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 부산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국민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총괄부장, 대한축구협회 사업국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원장 및 한국문화체육연구원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양용은 선수의 PGA챔피언십 우승의 경제효과가 1조원을 넘어선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이 막대한 금액 안에는 선수 개인의 가치 증대 금액도 포함돼 있지만 가장 큰 것은 그로 인한 광고 효과.

여기에 골프산업의 전반적 매출 증가와 국가 브랜드 상승, 국민 자부심 증가와 같은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가치도 포함돼 있다.

기업들이 스포츠마케팅에 점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도 여기 있다. 특히 올해는 벤쿠버 동계올림픽과 남아공 월드컵을 포함해 굵직한 국제 대회들이 많아 어느 때보다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열기가 뜨거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스포츠마케팅 전문가인 김정만 체육과학연구원 원장에게 국내 기업들의 스포츠마케팅 현주소와 효과적 활용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는 굵직한 국제 스포츠 행사가 많이 열립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관심도는 어느 수준입니까.
우리나라에서 스포츠마케팅이 본격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02년 월드컵을 전후해서 입니다.

이미 현대자동차는 ‘유로2000’의 메인스폰서로 나서면서 유럽에서 자사 제품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 큰 효과를 봤죠.

그전까지 유럽에서 현대자동차는 ‘값이 싼 차’라는 인식이 전부였는데 ‘유로2000’의 성공과 함께 유럽 소비자들은 현대자동차의 성품성을 높게 인식하게 됐습니다.

삼성과 LG 등도 유럽 명문 구단 후원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실감했고 관심도는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스포츠마케팅이라고 하면 대회의 메인스폰서가 되어 후원하거나 스타 선수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정도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외에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 수단들은 무엇이 있나요.

직접 친선 경기를 유치해 공식 후원을 하는 방법도 있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아직 잘 못하고 있는 분야는 장비제공을 통해 광고 효과를 누리는 것입니다.

양용은 선수가 PGA챔피언십 우승을 하면서 이 선수에게 장비와 의류를 제공했던 타일러메이드와 르꼬끄스포츠는 3000억원 이상의 광고 효과를 봤습니다.

국내 상황이 그렇다면 외국시장에 집중된 스포츠마케팅에는 분명 득이 아닌 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기아자동차가 미셀 위 선수가 출전하는 LPGA와 호주오픈테니스 대회의 메인스폰서로 나서기로 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외국시장에 대한 투자는 국내에 있는 돈이 빠져나간다는 점에서 분명 실입니다. 이를 역으로 바꾸기 위해선 국내 스포츠시장에 집중 투자해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스포츠와 관광의 결합, 스포츠와 실버산업의 결합, 최근에는 스포츠와 IT산업과의 결합도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스포츠마케팅 역시 이러한 변화에 부응해, 보다 다양하고 체계적인 방법들로 진화할 것입니다.”

국내 프로스포츠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국내 프로스포츠 시장에도 드래프트(신인 선수를 선발하는 일) 제도를 없애고 자율경쟁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일본의 J리그가 성공을 거둔 건 경기장 등 시설에 대한 투자와 스타 선수 영입 등 선수에 대한 투자가 동시에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해외파 선수들을 국내로 복귀시킬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래야 경기의 수준이 올라가고 방송중계도 활성화됩니다. 방송중계가 활성화 돼야 기업의 후원 확대라는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죠.

드래프트 제도를 없앨 경우 특정 구단만 성장하게 되지는 않을까요.
자율경쟁 체제에서 그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도 모든 구단이 흑자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경쟁력 있는 상위 몇 개 팀이 전체를 이끌어가면서 시장을 키웠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소속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의 경우 전체 매출 규모가 국내 웬만한 대기업과 비슷합니다.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나이키의 경우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나이키가 타이거 우즈를 후원하기 전까지 골프용품산업의 매출은 300만 달러 정도로 비중이 아주 작았습니다.

하지만 타이거 우즈를 후원한 후 3년 만에 매출을 2억 달러까지 끌어올렸죠. 골프 의류와 신발, 공 등에서는 현재도 업계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02월드컵 당시 SK텔레콤이 매복 마케팅으로 대표적인 성공을 거두었죠.

국제 대회를 후원하기 위해 들이는 돈이 막대하다 보니 대기업 위주로 스포츠마케팅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소업체들 중에도 관심 있는 기업들이 있을 텐데, 이들 기업이 진행할 수 있는 스포츠마케팅 기법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보통 중소업체들의 경우 메인스폰서로는 힘들고 그 아래 하위스폰서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본력이 부족한 이들 기업은 틈새시장을 노릴 필요가 있습니다.

빙상이나 태권도, 양궁처럼 비인기종목이지만 국내 선수들이 세계적 기량을 갖고 있는 종목들에 투자를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

투자는 구체적 어떤 형태로 진행됩니까.
이미 스타가 된 선수들을 후원하는 것보다 앞으로 스타가 될 선수들을 육성하는 차원에서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외국에서는 이런 투자가 일반화 돼있고 마치 아이돌 스타를 키우듯 체계적인 육성이 진행되고 있지요. 또한 자체 브랜드 용품 개발을 위한 투자도 필요합니다.

김연아 선수나 박태환 선수 같은 스타 선수들을 활용한 브랜드 개발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이제 스포츠는 단순히 관람의 차원을 넘어 국민 대다수가 직접 참여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스포츠마케팅에도 새로운 흐름이 도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 자체만이 아니라 그 경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이 개발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례로 스포츠와 관광을 결합한다든지, 스포츠와 실버산업을 결합할 수도 있고, 최근에는 IT산업과도 급속하게 결합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스포츠마케팅 역시 이러한 변화에 부응해 보다 다양하고 체계적인 방법들로 진화할 것입니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