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본사가 위치한 디트로이트


지난 1987년 개봉된 헐리웃 영화 로보캅(Robocop)이 우리나라에서도 꽤나 인기를 모았다.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시 당국이 범죄도시로 전락한 지역의 치안유지를 위해 대기업에 경찰기능을 위탁, 로봇경찰이 도시의 범죄를 평정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된 도시가 바로 ‘디트로이트(Detroit)’다. 영화는 폐허가 된 공장지대를 중심으로 폭동과 범죄가 창궐하는 대책 없는 도시를 그려 내고 있다.

다소 과장은 있겠지만, 디트로이트가 황폐화되고 있는 근대 도시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1950년대 인구 180만명으로 미국 5대도시였던 디트로이트는 현재 인구가 90만으로 줄었다. 메트로 디트로이트에 등록된 40만호의 주택 중 20%는 사는 사람이 없는 빈집이다.

미국 노동부 2009년 12월 통계에 의하면 디트로이트가 위치한 미시건(Michigan)주의 실업률은 14.6%로 미국 내에서 1위. 범죄율도 1위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가 세계자동차 업체의 중심에 디트로이트가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화로 해외 현지 진출이 늘었고, 미국 내에서도 저렴한 인건비와 다른 주 정부의 투자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인해 ‘모터시티(Motor-City)’라는 디트로이트의 이미지가 많이 훼손된 것이 사실이다.

1970년대 이후, 근대 미국 제1의 산업도시로서의 위상은 서서히 막이 내리는 듯하다. 그러나 비극적인 결말을 두 눈뜨고 바라 보아야만할 것 같은 디트로이트가 새로운 산업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희망의 ‘디트로이트 살리기’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가장 먼저 시작된 것은 전기차와 배터리 개발이다.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가 친환경 미래형 전기차의 메카로 변신을 시작했다.

빅3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과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 개발로 전세계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다시 석권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의 상용화가 대대적으로 이뤄지면 디트로이트는 또 다른 전성기를 누릴 것만 같은 분위기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공장이 떠나간 도심에 대규모 첨단 농장지대를 건설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1967년 흑인들의 대폭동 이후 많은 인구가 외곽으로 빠져 나가 공동화된 도심의 공터가 40평방마일로 뉴욕 맨하탄의 2배에 이른다는 게 이유다.

아이오와(IOWA)주의 에이커(Acre)당 땅값이 4,500달러인데 비해 디트로이트는 3,000달러 정도로 경제성에 주목하고 있다. 복숭아, 자두, 토마토 등 부가가치가 높은 작물을 생산하여 인근에 공급하고, 엄청난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산업에 눈을 돌린 점도 눈에 띈다. 헐리우드 영화산업을 미시건주로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2007년에는 고작 2편에 불과하던 영화제작이 2008년에는 35개, 2009년에는 85개에 달하고 있다.

주정부의 엄청난 세제혜택이 주효했다. 주에서 지출한 영화제작 경비의 최고 42%까지 환불받을 수 있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디트로이트KBC 김동준 과장

항공산업과 국방산업의 유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변화된 모습이다. 자동차 연관 산업의 중심으로 뛰어난 디자인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보유한 자동차 부품업체들을 활용하기 위해 우주항공산업 관련 기업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으며, 디트로이트 인근 워렌(Wa-rren)시에는 미 육군의 차량개발센터도 위치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가 대안산업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디트로이트가 ‘로보캅’의 배경이 아닌 발전된 ‘미래도시’ 블록버스터의 배경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