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업계는 다른 어느 분야보다 소비자들의 취향과 그에 따른 기술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다.

이런 이유로 제조업체들은 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춘 세련된 디자인의 신제품들을 경쟁적으로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최첨단 기술과 기능·디자인이 대세를 이루는 이 시장에서 시대의 흐름과는 반대의 ‘역발상’을 통해 타깃 고객층에 최적화한 기능의 단순화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기업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노인용 휴대폰을 생산하는 오스트리아의 ‘엠포리아(Emporia)’다.

이 회사는 제품을 시장에 처음 선보인 지 만 4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전 세계에 연간 50만 대 이상의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엠포리아는 당초 유선전화기를 생산해 공급하는 회사였다. 2000년대 들어 이동통신 시장의 급격한 성장 및 유선통신 시장의 상대적 정체와 이에 따른 경쟁의 심화, 수익성 악화로 고심하던 중 ‘새로운 사업 기회’가 찾아왔다.

엠포리아의 CEO Pupeter는 이렇게 회고했다.
“그날은 시어머니의 일흔 다섯 번째 생일날이었어요. 저희는 어머니께 당시 한창 유행이던 최신형 휴대폰을 생일 선물로 드렸어요.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휴대폰을 별로 즐겨 사용하시지 않는 거에요. 게다가 어쩌다 한 번씩 전화를 사용해야 할 경우가 생기면 그 때마다 저희는 매번 사용 방법을 설명해 드려야 했지요.”

순간 새로운 틈새시장이 떠올랐다. 바로 기능 및 사용 방법의 복잡성으로 인해 사용에 불편을 느끼는 노령층을 위한 ‘노인용 휴대폰’이 바로 그것이었다.

대형 화면과 큰 자판으로 대표되는 엠포리아 휴대폰은 현재 4가지 모델이 시장에 선보여지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후속 모델들이 출시될 예정이다.

휴대폰 시장의 ‘이단아’라 할 수 있는 엠포리아가 이처럼 빠른 기간 내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자신들이 원하는 타깃 고객층을 명확히 설정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집중한 결과다.

현재 오스트리아의 60세 이상 인구는 총 18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중 87%가 휴대폰을 보유 사용하고 있는데, 사용자의 85%가 전화 통화 또는 SMS 발신·수신 등 최대 두 가지의 기능만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목표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토대로, 린쯔 대학 등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

김승욱 KOTRA 빈 코리아비즈니스센터장

해 노인층이 사용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제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실버 시장의 잠재력 및 그 성장 가능성이 새삼 모든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발상의 전환 및 틈새시장 공략으로, 이러한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시장에서 자리매김에 성공한 엠포리아 휴대폰의 사례는 한국의 기업들에게도 좋은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