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6%지난 2009년 우리 주식시장의 성적표다. 이런 좋은 성적은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의 이례적인 금융완화 정책과 세금 감면으로 금융시장에 엄청난 유동성이 공급된데 따른 것이다.

특히 높은 환율이 오랜 기간 유지 되면서 실적이 대폭 개선된 수출 대형주들이 주식시장을 주도한 결과이기 하다.

하지만 연초 이후, 높아진 환율 변동성과 유럽의 재정적자, 중국의 지준율 인상, 미국의 재할인율 인상 등으로 인해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수출 기업들의 향후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동안 주가가 많이 오른 수출 대형주보다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가치주들의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주식시장 분위기가 수출 대형주 중심의 긍정적인 기대감(Bullish Consensus)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감성적인 기대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이성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투자자의 심리와 주가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행동 재무학(Behavior Finance)에서는 투자자들의 지나친 기대에 따른 과민반응(Overreaction)으로 주식 시장에 버블이 만들어 진다.

또 지나친 실망에 따른 과매도로 인해 저평가가 만들어 진다고 이야기한다. 수출 대형주의 주가 상승에는 일정 부분 투자자의 지나친 기대가 작용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하는 지금, 감성적인 기대감보다는 이성적인 사고에 기반한 투자의 당위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성적 투자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기업의 본질 가치에 집중하는 가치투자가 부각될 것이다. 결국 시장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두루 갖춘 가치주에 주목하게 될 것이며 향후 가치주에 대한 저평가가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 주식 시장에는 가치에 비해 가격이 너무 싼 기업들이 많다. 올 해 예상 수익 기준으로 주가 수익 비율이 5배 미만인 가치주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시가총액 보다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거나 배당 수익률이 은행 정기 예금보다 휠씬 높은 기업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편 내년 국제회계기준(IFRS)의 도입은 가치주 투자에는 또 다른 호재가 된다. IFRS의 핵심은 투자자 중심의 공시와 기업 재무재표 작성을 통해 경제적 실질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IFRS가 도입되면 기업의 숨겨진 자산들이 재평가되는 한편, 우량 자회사들의 실적이 연결 재무제표로 작성되어 기업 가치에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결국 IFRS의 도입은 가치주의 저평가 해소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치투자는 방어적이다. 단기적으로 큰 수익률을 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가치 투자는 잃지 않는 투자이며,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끝에 큰 성과를 얻게 되는 투자이다. 운동으로 비유하면 가치투자는 골프와 같다.

골프는 공격적인 플레이 보다는 오히려 실수를 줄여서 낮은 스코어를 기록해야 한다. 가치투자는 이와 마찬가지로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수비 성향의 투자법이다.

현재의 금융 시장은 지나친 공격보다는 수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 수비의 핵심은 기업의 본질 가치를 바라보는 것이다.

최정용 에셋디자인투자자문(주)대표
최정용대표는 고려대학교 가치투자연구회 1대 회장을 지냈으며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에서 재무론 전공으로 석·박사 과정을 거쳤다.

김성배 기자 sb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