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의 설성민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지난 20일, 청춘 뮤지컬 <청춘밴드 ZERO>가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막을 올렸다. 2010년부터 공연을 이어온 장수 뮤지컬 <청춘밴드 ZERO>가 올 11월, 시즌 4의 서막을 연 것이다. 2011년 12월 펼쳐진 중국 공연에서도 매 회 전 좌석 매진 기록을 세웠었다.

<청춘밴드 ZERO>는 그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극 중 락 밴드인 ‘블루스프링’ 멤버들을 중심으로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낸다. 락 밴드를 다루는 뮤지컬이라니, 출연 배우는 연기에 노래 게다가 100% 라이브 연주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내야 한다는 말인가.

주연 배우 목록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아이돌 밴드 클릭비 출신인 노민혁의 이름이 보인다. 그런데 노민혁 이름 옆에 낯설지만은 않은 이름이 하나 있다. 설성민.

이제 나이 서른한 살 청춘, 설성민은 올해로 연기 인생 16년 차라고 했다.

“열여섯 살 때 뮤지컬 <명성황후> 오디션에 합격했어요. 세자 역할을 맡았죠”

그는 조금 흥분한 목소리로 처음 연기를 시작한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중학교 3학년 시절, 그는 ‘배우’의 길로 첫 발을 내딛었다. 아주 어려서부터 꿈이 배우였다는 그는 자기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단다. 그저 연극이 어린 자신의 가슴을 뛰게 했다며.

“제가 인생에서 가장 잘 했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일찍 꿈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는 것이예요. 삶을 살아가면서 관심 있는 분야가 생긴다면 다른 것을 제쳐두고 정말 깊이 있게 그것에 빠져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린 나이에 자신의 꿈을 발견했고, 그 꿈에 깊이 있게 몰두한 설성민은 고등학교 1학년 무렵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대학로에 터를 잡았다. 어린 마음에 연기로 성공하고 싶은 욕심이 자리 잡았다.

당시 대학로에는 설성민처럼 어린 배우가 드물었다고 한다. 그는 고등학교 3년 동안 무려 20여 편의 연극에 출연하며 배우의 꿈을 키워 나갔다.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가듯 말이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언제나 소속사 문제가 뒤따랐다. 대학교 선배인 조승우의 <하류인생>이후 임권택 감독이 설성민을 찍어 뒀던 것도 소속사 문제로 어그러졌고, 故 여운계와 함께 촬영한 영화 <꿈은 이루어…> 역시 소속사 자금 부족으로 개봉하지 못했다. EBS드라마 <비밀의 교정>도 우여곡절 끝에 마칠 수 있었다.

“그때 제가 주연을 맡았고 이민호와 박보영이 조연으로 출연했어요. <비밀의 교정> 마치고 이제 좀 훈풍이 불어오나 했더니 또 소속사가 망해 버렸어요. 갈 곳이 없어진 거죠.”

참 굴곡 많은 인생이다. 조연이었던 이민호는 드라마계의 ‘흥행 보증수표’가 됐고, 박보영은 영화계의 핫 스타로 등극했다. 그렇게 잘 나가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자격지심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후배들의 성장한 모습이 뿌듯하기도 하단다.

연기를 시작한지 16년만인 지금에서야 배우로서 출발선에 선 느낌이라는 설성민. 그는 <청춘밴드 ZERO>의 무대에 10년 지기 친구 클릭비 노민혁과 함께 선다. 사실 설성민은 락 음악을 이번 공연 준비하며 처음으로 접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인디 밴드의 락 음악은 더더욱 몰랐다. 하지만 ‘오랜 친구인 노민혁과 함께 공연을 해서인지 ‘우정’을 주제로 하는 무대 준비가 정말 편했다‘고 말했다.

과거 여러 편의 뮤지컬을 소화해 내며 노래 실력과 연기 실력을 인정받아온 설성민은 이번 <청춘밴드 ZERO>를 마지막으로 한동안 연극이나 뮤지컬 출연을 쉬고, 드라마와 영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안성기 선생님과 찍은 <선비>가 내년에 개봉 예정이에요. 그리고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도 콜이 와서 출연 협의 중이구요. 2014년은 아마 제 연기 인생에 전환점이 될 거예요”

드라마에 출연한다면 사극에 도전하고 싶다는 설성민은 그래도 연예인이라는 이미지가 아닌 ‘배우’라는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말한다.

“배우로서 부끄럽지 않게 연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연기가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