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자넷 옐런 부의장이 상원 인준 청문회를 위해 준비한 연설문이 공개됐다. 공개된 연설문에서 옐런은 경제회복을 지원하는 것이 정상적 통화정책으로 복귀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며 양적완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가장 우려했던 신흥국 증시와 외환시장은 일제히 안정세를 되찾아 글로벌 경제가 한시름 놓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Tail Risk(꼬리위험)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Tail Risk는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악영향을 세계 경제에 줄 수 있는 위험을 말한다.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등도 나타날 확률이 극단적이었지만, 그 충격이 컸던 대표적인 사례다. 학습효과 때문인지 글로벌 경제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테이퍼링 시기로 인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좀처럼 가시지 않자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Tail Risk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꼽는 대표적인 Tail Risk 재료는 단연 테이퍼링으로 인한 신흥국 위기다. 이번 옐런의 발언으로 신흥국 증시와 환율이 크게 변동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펀더멘털이 취약해 불안한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이들 신흥국들의 경제나 부채가 크게 개선되지 않아 테이퍼링이 실행되면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달 초만 해도 미국의 10월 고용지표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자 연내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 신흥국 통화가치와 주식시장은 하락곡선을 그렸다. 당시 가장 타격이 컸던 곳은 지난 6월 신흥국 위기설의 진원지였던 인도다. 13일 미국 10월 고용지표가 발표하자 루피화는 전일 대비 2.42% 상승한 63.67루피로 치솟았다. 지난 9월 18일 이후 최저 수준으로 루피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인도 센섹스지수도 한동안 외국인 투자자 등이 몰리면서 이달 1일 21,239.36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미국 고용지표 발표 후 6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지속해 현재 20,247.52까지 떨어졌다.

이 밖에 다른 신흥국들도 주식과 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윤향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테이퍼링은 실시될 것이며 신흥국도 지난 6월처럼 환율과 증시 등에서 악영향을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테이퍼링으로 달러 금리가 상승할 경우 신흥국이 갖고 있는 과도한 외채는 무거운 이자 부담으로 연결될 것이고 이는 유럽과 중국 경제에 불안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Tail Risk를 유발할 수 있는 두 번째 원인은 중국의 경착륙이다. 지난 12일 막을 내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 회의(3중전회)에서 저성장 기조를 공식화한 만큼 중국 경제 성장이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칠 뿐 아니라 경제와 금융시스템 전반에 걸쳐 의문점이 상당수에 이른다. 특히 중국의 부채는 향후 금융위기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을 만큼 우려되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부채 증가 속도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미국을 앞질러 내후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240% 규모로 불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경제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중국에 대한 원자재와 무역 의존도가 높은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등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마크 파버 글룸붐앤둠 편집자 겸 발행인도 최근 한 포럼에서 “중국 경기 둔화는 원자재 생산국가에 큰 타격”이라며  “중국 리스크가 신흥국가에도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 Taik Risk 재료는 유로 국가의 부채다. 유럽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났다고 하지만 유럽 내에서도 섣부른 착시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15일 유럽연합 산하 유럽통계청에 따르면 유로존의 3분기 국내총생산이 전 분기보다 0.1% 증가했다. 이는 시장이 예측한 0.2%에 미치지 못한 수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가상승률이 유럽중앙은행(ECB) 목표인 2%에 한참 모자란 1.1%를 기록한 것은 부채규모가 큰 유럽 국가에 치명적이다. 즉 경제가 둔화된 상황에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실질금리가 상승해 채무 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최근 이탈리아, 스페인, 아일랜드의 GDP 대비 정부부채 규모가 각국의 긴축정책에도 지난 2년간 10%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이들 국가의 부채 폭발은 신흥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며 자본시장마저 위협해 제2의 유럽발 재정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의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