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의 주가가 다시 100만원 밑으로 내달리고 있다. 3분기 별도기준 실적이 부진한 데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등기임원직을 사임하는 등의 여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오리온은 지난15일 92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7.62%(7만6000원) 내린 수준이다. 오리온은 올해 4월 18일에 최고가인 123만9000원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 10월17일 86만7000원을 기록하며 7개월째 주가가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발표된 3분기 실적은 시장의 우려를 가져왔다. 내수와 직수출을 포함한 본사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7%, 68.2%씩 줄어든 탓이다.

대신증권은 15일 오리온에 대해 해외제과 부문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등 단기적인 성장모멘텀이 약화됐다면서 목표주가를 113만원에서 105만원으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시장수익률'로 각각 하향조정했다.

오리온은 3분기 매출액 6296억원, 영업이익 71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4.6%, 19.4%씩 성장했다.

이선경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사 실적 기준으로 대신증권 추정치에 부합하지만 해외제과는 예상보다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5%, 19%씩 증가했는데 낮아진 기저효과에도 성장률 상반기와 유사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베트남과 러시아 법인 경기부진으로 전년동기와 유사한 매출을 기록해 해외제과 전체적으로 매출이 12% 성장하고, 영업이익이 23% 증가했다"며 "해외제과 시장의 경기부진으로 글로벌 업체들의 상당수가 아시아 지역 매출 감소세를 기록한 것과 대비해서는 선전한 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높은 성장 스토리 유효하지만 중국와 글로벌 내수 경기둔화와 경쟁심화로 단기적인 성장모멘텀 약화됐다"며 "해외제과 성장 둔화를 감안해 내년과 2015년 주당순이익(EPS)을 각각 9% 하향 조정했다"고 전했다.

해외제과 부문의 성장성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14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이 해외사업을 직접 챙기고 강원기 대표가 국내사업을 맡는 것으로 경영권이 정리됐다.

오리온의 부실경영을 이끌어 온 담 회장 부부가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는 해외시장을 전담한다는 것이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은 오리온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에서 맡고 있는 등기이사직은 유지한다. 오리온 관계자는 “실무 경영진의 의사결정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경영상 달라지는 점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두 오너의 등기이사직 사퇴 이유에 대해 다른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경제민주화 바람으로 오너 일가의 사회적·법적 책임이 강화된 상황에서 등기이사직을 유지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게 그들의 시각이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담 회장은 작년 오리온으로부터 매달 5억1761만원의 급여(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보수월액 기준)를 받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액수는 오리온 직원 평균 연봉의 180배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