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8일 경주의 대명콘도에서 박준수 LG전자 노조 위원장이 USR헌장(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실천지침) 실천을 다짐하는 서명을 하고 있다.(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최근 리서치 업체를 찾는 대기업 노조의 발길이 분주하다. 대기업 노조가 리서치 업체를 찾는 비율이 매년 15% 이상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왜 그럴까.

혹자는 회사 관련 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임금 등 직원의 복리후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카드로 활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틀린 것은 아니다.

내부 문제 해결 목적
그러나 노조가 리서치 업체를 찾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노조원이 노조와 노조 임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하는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자칫 ‘강성 노조’ ‘황제 노조’로 비춰질 경우 향후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A리서치 업체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 노조에서 노조원들을 상대로 한 설문 요구가 늘고 있다”며 “대부분 노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B리서치 업체 관계자 역시 “대기업 노조의 설문을 진행한 적이 있다”며 “노조 임원진이 찾아와 해당 노조의 고위 임원에 대한 생각에 초점을 맞춰달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노조가 리서치 업체의 설문 결과를 토대로 하부 노조의 반발 수위를 조절하고 하부 노조원에 대한 배려에 신경을 쓰는 등 이미지 쇄신이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배경에는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일부 있기 때문이다.
과거 노조는 무조건 약자로 인식됐지만 최근 기업 내 최고 권력기관으로 부상한 탓이다. 파업을 주무기로 모든 문제를 해결 온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노조 고위 임원의 이익을 위한 파업이 잦아 하부 노조원의 반발에 부딪혀 겪는 내홍도 잦았다.

실제 대기업 일부 노조의 고위 임원은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서도 웬만한 고위 임원 연봉을 받고 있다.

또 일부 임원은 기득권을 위해 파업을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
C금융사 관계자는 “과거 노조가 약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했다면 2005년 이후부터는 노조 내부의 세력다툼이 많이 일어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C금융사는 2005년 한 개의 노조에 두 명의 노조위원장이 등장, 한바탕 세력다툼을 벌인 곳이다.

잦은 파업을 한 것도 노조 위원장의 세력 다툼에서 시작됐다. 당시 하부 노조원이 직접 나서 노조 위원장에 대한 규탄대회를 열기도 했다.

하부 노조원의 반발은 노조 운영에 직접적인 피해로 연결된다. 또 노조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노사협상 과정에서 좋지 않은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때문에 노조 임원의 주 업무 중 하나로 하부 노조원 관리가 포함돼 있다.

새로운 노조문화 열리나
A리서치 업체 관계자는 “최근 노조가 그동안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듯 보인다”며 “내부 이미지 쇄신 움직임을 통해 국내 노조 문화의 새로운 전기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