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에서 찾은 블루, 블루오션에서 찾는 블루’

글로벌 1위 기업 삼성전자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혁신보다는 진화에 강한 회사였다. 즉 모험보다는 안정 성장을 추구하는 DNA로 무장했다. 그래서 글로벌 1위기업 삼성전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글로벌 1위 기업 삼성전자가 또다시 변신을 쫓는다. 지금까지 통했던 전략들을 모두 버렸다. 초심으로 돌아가 리딩컴퍼니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스마트폰, 반도체, TV, 2차전지 등 글로벌 1위 품목을 다수 확보했지만, 기존 사업의 이익 창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치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레드오션에서 찾는 블루오션, 블루오션에서 찾는 블루오션’ 전략으로 새롭게 무장한 뉴 삼성전자의 향후 행보를 엿봤다.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실적 잠정 집계결과 영업이익 10조16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분기 기록했던 최고치 9조5300억원보다 6300억원(6.6%) 늘어난 것이며, 얼마 전 발표된 구글의 분기영업이익 27억달러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지난 2분기에 이어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는 사실은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이 “삼성을 배우고 싶다”고 한 말이 그저 ‘인사치레’가 아님을 입증한 것이다.

이와 같은 실적에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와 기형적인 수익구조로부터 파생된 ‘위기론’을 완벽하게 가라앉히진 못했다. 여전히 스마트폰 사업 한 개가 그룹 전체 이익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또한 반도체, TV, 2차전지 등 글로벌 1위 품목을 다수 확보했지만, 기존 사업의 이익 창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6일 삼성전자가 8년 만에 국내외 기관투자가 등을 초청한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삼성전자의 둔화설’을 말끔히 잠재웠다. 행사에 참여한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리스크 변수를 잘 파악하고 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듯했다”고 평가했다.

‘2020년 매출액 4천억달러’라는 비전 아래 진행된 이날 행사는 삼성전자가 지속 성장을 가능하게 할 장기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8년 전 윤종용 부회장이 ‘5년 후 2배 이상의 매출을 올려 명실상부한 세계 전자업계 톱3에 진입할 것’이라는 다소 무리한 목표를 제시한 첫 번째 애널리스트 데이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결국 이 목표를 달성했다.

마이클 포터의 성장전략으로 본 삼성전자

두 번째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삼성전자가 제시한 2020년까지 앞은 남은 기간은 7년. 재도약에 나선 삼성전자의 성장 방정식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삼성전자 내부에서 안정적 진화를 찾고 외부에서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즉 삼성전자의 하드웨어(H/W )강점을 유지하며 새로운 변화에 면밀히 대응해 타깃 고객층에 맞는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형성하는 것이다. 더불어 더 나은 삶(Smarter life Era) 시대를 대비해 소프트웨어(S/W)경쟁력을 높여 멀티미디어 서비스∙스마트 홈∙의료기기∙기업 솔루션 등의 융합 상품들을 제공하겠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성장전략은 글로벌 경쟁과 기업전략 전문가로 알려진  마이클 포터 하버드 대학교 교수의 경쟁전략에 빗대어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포터는 경쟁우위의 원천이 되는 경쟁전략을 세 가지로 분류했는데 그 첫 번째가 비용우위 전략(Cost Leadership Strategy), 두 번째가 차별화 전략(Differentiation Strategy), 세 번째가 집중화 전략(Focus Strategy)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부품의 내재화와 꾸준한 CAPEX(자본적지출)를 통해 시장에서 비용우위를 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세트(완제품)부문에서는 SW 경쟁력을 강화하고, 부품부문에서는 기술 장벽을 뛰어넘는 핵심 기술력 확보로 차별화 전략과 집중화 전략을 실행할 계획이다. 물론 마이클 포터에 의하면 이 중 두 가지 이상을 동시에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프리미엄 시장만 공략하던 애플이 아이폰 5C를 양산해 중∙저가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사례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각각 노키아, 모토로라를 인수한 모습에서 하나의 경쟁우위만 확보해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HW 리더 굳히고 SW에서 새 성장동력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프리미엄 시장은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다. 실제 프리미엄 시장은 전체 스마트폰 내 비중이 2011년 48%에서 2013년 35%로 축소되고 있으며 2015년에는 28%로 낮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프리미엄 시장의 둔화가 스마트폰 시장 전체의 정체를 의미하진 않는다. 시장이 진화하면서 피처폰 때와 마찬가지로 본격적인 대중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스마트폰 업체들은 중저가 폰에 대한 적극적 전략이 필요하다. 실제 프리미엄 제품만 고집하던 애플이 아이폰5C를 출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된다. 하지만 중저가 폰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더라도 적정 수준의 성능을 요구하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부품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 프리미엄 제품과 마찬가지로 중저가 제품도 이미 고사양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삼성전자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이유인 즉 삼성전자는 핵심부품 수직계열화를 통해 시장 트렌드를 실시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꾸준한 자본적 지출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핵심 플랫폼을 공유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즉 삼성전자는 위와 같은 자사의 장점을 활용해 비용우위 전략과 차별화 전략을 실행할 계획이다. 우선 핵심 플랫폼을 공유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갤럭시 S4 및 S3를 최상위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 그 아래에 갤럭시R, 갤럭시W, 갤럭시M, 갤럭시Y 등의 하위 브랜드를 보유해 각기 다른 고객 니즈를 충족시켰다. 또한 갤럭시 S4에 반영된 기술과 부품을 시차를 두고 갤럭시R 등에 활용해 비용우위 전략을 펼쳤다. 프리미엄 제품의 부품이나 기술이 러닝커브를 갖추게 되면 이를 중저가급에 적용해 단가가 하락하더라도 이익을 보전할 수 있는 효과를 거뒀다.

이러한 비용우위 전략을 통해 삼성전자의 IM 사업부는 지난 3분기 18%를 상회하는 이익률을 기록했다. 반면에 삼성전자처럼 원가경쟁력이 높지 않은 ZTE와 HTC 등 주요 경쟁사들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5% 이하였다. 이런 이유로 향후 몇 년간 지속될 중저가 제품의 강세 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모바일 기기 경쟁에서도 비용우위 전략과 차별화 전략을 동시에 실행해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모바일 기기의 방향성은 플렉서브, 연결성, 음성/동작 인식, 헬스케어 등으로 예상되는데 삼성전자는 그동안 부품의 내재화를 통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무선충전, 헬스케어 등 차세대 제품에 필요한 각종 부품 기술을 확보해왔다. 즉 이들 기술을 조합한다면 소비자가 원하는 새로운 것을 언제든지 재창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차세대 모바일 꼽히는 대표적인 제품인 스마트워치에서도 그 역량을 발휘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특허청에 ‘삼성 갤럭시 기어 (Samsung Galaxy Gear)’라는 이름으로 상표를 출원했고, 9월에 해당 제품도 출시했다. 스마트워치에서 경쟁자로 여겨지는 애플보다 한 발 앞선 혁신을 보여준 것이다.

   

삼성개발자 회의, 또 다른 삼성 생태계의 출발

그동안 지적 받아온 SW의 취약점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회의와 타이젠 개발’를 통해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업체로라는 인식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실제 인텔과 공동으로 개발 중인 운영체제(OS) ‘타이젠’ 출시도 목전에 두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미래에 대한 대비로 모바일 웹과 플랫폼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타이젠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전했다. IT전문매체 씨넷은 “타이젠은 삼성전자에게 더 많은 통제권을 부여할 것”이라며 “구글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소프트웨어를 확보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자 생존체제를 구축하게 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타이젠의 경쟁력은 자유로운 호환성에 있다. HTML5로 제작된 콘텐츠는 다른 OS나 웹 브라우저에서도 같은 형태로 실행이 가능해 스마트폰, 태블릿, TV 등 하드웨어 기기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호환할 수 있다. 현재 모바일 OS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의 iOS와 안드로이드에서는 자사 기반의 전용 앱만 정상적으로 실행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차세대 기기의 방향성 중 하나인 연결성을 강화할 수 있고 더욱 견고한 ‘삼성 생태계’를 구축해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삼성전자는 개인 모바일 기기로 업무를 처리하는 BYOD(Bring Your Own Device) 트렌드를 반영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모바일 보안 플랫폼인 ‘녹스(KNOX)’를 선보였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HW와 SW가 결합된 결과물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보안솔루션 녹스를 무기로 글로벌 스마트폰 B2B 시장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업계는 업무용 스마트폰 패권을 틀어쥐고 있던 블랙베리의 입지가 크게 약해지고 있을 만큼 삼성전자의 파괴력은 강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뉴질랜드 이동통신사 ‘텔레콤 뉴질랜드’, 캐나다 이통사  ‘벨’과 잇달아 녹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시장조사기관 SA에 따르면 올해 2억7800만 대로 추정되는 스마트폰 B2B 시장은 2017년 4억800만 대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삼성으로서는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를 맞았다는 평가다.

“가전은 죽지 않았다” 레드오션 전략 본격 가동

삼성전자의 생활가전은 천덕꾸러기였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가전부문의 올 3분기 실적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4300억원에 비해 14%나 감소한 35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가전의 꽃인 TV의 실적이 좋지 않았다. 대형과 프리미엄 TV에 강점을 지닌 삼성전자로선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가 실적둔화에 큰 원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UHD TV를 앞세워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 방송사와 콘텐츠 제작업체들이 UHD용 영상 제작에 뛰어들면서 내년은 UHD TV 성장의 원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세계 UHD TV 수요는 올해 128만 대에서 내년 564만 대로 340% 성장해 전체 평판 TV 시장에서 2.7%에 불과하던 UHD TV 비중이 8.7%로 껑충 뛸 것이란 게 시장조사기관들의 예측이다. 이미 110•98인치 UHD TV, 55•65인치 곡면 UHD LED TV, 55인치 곡면 UHD OLED TV 등 총 6개 모델을 선보여 시장 주도자임을 분명히 했던 삼성전자는 앞으로 UHD TV 시장에서 앞선 기술로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예측된다.

 

융합으로 스마트 홈을 완성한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보유한 IT기술은 가전제품과 결합해 또 다른 시장을 개척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스마트 홈이다. 지난 CES와 2013 IFA에서 선보인 스마트 홈은 삼성전자의 스마트 기술과 융합해 차별화된 미래 거실 모습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2013 IFA 기간 동안 전시장 내에 자녀방, 침실, 거실, 주방을 실제처럼 각각 꾸며 스마트 기술과 가전제품의 융합이 실생활에 얼마나 유용한지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냉장고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과 동기화해서 필요한 식재료 목록을 간편하게 기록할 수 있고, 각 가전을 스마트TV와 연동하면 TV를 통해서 제품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의 마스터 키(Master Key)를 사용하면 외출할 때나 귀가할 때에 조명을 포함한 모든 가전기기들을 미리 설정해놓은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다. 이러한 스마트 홈은 향후 무선근거리통신(NFC)의 기술에 따라 그 활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 홈의 핵심이 연결성인 점을 감안한다면 스마프폰을 중심으로 제품 간 연결성이 뛰어난 삼성전자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데이터 인프라 사업은 새로운 기회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 기업이다. 삼성전자가 변동성이 심한 IT 환경 속에서도 1위 자리를 지킨 이유는 세트(완제품) – 부품 – 장비/소재 업체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특히 제일모직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소재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세메스, 세크론을 통해 장비 내재화도 진행하고 있어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세계 유일무이한 포지션을 구축해놓았다. 또한 압도적인 공정 스피드, 풀라인업 대응을 통해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어 당분간 반도체 1위라는 타이틀을 쉽게 내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단순히 넘버원이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유일무이한 제품을 내놓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즉 세트(완제품) – 부품 – 장비/소재 업체로 이어지는 유일무이한 포지션을 통해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해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의미다.

최근 발표한 V낸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이번 V낸드 개발에 성공해 경쟁사 대비 훨씬 더 작은 투자비로 물리적 특성이 뛰어난 NAND 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기존 2D MLC 플래시의 최대 약점인 내구성을 10배까지 높일 수 있어 데이터센터용 SSD(Solid State Drive)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실제 삼성전자는 SSD 기업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는 18개월마다 2배씩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이렇게 증가하는 데이터는 빅데이터의 대두로 인해 경제성을 갖춘 자료로 재탄생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더 많은 서버와 스토리지다. 이에 SSD가 최근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비용과 수명 면에서 치명적인 단점을 보유하고 있어 그 시장성에 비해 성장성은 느린 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V낸드를 개발함에 따라 그동안 비용 문제로 채택을 미뤄온 수요층을 공략해 빠른 속도로 기업용 SSD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갈 수 있게 됐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반도체 역량을 활용해 서버 및 데이터 사업에 추진할 수 있는 회사”라며 “향후 빅데이터 시대가 더욱 확대될 것이고 이에 대한 인프라 사업은 삼성전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