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신탁 지분(31.29%)을 보유하고 있는 LH공사측은 최고 지분 매각과 관련된 새로운 계획안을 만들기 위해 정부 관계자를 만나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한국토지신탁 본사 전경.

“매각대상 지분 3000만주를 처분하려고 지난해 자산 실사를 해 봤더니 평가 가격이 주당 1200원이 조금 안 되더라고요.

적어도 1100원대 이상은 받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지금은 액면가(1000원)이하니 주식 지분을 누가 사겠습니까.”

한국토지신탁 지분 매각을 담당(자회사)하고 있는 LH공사 관계자의 볼멘소리다. 이 관계자는 “법원에서 유찰되면 20% 깎아서 팔 수 있지만 공기업이 그럴 수 없다”며 “다시 재매각공고를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최근 지분 매각 진행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토지신탁 지분을 ‘계륵’이라고 표현했다. 사실 한국토지신탁 최대주주는 LH공사가 아니다.

지난 2009년 콜옵션(우선매수청구권) 권리를 행사, 지분 31.42%를 확보하고 있는 ‘아이스텀앤트러스트’라는 사모투자펀드다.

경영권도 없는 주식 지분을 대규모로 갖고 있다 보니 머리만 아프고 영양가(?)는 별로 없다는 소리다.

“지분을 계속 보유하려고 버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차라리 대주주(아이스텀앤트러스트)가 콜옵션을 더 행사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라는 자금의 성격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미 경영권 프리미엄도 갖췄으니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더 쉬워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소액주주가 많고 그분들을 대변하는 공공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경영진 선임 등 여전히 2대주주로 견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매각 계획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못했다. 정부에 제출한 매각 기한(2009년)을 이미 넘겼지만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보겠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 관계자는 “최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서둘러 매각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했다.

다만 이 역시도 정부에서 기다려 준다는 동의가 필요하다며 “이 달(2월)안에 정부 관계자를 만나 새로운 안에 대해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9년 12월29일 주가가 1000원 아래로 주저앉은 이후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액면가를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8년 2000원을 넘어섰던 주가와 견줘보면 보면 반토막이 난 셈이고 종가로 1000원을 하회하던 횟수가 드물던 지난 2009년 하반기와 비교해서도 터무니없이 낮은 주가를 나타내고 있다.

“기재부와 협의 할 것” 되풀이
정부에서 한국토지신탁 지분을 민간에 넘기고 완전 선진화(민영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것이 지난 2008년 8월. 지난해에는 연내 매각 대상 공기업으로까지 선정됐지만 두 차례 유찰되며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소 응찰기준(최소 2곳 이상) 조차도 못 맞췄거나 기준을 충족했지만 인수 희망업체가 인수가격을 액면가(1000원) 이하로 써 제출해 매각이 무산됐던 것이다.

하지만 시점을 2008년 매각작업이 시작되던 초기로 돌린다면 이렇듯 민영화 작업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기획재정부에서 민영화 대상기업으로 선정했을 당시 주가가 급등했다.

대상기업들이 대부분 비상장사인 데다 소수 지분 매각이라는 덫에 걸려 전망이 불투명 했지만 한국토지신탁의 경우는 상장사라는 강점이 있어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민영화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시장의 냉정한 평가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자 지난해 매각 응찰 정족수 조차 채우지 못하는 등 외면 당했던 것이다.

액면가 이하…인수자 없어
이같은 상황은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한국토지신탁 주가는 920원(2월19일 종가). 지난 2009년 12월29일 1000원 아래로 주저 앉은 이후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액면가를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8년 2000원을 넘어섰던 주가와 견줘보면 보면 반 토막이 난 셈이고 종가로 1000원을 하회하던 횟수가 드물던 지난 2009년 하반기와 비교해서도 터무니없는 주가를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전망도 불투명하다. 금융비용이 줄어들어 순이익은 증가하고 있지만 전체 매출이 쪼그라들고 있어 앞으로의 성장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탁업종의 특성상 신규 시장 진출이 용이해 시장 싸움에서 살아남기가 만만치 않다는 요인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이스텀앤트러스트의 콜옵션 지분(4900만주)을 제외한 3000만주를 처분할 인수자를 찾기 힘든 이유다.

“이미 민영화 된 것” VS 정부 눈치보기 ‘어정쩡’
대표이사와 이사회 이사진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최대주주 아이스텀앤트러스트측은 회사 경영에 큰 영향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록 LH공사와 0.13%(33만주)의 작은 지분차를 보이고 있지만 경영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회사 조직을 장악하고 운영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한국토지신탁 민영화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민영화 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이스텀앤트러스트 고위 관계자는 이코노믹 리뷰와 통화에서 “지난 1월29일 공공기관 지정에서 제외 됐다”며

“이는 정부가 이미 민영화를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3월 당시 한국토지공사 보유지분 2100만주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 지분을 추가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 선 자체로 민영화가 이뤄진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LH공사가 가진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주당 얼마에 사가라는 제의가 있어야 하는데 (지분 추가 매입) 제의가 없었다”면서 “만약 제의해 온다면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콜옵션 행사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특히 LH공사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며 “(매각 결정을 하면) 다시 고민해 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민영기업이 됐으니 효율성 제고와 영업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 할 것”이라면서도 “가급적 기사화 되지 않았으면 한다”라는 말로 최근의 LH공사 지분 매각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나타냈다.

김성배 기자 sb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