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 대학


미국 대학들이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기업 후원은 물론 개인 기부도 줄어들면서 대학들은 스스로 돈 벌 궁리에 빠졌다.

지난 2월2일(현지시간) 비영리기구 교육보조위원회(Council for Aid to Education)가 발표한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미국 대학 기부금 금액은 전년대비 12% 가량 감소한 278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여파로 기부금 규모가 53년래 최대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지난 10년간 대학 기부금은 매년 평균 4.1%씩 증가했다.

위원회의 존 리핀코트 회장은 “기부금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적게 모였다”며 “개인기부가 크게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당초 2009년 대학 기부금이 전년대비 3.9%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졸업생들의 기부, 즉 동문의 참여가 특히 저조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동문 기부의 비중은 10%로 집계됐는데 이는 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졸업생들이 내놓은 총 기부액 규모는 18%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의 지원도 전년대비 6% 가량 줄어들면서 예전만 못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위원회 측은 “기업 기부는 개인기부 처럼 크게 줄지는 않았다”며 “개인 기부는 감정적인 요인에 많이 좌우되는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의 경우 아이티 지진과 같은 사건들이 기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우려 된다”고 덧붙였다.

하버드 대학

지난해 가장 많은 기부를 받은 미국 대학은 스탠포드(6억4000만 달러), 하버드(6억200만 달러), 코넬(4억4700만 달러) 순이었다. 국립대 가운데에서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3억5200만 달러), 위스콘신-메디슨 대학(3억4200만 달러) 등이 있었다.

한편 기부금이 줄어들면서 대학들은 다른 자금 조달 방법을 모색 중이다. 지난해 하버드 대학과 프린스턴 대학이 30년 만기 채권을 발행했고, 예일대와 스탠포드대는 5년 만기 채권을 발행, 채권시장 랠리를 틈탄 자본조달에 나섰다. 하버드대학과 프린스턴 대학은 이를 통해 각각 25억 달러, 10억 달러씩을 조달했다.

올해 초에는 영국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이 8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채권발행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 대학의 앤드류 레이드 재무담당 이사는 “보통은 기부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하버드대는 기금운용을 통해 쏠쏠한 재미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 대학의 기금은 2008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10년간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하버드대 기금은 이 기간 동안 연평균 14%의 수익률을 올린 반면 미국과 캐나다 대학들의 평균 수익률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6.5%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기부금을 통한 자금조달에 부족함을 느낀 대학들이 보다 본격적으로 자본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시아경제신문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