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교육대 후문 맞은편에 우리술 전문점 ‘술익재’가 문을 열었다. ‘술익재’에서는 직접 빚은 가양주(家釀酒)와 팔도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다.

가양주는 말 그대도 집에서 직접 빚은 술을 뜻한다. 일제 강점기가 시작된 1909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주세법이 공포됐다. 명분은 주질 향상과 국민보건이었지만 사실은 세금징수가 목적이었다.

이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집집마다 술을 빚었다. 대부분은 노동주, 제사용, 손님접대 등 자가소비용이었지만 술을 빚어 판매하는 집도 전국적으로 15만 곳이 넘었다고 한다. 그만큼 술의 종류와 빚는 방법이 다양했다.

1916년 일제가 주세법을 주세령으로 고쳐, 직접 빚은 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전문제조업자(양조장)에게 술을 사먹는 것이 유리한 환경으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우리의 가양주 문화는 점점 사라지고 만다.

직접 빚은 맑은 술 ‘술익재 화이트’
술익재가 빚은 맑은 술 가양주란 뜻에서 ‘술익재 화이트’란 이름이 붙였다. 예로부터 집에서 술을 빚을 때, 잘 발효된 술독에서 맑은술을 떠낸 후, 술독에 남은 술 찌개미에 물을 부어 막걸리를 걸렀다.

그래서 맑은술은 막걸리에 비해 색깔이 맑고 주도가 높으며 술 본래의 맛과 향을 지닌 고급술이어서 제사와 손님접대에 사용했다.

‘술익재 화이트’는 가양주 문화 계승 차원에서 빚은 술이며 방부제나 감미료와 같은 첨가제를 넣지 않고 100% 우리쌀과 누룩, 효모만으로 순수하게 빚은 술. 술 본래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도록 살균하지 않은 생술이다.

막걸리와 달리 약 20일 동안 장기 저온발효로 뒤끝이 깨끗하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750여개의 막걸리 양조장이 남아 있고, 그중에는 100년 세월동안 대를 이으며 술을 빚어온 유서 깊은 도가들도 있다.

‘술익재’에서 떠나 보는 팔도 막걸리 투어
‘술익재’에서는 서울에서 만나기 어려운 강원, 경기, 경남, 경북, 전남, 전북, 충북의 유명양조장 막걸리를 효모가 살아있는 상태로 공수해와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는 전국 우리술 빚기 숨은 고수를 찾아내 손님들에게 그 술맛을 선보일 예정이다.

강원도 막걸리인 ‘주문진탁주’는 주문진양조장의 박용덕 사장이 만든 막걸리다.
박사장은 강릉시에서 개최하는 단오축제에 사용되는 제주 ‘단오신주’를 빚는 장인이기도 하다.

경기도 막걸리인 ‘배다리막걸리’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도가인 고양탁주가 생산하는 막걸리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마신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전통누룩인 통밀누룩으로 만드는 부산의 ‘금정산성 막걸리’는 병자호란이후 부산 금정산성 축조를 위해 동원된 장정들에게 제공할 술을 인근주민들이 만든 것이 그 기원이다.

이 외에도 경북의 ‘은자골탁배기’, 전남의 ‘설성동동주’, 전북의 ‘송명섭막걸리’ 등 전국의 막걸리를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