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준 TNT익스프레스 스페셜서비스 헬스케어팀 부장

사진: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혈액, 소변 샘플뿐 아니라 인체조직, DNA, RNA, 제대혈, 세포치료제와 단백질 추출물 등 임상시험 이전의 후보물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운송하는 데에는 바이오 물류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들은 운송 제품의 특성과 목적에 따라 냉동, 냉장, 상온 포장의 솔루션을 제공해 안전하고 정확한 배송을 책임진다.

기업의 물류 업무는 원자재의 조달, 조달한 원자재를 이용한 생산, 생산한 완제품 판매에 이르는 전체의 물품 공급과정에서 물품의 운송, 보관, 재고 관리와 배송정책 등 전략적인 방법까지의 모든 과정을 말한다. 이러한 전 과정의 물류 업무를 최적의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관리, 기업의 물류 비용을 절감해주는 것이 물류전문가의 역할이다. 이들은 배송 서비스 운영뿐 아니라 영업과 물류 서비스 지원업무까지도 포괄한다.

업계에서 물류전문가로 활동한 지 올해로 10년째라는 유영준 TNT익스프레스 스페셜서비스 헬스케어팀 부장은 혈액이나 인체 조직, 제대혈 등 바이오 제품과 관련된 물류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바이오 제품은 그 특성과 목적에 따라 배송에 더 까다로운 점이 있지만, 그만큼 특화된 직업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산업공학을 전공했어요. 학부에서 물류 관련 과목을 듣고 관심을 갖게 됐고, 2004년 물류연구소에 입사했죠. 산업공학 부문의 공급망관리(SCM)를 전공한 공학박사로, 물류기업에 종사하다 2006년부터 TNT코리아에 합류했습니다.”

유 부장이 현재 속해 있는 헬스케어팀에서는 다양한 고객사들의 요구사항에 맞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물품에 따른 맞춤형 포장, 배송 경로 및 방법 분석 등을 컨설팅한다. 배송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병원이나 제약사 등으로부터 고객의 문의를 접수하고 외국 통관절차를 위한 서류작업과 물품 특성에 맞는 포장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어 냉장·냉동 특수포장을 한 다음에 배송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는 물품의 위치와 온도를 회사에 실시간으로 알린다. 배송 완료 후에는 배송 시간과 온도 등 배달 증명 서류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전 과정을 총괄하는 게 유 부장의 역할이다.

“단순한 혈액, 소변 샘플의 운송에서 시작해 현재는 인체조직, DNA, RNA, 제대혈, 세포치료제와 단백질 추출물 등의 임상시험 이전의 후보물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운송하고 있습니다. 운송 제품의 특성과 목적에 따라 냉동, 냉장, 상온 포장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필요시에는 데이터 이력 기록장치를 부착해 운송 중의 온도 변화를 기록, 제공하기도 합니다.”

유 부장에 따르면 테스트 약을 병원으로 배송해주고 환자가 먹고 나면 채취한 혈액을 받아서 분석 센터로 보내고, 이 과정에서 필요한 주사 등 여러 관련 제품을 배송하는 일을 한다. 또 산모가 아이를 낳았을 때 탯줄과 태반에 있는 혈액인 제대혈을 채취해서 배송하기도 한다.

“혈액 자체가 위험물이잖아요. 혈액이 감염자의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패키지와 운송 가이드 라인에 따라야 하는 세밀한 작업입니다. 줄기세포도 배송하는데, 이때는 온도를 마이너스 170도로 유지해 질소탱크로 운반합니다. 최대한 진동이 없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고정 장치를 이용하죠. 세포 치료제나 환자에게서 적출한 세포를 운송할 때에는 연구실로 보내서 배양한 후에 다시 환자에게 배송해서 이식하는 작업도 바이오 물류전문가가 하는 일입니다.”

유 부장은 “파손에 주의하는 것은 기본이고, 온도 컨트롤이 가장 까다롭다”며 “바이오 제품 대부분이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냉동이나 냉장 등 정확한 운송 패키지로 적정 온도대를 전 구간에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품을 해외로 보낼 때는 보통 며칠씩 소요되는데, 혈액이나 바이오 약품의 경우 세관 통과가 매우 까다롭다. 만약 세관 통과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될 경우 정해진 시간 동안 온도가 유지되지 않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유 부장의 설명이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경우가 발생하면 현지에서 냉장 차량을 수배해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그 과정을 전달받지 못했을 때는 배송 제품이 못 쓰게 되는 경우가 있어 해외 배송에는 더욱 신경을 써야 하죠.”

유 부장은 물류전문가로 활동하려면 다양한 과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회계, 전산, 통계뿐 아니라 네트워크 형성과 수리적인 기초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수학적인 개념도 갖춰야 한다. 기업이 새로운 물류 솔루션을 진행할 때, 물류비에 대해 물류센터 거점, 배송 등 여러 가지 솔루션을 통해 비용이 얼마나 들지 계산해야 하는 데에서도 수학적인 개념이 필요하다.

“고객의 요구가 다양하다 보니 같은 업종이라도 일하는 내용이 매번 달라 항상 새롭고 흥미롭습니다. 하나의 솔루션은 단 한 명의 고객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니까요. 고객이 원하는 솔루션을 내려면 아이디어와 수학적인 기초지식 배경에 솔루션을 과학적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한 거죠. 고객이 가격에 민감한지, 서비스에 민감한지 등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솔루션을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다 이뤄냈을 때의 보람은 그 어떤 일보다 값지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우선 유 부장은 ‘스트레스가 많은 일’이라는 점을 꼽았다. 다른 물류는 보내고 확인만 하면 끝이지만 헬스케어 쪽은 온도 유지 등 단계마다 체크 사항이 요구된다는 것. 해외 배송의 경우 며칠 동안 이동 상황을 체크해야 하고, 세관을 통과해 고객에게 전달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게 그의 얘기다. 또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물류일 경우 온도계를 수시로 체크해야 하고,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면 시차가 있어 새벽까지도 전화와 메일을 체크해야 한다는 점에서 철야근무를 해야 할 때도 있다고 한다.

물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산업공학과 등 물류 관련 분야의 전공을 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필요한 업무의 특성상 회계나 재무, 경영학, IT 등의 전공자도 충분히 역량을 펼칠 수 있다.

자격증은 국내에서 실시되는 물류관리사 자격증과 미국에서 주관하고 있는 생산재고관리사(CPIM:Certified in Production and Inventory Management), 국제 물류전문가(CPL: Certified Professional Logistician)과 같은 물류 관련 자격증이 있다. CPL의 지식체계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효율적인 비용 절감과 고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많은 기업에 반드시 필요한 물류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중 하나다.

유 부장은 “현재 삼성전자, 지멘스, 현대중공업, LG전자, 아시아나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중·장기 물류 핵심인력 개발계획의 일환으로 CPL 자격과정을 관련 분야의 교육 프로그램에 포함시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꼼꼼하게 체크를 해야하기 때문에 세심한 성격의 소유자가 하기에 적합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아울러 고객사의 요구 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조율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또한 갖추면 좋겠죠. 전체의 50% 정도가 해외 배송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언어능력은 필수입니다.”

물류전문가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은 국제 특송 기업, 국제시장으로 본격적인 진입을 시작한 국내 택배 등 전문 물류기업은 물론, 자사의 물류 관리가 필수적인 제조 및 유통 업체 등이 있다. 또 국내 시장과 더불어 해외 시장까지 진출해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글로벌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 부장은 “물류회사에서 기본기를 닦은 후에 제조나 유통 회사에서 미국이나 유럽의 큰 회사들과 함께 일하게 되면 글로벌 네트워크에 대해 배울 수 있다”며 “글로벌 인재로 도약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인 직업”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 바이오 물류전문가가 되려면

하는 일은 혈액, 소변 샘플, 인체조직, DNA, RNA, 제대혈, 세포치료제 등 다양한 바이오 제품을 운송한다. 아울러 제품의 특성과 목적에 따라 냉동, 냉장, 상온 포장의 솔루션을 제공해 안전하고 정확한 배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자격증은 국내에서 실시되는 물류관리사 자격증, 미국에서 주관하고 있는 생산재고관리사(CPIM), 국제물류전문가(CPL)가 있다.

전망은 전문 물류기업은 물론, 자사의 물류 관리가 필수적인 제조 및 유통 업체 등에서 수요가 있다. 또 국내 시장과 더불어 해외 시장까지 진출해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글로벌 인재로 거듭날 수 있는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