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편집 이사

 

붐, 앤디, 이수근 등 도박에 빠진 연예인들 얘기가 온통 화제다. 친근한 이미지의 유명 연예인들이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듯 도박에 빠져들었다는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의진 의원(새누리당)이 게임을 도박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법안을 발의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게임과 도박은 일견 닮아 보이지만 분명히 다르다. 게임이 ‘규칙을 정해 놓고 승부를 겨루는 놀이’라면, 도박은 ‘요행수를 바라고 불가능하거나 위험한 일에 손을 대는 것’이다. 승부를 건다는 점은 닮았다.

하지만 게임에선 승부에 져도 패배에 그치지만, 도박에서는 패배가 바로 패가망신으로 이어진다. 게임의 친구가 경기나 내기라면, 도박의 친구는 노름이나 투전이다. 친구만 봐도 게임과 도박이 서로 남남임을 알 수 있다.

게임은 이제 하나의 산업으로 어엿하게 자리 잡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의 규모는 이미 1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수출액만 3조원으로 K팝(한류음악)의 7배가 넘는다.

반면, 도박은 여전히 공공의 적이자 척결대상으로 분류된다.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이 “탐욕의 아들이고, 부정의 형제이며, 불행의 아버지”라고 질타한 대상도 바로 ‘도박’이었다.

이른바 ‘신의진 법’에 대한 게임업계의 반발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 관계자는 “게임이 도박, 마약, 알코올과 똑같은 취급을 받는 게 너무 억울하다”며 “스마트폰에 게임 앱을 설치하면 마약을 소지하거나 도박장을 개설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인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게임중독법 온라인 반대 서명자가 불과 며칠 만에 30만 명에 육박할 정도다.

여성가족부가 인터넷게임을 겨냥, 강제 셧다운제를 시행한 이후 국내 게임업계는 이미 그로기 상태다. 여기에 게임중독법이라는 족쇄마저 채워진다면 이는 게임산업에 대한 사망선고나 다를 바 없다. 한마디로 ‘게임 오버(game over)’다.

지난 17일 폐막한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에선 불길한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독일 연방주가 부산 지스타 현장에서 세미나를 열고 “한국과 달리 게임 규제가 없는 독일로 오라”며 국내 게임업체들에 노골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일부 게임개발자들은 나흘간 열린 이번 지스타 행사에 “게임의 사망을 알리는 ‘3일장’을 치른다”며 근조 복장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과 스마트폰 중독이 이미 도를 넘어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게임 중독이 무섭다기 보다는 중독 자체가 문제다. 올 연말 개봉 예정인 다큐멘터리 영화 ‘중독(Addiction)’은 6대 중독 대상으로 도박, 마약, 알코올, 음란, 스마트폰과 함께 게임을 꼽았다. 감독이 각국의 여러 중독자들을 인터뷰해 영화로 만들었다고 하니 중독 예방에 적잖은 도움이 될 듯싶다.

엄밀히 말해 일에 중독된 워커홀릭이나 사랑중독증인 러브홀릭, 취미에 집착해 헤어나지 못하는 하비홀릭 등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중독을 유혹하는 숱한 ‘요물’이 넘쳐나는 요즈음, 즐기되 빠지지 않는 나름의 묘책을 적어도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만 할 것 같다.

게임이 도박이나 마약과 함께 도매금으로 취급되는 현 상황은 ‘옥석구분(玉石俱焚)’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옥과 돌이 모두 함께 불에 타버려 선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 모두  망하고 말았다는 뜻이다. 흔히 쓰이는 ‘옥석을 구분(區分)한다’는 표현과는 완전히 다른 뜻이다. 하긴 게임과 도박, 즉 옥석을 제대로 구분해야  ‘옥석구분’을 막을 수 있다고 하면 의미가 통하기는 하겠다.

이번 부산 지스타는 32개국 512개 게임관련 업체가 참여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13지스타 주제인 ‘게임 투게더, 드림 포에버(Game together, Dream forever-게임은 함께, 꿈은 영원히)’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게임에 대한 인식의 전환부터 이뤄져야 한다.

인터넷게임은 미디어콘텐츠의 하나로, 가꿔야 할 ‘문화’인 동시에 키워야할 ‘꿈’이 아니던가. 복잡다단한 현실 속에서 중독을 걱정하지 않으면서 몰입의 기쁨을 누리는 것은 아무래도 호사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