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시장 신규진입 및 확장에 제동을 거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고삐가 이번엔 커피·피자·햄버거 등 ‘패스트푸드 3인방’에 채워질까.

원두커피와 햄버거, 식빵에 이어 대기업이 운영하는 커피·피자·햄버거 등 3개 업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심판대에 오를 신세에 처했다.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회장 이호진)가 5일 이사회를 열고 커피·피자·햄버거 등 3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는 신청 안건을 처리하고, 이어 6일 신청서를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유장희)에 정식제출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휴게음식업중앙회는 주로 패스트푸드점, 분식점 형태로 커피 차 음료 아이스크림 햄버거 치킨 피자 김밥 국수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 연합체로 산하에 19개 지회, 232개 지부로 구성돼 있다.

중앙회가 동반성장위에 예정대로 신청서를 제출한다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대상군에 오를 대형 업체들은 커피의 경우 카페베네, 앤저리너스커피, 할리스, 탐앤탐스, 투썸플레이스, 이디야 등 국내 브랜드 6개 정도와 스타벅스, 커피빈 같은 외국계 브랜드가 거론되고 있다.

피자는 피자헛, 도미노피자, 미스터피자가, 햄버거는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중앙회 김수복 기획국장은 “3개 업종의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과도하게 늘어나 관련 중소 자영업의 매출이 줄고 폐업율이 높아 피해가 크다”며 “특히 중앙회 전체 4만 회원 중 48~50%가량이 커피점이어서 피해 정도가 막대하다”고 설명했다.

중앙회는 이미 지난 8월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 찬반을 묻는 서면 조사를 했고, 거의 100%가 찬성했다고 김 국장은 덧붙였다.

이 같은 휴게음식점들의 움직임에 해당 업종들은 일단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중앙회가 어떤 논리와 어떤 브랜드들을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으로 요구할지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커피와 햄버거 두 업종이 걸려 있는 롯데리아의 관계자는 “올 초에도 중앙회에서 지정 신청한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신청하더라도 실태조사, 조정협의 등 절차를 마칠 때까지 5~6개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진행 추이를 봐서 대응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카페베네 측도 “내부적으로 어떤 대응을 할지 정해진 게 없다”며 “중소업체 주장만 듣지 말고 우리 쪽 사정도 경청하고 신중하게 처리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형 업체들의 담담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만일 동반성장위가 중앙위의 신청을 받아들여 실태조사와 조정을 거쳐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다면 대형 브랜드들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기업과 외국계 커피 브랜드들은 적합업종 지정으로 향후 3년간 신규 출점 및 확장 자제가 권고돼 사업 운영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제과·제빵업종의 경우 파리바게뜨, 뚜레쥬르는 신규출점이 거의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휴게음식업중앙회는 올 초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추진을 하다가 연말까지 미뤄진 이유로 외국계 브랜드에 대한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은 점을 꼽았다.

김수복 국장은 “외국계 브랜드 때문에 신청이 계속 늦춰졌다”면서 “중앙회 입장은 국내 브랜드와 외국계 브랜드가 동일하게 매장 과다 진출을 시정해야 하며, 그런 내용을 신청서에 담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만일 외국계 브랜드가 적합업종 지정에서 배제된다면 그것은 중앙회가 의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 업체만 피해를 입는 꼴이 발생한다”고 지적하며 외국계 브랜드의 지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중앙회와 3개 업종의 국내 브랜드들은 ‘오월동주(吳越同舟)’나 ‘적과의 동침’ 같은 이율배반적 이해관계를 안고 있다.

카페베네는 중소 및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 커피점 등에 거리제한규정을 두면서도 스타벅스 등 외국계를 제외한 예를 들며 "소상공 자영업자 보호 취지를 이해하지만 자칫 외국계 브랜드의 배만 불리는 역차별의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내 브랜드들은 휴게음식업중앙회의 3개 업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신청과 관련, 실태조사와 조정 과정에서 외국계 브랜드의 차별 적용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통상마찰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에 대해 동반성장위 이우용 홍보실장은 “일단 신청서가 접수되면 과연 적합업종 지정이 의미 있는지 서류검토와 실태조사 등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태조사는 해당 업종의 전문 연구기관과 동반성장위가 공동으로 진행하며, 이를 거쳐 마지막 절차로 조정협의체를 구성해 지정 여부와 세부 내용을 논의하게 된다. 일단 5일로 예정된 휴게음식업중앙회 이사회 회의에서 커피·피자·햄버거 등 3개 업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하는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수세에 처할 대형 브랜드들은 가맹점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은 특성상 가맹점주 역시 자영업자임을 주장하며 이들에 대한 똑같은 사회적 배려가 필요함을 들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의 부당성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