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타고 있지만, 완전히 치유된 것인지 또 다른 응급처치가 필요한지 헷갈린다. 이런 때, 투자 포지션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며, 어떤 상품이 유망한가. 재테크 시장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금융사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추천할 수 있는 재테크 비법을 연속 시리즈로 소개한다. 열다섯 번째로 국내 대표 증권사인 한화투자증권이 제안하는 재테크 전략과 상품을 집중 조명한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 팀장에게 물었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 팀장
*사진 출처: 이미화 기자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 시작된 경제 회복 바람이 한국으로 불고 있다. 하지만 바람을 맞는 선진국 시장과 한국 시장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글로벌 시장의 경제 불균형은 많이 해소됐지만, 경제 회복 단계와 자금 흐름이 나라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각국의 경제 회복 체질은 어떨까.

침체기에 빠져 있던 미국 시장은 2010년부터 5년 동안 가계 부채를 줄이는 데 주력했고, 가처분소득도 많이 늘었다. 몸무게(부채)가 많이 줄어들고, 체질도 개선됐다.

회복기에 들어선 미국 시장은 최근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이 오르고 있다. 그다음 단계로 실물시장이 살아나고, 대출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상반기에는 레버리지를 키워서 투자를 하고, 소비에 집중하는 단계가 도래할 것이다.

유럽은 앞으로도 살을 많이 빼야 하고, 몸 상태도 좋지 않다. 신용 경색이 일어나고 있다. 불안정한 시기에는 대비책을 찾게 되는 것처럼, 유럽 시장에서는 잉여를 축적해 놓으려는 심리가 생겨 지나치게 소비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긴축을 풀고, 성장 정책을 실시하고 있기에, 국민은 그동안 미뤄왔던 소비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구입 계획을 실현하는 등 내구재 중심으로 이연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면으로 최근 자동차 시장이 호황기를 맞았다.

한국 시장은 미국이 2010~2012년에 겪었던 자산시장으로의 복귀 현상이 지금에서야 일어나고 있다. 현재, 가계와 기업 모두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투자금 대부분이 채권 베이스 상품 등 안전자산에만 머물러 있다. 지난 5년 동안, 투자자들이 재테크 악몽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한국의 가계·기업 자금이 고이율을 주는 저축은행으로 흘러 들어갔지만, 저축은행이 줄줄이 망했다. 지난해, 브라질 등 해외 채권 붐이 일어났지만, 이머징 시장(EM)이 기울었다. 유동성이 좋고, 이자율이 높은 기업어음(CP)에도 한때 자금이 이동했지만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장기채, 해외채권, CP 등 안전자산 투자는 실망스러웠다.

채권, CP 등 안전자산 투자 시대는 저물었다··· 주식·부동산이 대세

2008년부터 현재까지 가계 자금 중 총 350조원 이상이 예금으로, 300조원 이상이 보험으로 들어갔다. 반면 수익증권에서는 60조원이 빠졌다. 양극화가 심화됐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이런 양극화가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내년에 소득층과 고용시장의 회복, 자산가격의 상승을 바탕으로 대출이 늘어나는 실물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 영향을 받아 실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회복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에 발 맞춰 그동안 안전자산 카테고리에 머물던 자금은 주식과 부동산으로 흐르게 될 것이다.

2014년 기상도: 반도체·화학·조선 ‘맑음’ vs 디스플레이·전기전자·자동차 ‘흐림’

선진국 소비 회복에 연동되는 IT, 소비재, 자동차, 화학, 조선 등이 유망하다. 기본적으로 경기 민감주이고, 공급이 원활하며, 글로벌 경제 회복세를 타는 섹터를 골라야 한다.

기존에는 중국의 성장과 연동돼 있던 철강 등 내구재의 성장 폭이 컸다. 하지만 중국의 원자재 수요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구조조정에 의해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고, 경제성장률도 내년에는 떨어질 것이다.

또 경제 회복기에는 공급업체의 경쟁이 비교적 심하지 않은 섹터를 골라야 한다. 수요가 늘어나면 공급자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크다. 예를 들어 반도체 부문은 시장 진입 업체가 소수이다. 글로벌 화학시장도 진입 문이 넓다.

중국 화학 섹터는 구조조정과 에너지난을 겪고 있어 국내 기업의 진출 가능 범위가 넓다. 유럽도 내년에 신용도가 크게 향상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에 유럽의 화학업체가 적극적으로 생산량을 늘리지는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IT 부문 중 디스플레이 부문은 중국의 구조조정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고, 다수 업체가 난립하고 있어 공급이 과잉상태다. 전기전자 부문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섹터는 일본의 엔저 정책 지원을 받고 있어 전체적인 시장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지만, 그중 한국이 차지하는 파이는 과거만큼 크지 않을 것이다.

건설계 미인은? 수익형 부동산보다는 소형 부동산

부동산은 가격 개선 추세라기보다 구조변화의 단계에 와 있다. 매매시장이 암흑기를 맞은 가운데 전세가격만 고공행진 중이다. 월세는 떨어지고 전세가격은 올라가게 되면서 전세→반전세→월세→자가 주택순으로 트렌드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월세와 매매 시장의 이원화가 종착역이 될 것이다.

부동산도 과거보다 자금 흐름 추이가 중요해졌다. 부동산으로부터 캐피털 게인(Capital Gain/고정자산 매각 소득) 혹은 렌트 게인(Rent Gain/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부동산 매매가가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를 끌고, 상가나 오피스텔 투자 붐이 일었다.

하지만 오피스텔은 임대가 잘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가에 비해 수익률이 너무 낮다. 또 경기가 좋지 않아 상가 수익 성장 폭도 좁다. 1~2인 가구용 오피스텔은 공급 초과 상태이므로 2~3인 가구를 타깃으로 하는 소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유망해 보인다.

최근 전세 가격이 많이 올랐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의 다수 임차인은 예·적금 등 잉여 자금을 끌어모아 전세 자금을 충당한다. 결국 임대인의 주머니로 돈이 들어간다. 임대인은 여유 자금을 다시 은행에 넣거나 부동산에 투자한다. 자금이 밑에서 위로 이동, 고소득층에 쏠리는잉여 이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