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많은 국내에서 떠나 비중 높은 해외사업만 전념

담철곤 오리온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돌연 대표이사직을 사임해 사실상 경영에서 발을 뺐다. 재계에서는 담 회장의 등기임원 사임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고, 경영책임에서 발을 빼는 수순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14일 오리온은 담철곤 대표이사가 사임함에 따라 강원기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이날 오리온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고, 담 회장이 직접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하기 위해 대표이사직에 물러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매출 비중이 50%를 넘어선 오리온의 해외사업을 담 회장이 직접 챙기겠다는 복안이다. 올 3분기 누계 오리온 매출은 1조8533억원으로, 이중 1조378원이 해외에서 발생해 해외 매출 비중이 56%에 달한다.

해외에 머무는 시간도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해외유학파인 담 회장이 비교적 정부의 규제가 심한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게 된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에서 마케팅을 공부했던 담 회장이 오리온 사업에 대한 밑그림을 해외에서 그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여기에 더해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세지면서 오너에 대한 책임이 강화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먼저 법정관리를 신청한 언니인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의 사퇴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재계의 관측이다. 동양그룹 회사채 사태가 불거지면서 언니를 지원하려 했지만 지원하지 못했고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봤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사회적 이슈가 많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오너의 대표이사 퇴진이 확산되고 있다”며 “정부의 재벌규제로 경영상 불법 행위가 적발되면서 형사책임이 대표이사에게 있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