험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다. 수익자는 보험금을 받는 사람이다. 보험은 계약자와 피보험자, 수익자의 관계에 따라 돈이 오고 간다. 따라서 자필 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보험사기 가능성 때문이다. 보험료 수령도 직계가족 등 제한된 범위만 가능하다.

그러나 현대라이프 ‘제로’는 어린이보험과 사고보험으로 파격적 실험을 하고 있다. 보험 가입, 판매 방법을 혁신한 것이다. 지금까지 보험은 본인이 계약해야 하는 상품이었다. 반면 이 상품은 타인이 보험금을 대신 지급할 수 있다. 즉 손자가 태어났을 때, 또는 후배의 돌잔치에 반지 대신 어린이보험을 선물할 수 있다. 선물하는 사람이 먼저 보험금을 마트에서 지불하는 식이다.

현대라이프 측은 월 500원에서 1000원 정도의 저렴한 보험료로 사고 시 최고 2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궁금증도 생긴다. 이 보험, 과연 유용할까?

전통적으로 보험은 상품에 대한 설명이 먼저였다. 우선 설명을 듣고 가입을 결정한다. 그러나 이 상품은 설명보다 가입이 먼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험 판매에 선불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만약 이 상품을 선물로 받았다고 해보자. 그러나 가입하기 싫다면 환불은? 현대라이프 측은 콜센터에 전화해 몇 가지만 확인하면, 즉시 통장으로 입금된다고 한다. ‘제로’ 보험을 선물 받았다고 무조건 가입할 필요는 없는 것. 따라서 돌잔치 등에 돈 대신 의미를 부여한 이 상품을 선물해도 괜찮을 듯하다. 받은 사람은 조금 귀찮겠지만, 전액 환불받을 수 있기 때문.

또 다른 예로  돌잔치에서 3명이 똑같은 상품을 선물했고 선물 받은 세 상품 모두 가입했다고 해보자. 단도직입적으로 생명보험은 중복보장 개념이 없기 때문에 각각 2000만원씩 최고 6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런 보장이 유용한지는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고 확률을 따져봐야 한다. 보험은 통계다. 수많은 통계를 집적, 위험률에 따라 보험료를 설정한다. 즉, 보험사에 지불한 보험료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사고 발생 확률도 낮다는 것을 방증한다.

결론은? 혁명은 혁명이다. 다만 상품에 대한 혁명이 아닌 마케팅 혁명이다. 지금까지 보험을 이렇게 판매하는 곳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보험을 선물한다는 개념도 없었다. 그러나 보험금을 받을 확률은 낮다. 게다가 선물 받은 사람의 니즈가 있어 가입한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정작 사고 발생 시에도 보험금을 청구할 확률도 낮다.

만약 이 상품이 성공한다면, 현대라이프의 또 다른 효자상품이 되지 않을까?

한 보험전문가는 “보장의 규모나 범위로 볼 때 주요 보장자산으로 생각할 상품은 아니다. 상품 내용도 특별할 것 없다. 가입자에게 어느 정도 유용한 보장자산이 될지는 의문”이라며 “사망보장 등이 부족할 경우 부차적 보장자산으로 가져갈 수는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