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다 vs 아니다

두바이의 스카이라인

세계 금융위기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곳이 있을까. 하지만 두바이만큼 큰 영향을 받는 곳도 없을 듯싶다. 금융위기의 경제적인 영향이 가장 큰 문제지만 이를 둘러싼 논쟁은 어느 곳보다 뜨겁다.

각종 언론 매체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전하는 뉴스는 정말 충격적이다.
한편으로는 진실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로 뉴스가 매우 논쟁적이고 상충된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상당수 프로젝트가 중단됐다는 소식은 사실로 통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시각은 전혀 딴판이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프로리즈는 진행 중이던 1289건(1조280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가운데 52%(5820억달러 규모)가 중단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현지 신문들은 나머지 698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되받아쳤다. 잔에 물이 반쯤 남았을 때 ‘반이나 비었네’라고 말하는 사람과 ‘반이나 남았군’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것과 같다.

부동산 침체원인 의견 분분

두바이 옹호론자들과 비판론자들 사이에 핵심 이슈인 ‘부동산시장의 침체 원인’을 두고도 큰 시각 차가 나타나고 있다. 침체 원인이 외생적인 것이냐 아니면 내생적인 것이냐가 논쟁의 핵심이다.

두바이 옹호론자들은 점차 커지고 있는 두바이가 세계 금융위기라는 외생적인 변수에 영향 받았을 뿐 두바이 부동산시장 자체의 토대는 여전히 튼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급 과잉과 불투명성으로 세계 금융위기가 영향을 미치기 전부터 두바이 부동산시장은 이미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견해다.

두바이로서는 울고 싶은 판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뺨을 때려준 격이라는 해석이다. 결국 원인에 대한 시각 차이는 향후 세계 경제가 회복기로 돌아섰을 때 두바이가 가장 먼저 회복할 수 있겠느냐는 점에 대한 전망의 차이다.

두바이 인구 ‘준다’vs‘는다’

두바이 인구가 준다거나 두바이 대탈출이 시작될 것이라는 좀 더 민감한 문제들은 여전히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두바이 인구 변화는 바로 ‘빅두바이 스토리’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스위스의 한 은행이 두바이 인구가 올해 8% 줄 것이라고 보도하자 며칠 뒤 오히려 늘고 있다는 반박 기사가 현지 신문에 등장했다. 급기야 두바이 국제공항에 버려진 자동차가 넘쳐난다는 외신이 나오자 두바이 당국은 지난해 두바이 국제공항에 방치된 차량이 겨우 11대라며 발끈했다.

하루 1500명의 비자가 취소되고 있다는 보도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비자가 발급되고 있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하지만 인구 증가세가 다소 둔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 인정했다. 한창 건설 중이던 두바이가 세계 금융위기와 함께 자국을 둘러싼 논쟁 속에 빠진 형국이다. 두바이가 장밋빛 꿈을 되살리려면 많은 논쟁에서 벗어나 세상의 신뢰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아시아경제신문 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