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tvN'의 응답하라 1994'  제8화는 변방인물이던 삼천포(김성균)가 사실상 주인공이었다.

9일 밤 방송된 8화는 당초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합니다'라는 부제가 암시하는 것처럼, 드라마의 핵심 러브라인인 성나정(고아라)과 쓰레기(정우), 칠봉이(유연석)의 삼각관계가 어떤 형태로든 정리될 것이란 예상이 유력했다.

그러나 8화는 시청자들의 예상을 깨고 삼천포를 중심으로 한 반전의 연속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줬다.

윤진은 키작고 말수가 없는 특이한 하숙생으로 그동안 극중에서는 큰 비중이 없었다. 다만 한번 말문이 터지면 듣도보도 못한 욕설을 소나기처럼 퍼붓는 독특한 성격 탓에 시청자들에게는 귀여운 사이코 정도로만 인식됐다.

역시 8화에서도 초입부터 찰진 욕설이 윤진에게서 터져나왔다. 시청자들은 이때만 해도 그저 깍두기 역할의 코믹연기 쯤으로 이해했다.

이날 삼천포는 스무살이 되면 꼭 떠나겠다고 결심한 자전거여행을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떠나려 했는데, 주민등록증을 깜박했다.  우연히 삼천포의 주민증을 집에서 발견한 윤진은 그동안 1977년생인 삼천포가 나이를 두살이나 올려 1975년생 동기들을 속여왔음을 발견하고 삼천포를 질타하며 앞으론 존대말을 하라고 야단을 친다.

한편 이날 윤진은 어머니가 서울에 올라오신다는 연락을 받은 상태였고,나정과 이일화(이일화)는 "어머니 모시고 하숙집으로 오라"고 말했지만 윤진은 “어머니는 터미널에서 잠깐 만나고 돌아가실 것”이라며 남들의 관심을 애써 외면할 뿐이었다.

그런데 윤진이 나정과 목욕탕을 간 사이 어머니가 예정시간보다 앞당겨 버스터미널에 도착했고, 윤진은 삼천포를 비롯한 하숙생들이 그 사실을 연락해온 호출기 기록을 확인하지 못한다.

이때 마음이 흔들린 삼천포가 자전거 여행까지 포기하고 혼자 있을 윤진의 어머니에게 간다. 윤진이 그토록 어머니에 대해 숨기려고 했던 것은 바로 어머니가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

뒤늦게 터미널로 달려온 윤진은 벤치에 앉아 자신의 어머니 곁을 지켜주고 있는 삼천포를 발견하며 놀란다. 삼천포가 윤진을 기다리면서 김밥과 커피까지 윤진의 어머니와 함께 나눠먹고 있었던 것이다. 시청자들은 이런 삼천포의 모습에 마음이 찡할 수 밖에 없었다.

2002년으로 돌아온 성나정의 결혼식 장면에서는 부조금을 내는 삼천포를 보며 윤진이 "아따 내 남편 멋지구먼"이라고 부르는 장면이 소개됐다. 윤진과 연하인 삼천포가 '응답하라1994'의 첫 커플임을 드러낸 것이다.

다시 1994년 하숙집에서의 술파티 장면. 윤진은 술에 취하면 남들의 숨겨진 비밀을 거침없이 폭로하는 주사(술버릇)가 있다.

이날도 윤진은 여러 비밀을 누설한 뒤 “우리 엄마가 너 고맙대.”라고 말하며 삼천포에게 기대 앉는다. 그리고는 삼천포에게 “우리 엄마가 말을 못 해서 그렇지…"라며 자신의 비밀까지 털어놓으려고 한다.

순간 삼천포가 깜짝 놀라며 윤진의 입을 막는다. 그리곤 뒤에서 백허그를 해준다. 이 장면에서 시청자들은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저 ‘도련님’처럼 사는 듯 비쳤던 삼천포의 사려깊은 행동과 홀로 맘고생을 하던 윤진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날 포털 게시판에는 삼천포에 대한 여성팬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또 영호남 커플의 등장이 감동이었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한편 이날 8화는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조사결과, 유료플랫폼기준 평균시청률 7.1%, 순간최고시청률 8.6%를 기록하며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남녀 10대~40대 연령층에서 모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함으로써 국민드라마로 손색없는 시청자층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은 tvN 방송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