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흥행 역대 1위 기록을 갈아치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아바타’의 돌풍이 중국에서도 강하게 불고있다.

중국에서는 아바타의 흥행 기록 뿐 아니라 몇 가지 흥미로운 사회 현상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에는 아바타 상영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D 버전이 20일 만에 상영이 중단되는 고초를 겪었다. 중국에서 흥행수입 1억 달러를 돌파하며 신기록을 세운 영화치고는 너무 빨리 간판을 내린 감이 없지 않다.

참고로 기존 흥행 1위는 작년 11월 개봉됐던 할리우드 스팩타클 블록버스터 ‘2012’다. 인류 재앙을 다룬 이 영화는 중국이 새로운 구세주로 등장한다는 시나리오가 먹히면서 중국에서 인기몰이를 했다.

중국 당국은 아바타 관객이 주로 박진감 넘치는 3D 버전으로 몰리면서 2D를 불가피하게 종영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아바타의 지나친 인기몰이로 위기의식을 느낀 중국 정부가 강제로 조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너무나 중국스러운 영화인 ‘공자-춘추전국시대’가 아바타 대신 간판을 내걸자 이에 대한 의구심은 더해가고 있다.

예전부터 자국 영화의 흥행을 위해 외국 영화의 상영을 강제로 조정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에도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실화를 다룬 젠궈다예(建國大業)가 전국에 깔리면서 당시 인기몰이를 하던 다른 영화들은 강제로 ‘퇴출’됐다.

지난해까지 자국 영화가 7년 연속 외국에서 수입된 영화를 제친 실적을 낸 것도 실은 중국 정부의 입김이 적잖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아바타와 관련된 재미난 사건은 또 있다. 아바타의 배경이 됐던 중국의 유명 관광지가 영화에 등장하는 이름으로 개명하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진 것.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떠다니는 산(왼쪽), 개명한 중국의 난톈이주산.


얼마 전 후난(湖南)성 장자제(張家界)안에 있는 난톈이주(南天一柱)산은 개명식을 갖고 할렐루야산으로 이름을 바꿨다.

영화 아바타에는 할렐루야라는 지역에 떠다니는 산이 나오는데 영화 제작자가 난톈이주산이 모델이라고 밝혀 중국에서 큰 화제가 됐다.

얼마전 안후이(安徽)성의 황(黃)산이 떠다니는 산의 모델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중국에서는 두개의 산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난텐이주산이 개명한 이유는 아바타 흥행의 힘을 빌어 국내외 관광특수를 노린 것이다. 난톈이주산은 바위기둥을 수직으로 세워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장자제 내에서도 가장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개명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던지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앞에서 중국의 자연유산도 허리를 굽혔다.”

“수 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장자제가 서양 영화에 의해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가치를 스스로 폄하하는 행위”라거나 “난톈이주산을 모티브로 한 또 다른 인기 영화가 나오면 그때도 이름을 바꿀 것인가”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경제신문 김동환 베이징특파원(don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