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동물병원 진료의 15~30%는 동물의 피부병이 차지한다. 그만큼 피부병은 흔한 질병인데,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지나쳤다가 만성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피부병에 걸린 반려견은 수시로 몸을 긁으며, 털이 빠지고 피부에 두드러기처럼 반점이 생기거나 화농이 생기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피부병을 발견하면 대체로 성질 급한(?) 보호자는 동물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은 후 며칠간 먹이다가 좀 괜찮다 싶으면 치료가 다 끝난 것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병은 곧 재발하고 그제야 또다시 동물병원을 찾는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치료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 따라서 보호자는 피부병을 끝까지 고치겠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동물병원에 다녀야 하며, 수의사에게 환자의 상태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수의사는 30분~1시간가량 환자의 병력에 대해 묻기 마련인데, 이때 보호자는 1. 피부병이 언제 나타났는지 2. 피부 병소가 얼마 동안 보였는지 3. 털이 얼마나 빠지고 그 시기는 언제인지 4. 피부색의 변화가 있는지 5. 어느 부위에 피부병이 있는지 6. 어떤 사료를 주는지 7. 예전에 피부병을 치료한 경험이 있는지 8. 같이 키우는 다른 반려견도 피부병이 있는지 9. 특별히 피부병이 발생하는 계절이 있는지 10. 산책은 자주 가는지 11. 실내 환경은 건조한지 등과 같은 사항을 미리 숙지하고 진료에 임하는 것이 좋다. 수의사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치료의 질이 높아진다. 척보고 한 번에 아는 수의사는 드물다.

일반적으로 피부병은 반려견의 나이와 품종에 따라 나타나는 유형이 다르다.

6개월 령 이하의 반려견은 모낭충, 개 여드름, 농피증, 피부사상균증(곰팡이) 등에 취약하다. 6개월~6년 령은 알러지성, 호르몬성, 지루성 피부병이 잘 생기고, 노령견은 탈모와 종양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품종별로 보면 코커스패니얼은 아토피와 지루성 피부병, 음식 알러지가 생기기 쉽고, 비글은 아토피와 모낭충증에 취약하다. 닥스훈트는 세균성 농피증과 호르몬성 피부병에 자주 걸리며, 골든 리트리버는 아토피와 세균성 농피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페키니즈는 피부가 접히는 부분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인 간찰진에 자주 걸리며, 포메라니언은 성호르몬 의존성 피부병이 생기기 쉽다. 푸들은 호르몬성 피부병이 많고, 슈나우져는 아토피와 코메도(Comedo:슈나우저의 특이적인 피부병) 증후군에 자주 걸리며, 시추는 아토피, 요크셔테리어는 곰팡이성 피부병과 털색 희석 탈모증이 자주 나타난다.

수의사는 피부병을 진단할 때 병소 부위와 형태에 따라 1차적 원인과 2차적 원인으로 구분하며, 세균성, 곰팡이성, 식이알러지, 아토피, 기생충성 등으로 나눠서 접근한다. 피부 종양의 경우 세포검사를 하여 악성인지 양성인지 판별하며, 탈모와 연관이 있다면 호르몬 검사도 해본다. 피부병이 아닌 다른 질병으로 인해 피부병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혈액 검사, 방사선 검사를 해보기도 한다. 진단에 따라 약물을 처방하고, 보조적으로 약물 샴푸와 외부기생충 구제를 한다. 필요시 외과적 수술 치료를 할 때도 있다.

피부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먹는 음식을 피하고 사료만 주는 것이 좋고 집안을 잘 환기시켜야 한다. 또한 산책 후에는 목욕을 시키고 목욕 후에는 털을 잘 말려주어야 한다. 정기적인 외부 기생충 구제로 진드기 감염을 예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피부병은 반려견의 면역 체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아직 면역력이 떨어지는 어린 반려견들은 되도록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일단 피부병이 생겼다면, 하루아침에 낫는 병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수의사가 명확한 진단을 하기 까지 몇 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 피부병을 꾸준히 치료하는 보호자가 드물었다. 좀 괜찮다 싶으면 치료가 다 된 것으로 여기거나, 더디다 싶으면 이내 실망을 하고 다른 동물병원을 찾는다. 다른 동물병원에서도 마찬가지 결과를 얻고 또 다른 동물병원을 방문한다. 정작 환자는 이 약, 저 약에 부작용만 생기고 일시적인 효과만 볼 뿐 피부병을 평생 달고 살게 된다. 이런 악순환에서 빠져 나오는 길은 자신이 선택한 병원과 수의사를 믿고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다.

 

글 ┃ 김하국 수의사

전북대 수의대,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현재 이안동물영상의학센터 수의사

동물병원 원장과 잡지사 기자 및 편집장으로 일했다.

과학과 인문을 잇는 일을 해보고픈 열망이 있으며 현재는 이안동물영상의학센터에서 수의사 및 경영지원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