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잘할 수 없나”, “좀 더 잘 만들 수 없나”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품질개선을 위한 연구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좀 더’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이는 선친인 정주영 창업주가 안 된다고 하소연하는 임원들에게 “이봐, 임자, 해보긴 해봤어?”라고 다그쳤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현대기아차의 품질 향상을 위해 정 회장은 항상 고민하고 직원들을 격려해왔다. 정 회장의 품질경영 핵심 중 하나는 연구개발이 품질의 70~80%를 좌우한다는 신념이다.

자동차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 회장의 연구개발 노력은 전수검사장치 도입 일화에 잘 나타나 있다. 지난 1999년 회장 취임 초기부터 품질상황실을 통해 보고되는 문제점을 유심히 보던 정 회장은 간간이 주행 중 엔진이 멎는 결함을 어떻게 해결할지 줄곧 고민했다. 평소 “가다 서는 건 차도 아니야”라고 강조하던 터였다.

2002년 6월 정 회장은 이현순 연구소장을 호출해 주행 중 엔진이 멎는 결함원인을 샅샅이 조사해 오라고 지시했다. 엔진 문제의 원인을 송두리째 고치겠다는 생각이었다. 4개월 동안 결함 원인을 조사한 뒤 이 소장은 전장부품에 상당부분 문제점이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정 회장에게 올렸다.

이 소장의 보고를 들으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정 회장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 말야. 센서, 컴퓨터를 엔진에 달기 전에 낱낱이 새로 검사를 하면 어때?” 전수(全數)검사를 하라는 얘기였다. 사실 이들 부품은 납품업체가 생산과정에서 이미 검사를 마친 상태였지만 그것을 가져와 일일이 새로 검사하라는 것이었다.

이후 현대차는 정 회장의 지시로 약 1000억원을 들여 공장마다 전수검사 시스템을 갖췄다. 이런 시스템을 갖춘 곳은 현대차가 세계적으로 유일하다. 그 덕에 최근에는 전장부품이 말썽을 일으켜 생기는 엔진 결함이 현격히 줄었다.

정 회장은 연구개발에 결코 돈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엔진 개발에는 아무리 많은 돈을 써도 문제 삼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임원회의 석상에서 “돈을 아무리 많이 써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신기술은 과감히 적용하라. 토요타, 혼다, BMW, 벤츠보다 더 좋은 엔진을 만들어야 돼. 그래서 말인데, 앞으로 파워트레인 연구에는 아예 예산 한도를 없애. 돈 생각하지 말고 좋은 엔진 만드는 데만 신경 써”라고 말하며 파워트레인 개발에 역점을 둔 결과 글로벌 메이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자체 개발을 이뤄냈다.

이러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품질경영을 위한 노력은 최근 들어 미국시장과 유럽시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의 체질개선이 본궤도에 올라선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기아차는 미국시장에서 제값을 받는 메이커로 자리매김도 이뤄냈다.

현대·기아차의 ‘제값 받기’ 노력은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며 그 원동력은 정 회장의 품질경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정 회장이 강조해온 품질경영은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냄으로써 빛을 발하고 있다.

미국내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아우디 BMW를 앞서는 순위를 기록해 미국에 진출한 글로벌 메이커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신형 차종 출시를 앞두고 있는 현대차의 제네시스가 중형 고급차 부문에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기아차의 쏘울이 소형MPV 부문, 스포티지R이 소형RV 부문에서 ‘세그먼트 위너’ 상을 수상한바 있다.

정몽구 회장은 미국에서의 성공적인 안착을 바탕으로 유럽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 회장은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유럽 시장이 회복될 걸로 보고, “품질 고급화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유럽에 위치한 생산거점과 판매거점을 방문해 현지 직원들에게 미국에서처럼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줄 것을 주문했다. 유럽에서도 품질경영에 주력해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정몽구 회장의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