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미 헤지펀드 운영자들은 깊은 바다에서 잡아올린 ‘상어 요리’ 로 파티를 즐겼다. 부패를 막기 위해 특수 처리한 이 상어 한 마리의 가격이 무려 7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70억원이 넘는 액수다. 그들은 부동산 발 위기가 시시각각 목을 조이던 시기에도 최후의 만찬을 즐겼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신뢰의 위기’였다. 화려한 경력의 ‘버나드 메이도프(Bermard Madoff)’는 알고 보니 다단계 수법을 동원해 투자자들의 등을 친 사기꾼이었다.

그는 폰지(ponzi) 게임의 고수였다. 월가의 엘리트 집합소인 투자은행 직원들도 도덕적 해이의 대열에 동참했다.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설계한 파생상품의 고객들에게 부동산버블 가능성을 귀띔할 수 없었다는 게 그들의 후일담이다.

비단 미국의 엘리트 뿐만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경제연구소들은 위기의 도래를 예견하지 못했다.

그들을 대신한 것이 바로 전문대 출신의 미네르바였다. 그의 원달러 환율 급등 시나리오는 잇달아 적중했다.

화려한 경력의 제도권 전문가들은 그만 머쓱해지고 말았다. ‘김광수 경제연구소’의 시평을 구독하는 개인 회원들이 급증한 것도 이 때를 전후한 시기였다.

연구원 수가 채 10명이 안 되는 이 소규모 부띠끄는 지난 2004년부터 미 부동산의 버블 붕괴를 경고해 왔다.

재작년 금융위기 국면에서 손실을 본 개인 회원들은 이 연구소의 선견지명에 주목했다. 리먼 사태의 후폭풍에 놀란 개인 회원들은 시장의 ‘방향성’에 목이 말랐다.

연 회비 20만원 짜리 시평이 대한민국 개인경제연구소의 지형을 뒤바꾸어 놓았다. 김광수 경제연구소의 성공에 고무된 후발 주자들은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학원 강사 출신의 최진기 경제연구소,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국내 금융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송기균 경제연구소, 재무부 공무원을 지낸 윤채현 시장경제연구소 등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개인 연구소들은 조직의 이해에 휘둘리지 않는 객관성을 비교우위로 내세웠다.

이들은 연구소를 설립하기 전 학원, 증권사, 은행, 관가 등에서 투자 유치나, 리스크 매니지먼트 등을 담당하며 홀로서기를 준비해왔다.

주부들을 웃기고 울리는 스타강사출신 최진기 소장이 대표적이다. 김광수 경제연구소, 최용식 21세기경제연구소가 양분하던 이 시장의 루키들이다.

공병호 경영연구소장,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을 비롯해 재테크나 자기계발 분야에서 성공한 전문가들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개인 연구소들이 등장하기는 이례적이다.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 수익모델이 뚜렷하지 않은 점이 한계이다. <이코노믹리뷰>는 개인경제연구소들의 새로운 실험에 주목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