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겨울 인기 아이템 ‘다리에 패션을 입히다’ 

예전에는 패션이라기보다는 소품쯤으로 여겼던 스타킹, 레깅스, 양말 등 다리에 착용하는 제품을 뜻하는 ‘레그웨어(leg wear)’가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그냥 편한 옷에서 탈피해 패션의 콘셉트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 직장인 김영미 씨(28세)는 20개 이상의 레그웨어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느슨한 박스티에 입는 검정색 타이즈형 레깅스는 활동성이 요구되는 날 입으면 편하다. 요즘 같은 쌀쌀한 날씨에는 기모 소재가 들어간 레깅스로 보온에 특히 신경을 쓴다. 영미 씨는 밤에는 압박 레깅스를 착용한다. 주로 서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퉁퉁 부은 다리를 날씬하게 해주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 남자친구와의 약속에는 지브라 패턴이 가미된 레깅스를 입어 섹시한 매력을 발산해 볼 계획이다. 

# 영미 씨의 남자친구이자 직장인 이만호(30세) 씨, 사실 레깅스에는 관심이 없었다. 왜냐고? 여성들만 입는 패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데 최근  ‘레깅스 마니아’ 영미 씨의 제안으로 보온성을 생각해 레깅스를 구입해봤는데 정말 편하고 따뜻했다. 사실 아직까지는 레깅스를 패션 보다는 보온성을 생각해 구입해왔다. 그런데 패션으로도 손색이 없는 남성용 레깅스가 출시됐다고 하니 이번 주말 영미 씨와의 데이트 코스에는 ‘레깅스 쇼핑’ 일정을 추가해야겠다.    

검은색 레깅스 일색이던 트렌드에서 벗어나 지브라, 호피 등 다양한 패턴과 색상은 물론 기능성까지 두루 갖춘 레그웨어가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이런 틈새시장을 노린 유니클로는 최근 남성을 위한 레깅스 팬츠를 출시, 레깅스가 여성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편견에 불과함을 일깨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레깅스가 몸에 착 달라붙어 여성들의 자궁 건강에 무리를 주며, 통풍이 어려워 사타구니 습진 발생률이 높아지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주로 남성들의 질병으로 통하던 습진이 최근 레깅스를 즐겨 입는 여성들 사이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자 레깅스 후유증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레그웨어, 男·女 겨울 패션의 중심에 서다

온라인 마켓 11번가에 따르면 2012년 레깅스 매출은 2011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기본 레깅스에서 치마레깅스, 밍크&융털의 아주 두꺼운 방한용 레깅스가 인기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증가세가 미비했지만 레깅스와 밴딩팬츠 거래액이 2배 이상 성장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실용성, 활용도, 가격 모두 만족스러운 레깅스 구입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로, 이는 청바지와 스커트 판매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관계자는 분석했다.

올해 레깅스 트렌드는 슬림핏을 강조한 밴딩팬츠 스타일이 유행할 전망이다. 이는 유니클로에서 출시한 레깅스진의 영향일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아울러 유니클로의 히트텍 영향으로 발열 레깅스 출시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양성은 11번가 여성의류 담당 MD는 “레깅스의 탄생으로 패션 전체 시장이 변화했다”며 “제깅스, 치마레깅스, 밴딩팬츠의 인기로 인해 청바지와 스커트의 판매가 감소하고 레깅스에 잘 어울리는 루즈한 핏의 티셔츠와 니트 판매가 활성화되는 등의 트렌드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실용성과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에게 다가온 레깅스는 올해 발열, 밴딩 슬림핏이라는 기능성과 핏을 강조하면서 한 번 더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옥션에서는 급격하게 떨어진 기온으로 보온용품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특히 전 카테고리를 통틀어 매출액이 가장 높이 상승한 상품으로 레깅스를 꼽았다. 실제로 최근 3년간(전년 동기 대비)을 비교해도 2012년 35%, 2011년 40% 이상 급증했고, 밤낮으로 일교차가 심해진 최근 한 달간 관련 제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남성 수요도 증가하면서 남성용 레깅스 판매량도 같은 기간 20% 증가했다. 이는 어떤 옷과도 매치하기 편하고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어 계절에 관계없이 인기를 모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가을·겨울이면 바지보다 보온성이 뛰어나 남녀 모수 필수품으로 꼽는다는 점도 인기 비결로 거론된다. 최근에는 디자인도 더욱 다양해졌는데 기본 블랙, 그레이 색상에서 비비드 색상까지 선보인 데 이어 이색적인 패턴, 치마·바지 혼합 레깅스, 몸매를 보정해주는 기능성 레깅스까지 등장했다.

황준하 옥션 패션팀장은 “겨울을 앞두고 이지웨어들이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특히 보온성, 스타일 면에서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레깅스 수요가 급증했다”며 “가격대도 평균 1만원에서 3만원대로 저렴하고 최근에는 패턴, 색상 등 디자인도 다양해져 가을, 겨울철 필수 패션 아이템으로 꼽히며 남녀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G마켓에서는 최근 한 달(10/6~11/5) 동안 밴딩팬츠 판매가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걸스온샵 레오파드 기모 밴딩팬츠’는 허리 부분에 호피 무늬로 포인트를 줘 멋스러우며 기모 안감이라 따뜻하다. 소비자들은 패션과 실용성을 둘 다 갖춘 아이템을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달리샵 폴 시즌 밴딩 스키니’는 기본적인 스키니진 디자인으로 신축성이 좋아 편안해 인기다. ‘제이앤디 포켓 패치 윈터 밴딩팬츠’는 기모 안감을 사용해 따뜻하고 주머니의 포인트 디자인이 귀여운 느낌을 준다.

G마켓 관계자는 “치마와 레깅스가 한 벌로 붙어 있는 제품이 지난 몇 년간 인기가 있었지만 올해는 고무줄 바지라 불리는 면 또는 스판 소재의 밴딩팬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활동성이 좋은 데다 외출복으로도 손색없기 때문에 TPO에 상관없이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이라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남성용은 보온 내의용 레깅스가 인기다. ‘아날도바시니 남성용 기모 타이즈’는 극세사 장모로 제작돼 보온성이 우수하다. ‘웰니시아 기모 타이즈 FIT & WARM’은 신축성이 좋아 활동하기 편하다.

G마켓 관계자는 “여성들은 패션 아이템으로 레깅스를 구매하는 반면 남성의 경우 내의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겨울이 길고 더 추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남성용 레깅스 수요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11번가 측은 남성 레깅스 시장에 대해 “현재 발열 내의 위주로 판매 중”이라며 “패션성이 강조된 라인이 많지는 않지만 점점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유니클로는 편안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진을 찾는 남성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진과 동일한 디자인 요소(스티치, 포켓, 벨트, 루프, 지퍼 등)를 갖추면서도 착용감은 훨씬 편안해진 레깅스진을 출시했다. 레깅스진은 270g의 가벼운 무게와 28~30%의 신장률을 자랑하는 스트레치성 소재를 사용해 활동성이 좋고, 완벽한 실루엣과 착용감을 자랑한다.

아울러 신축성이 좋은 면과 폴리우레탄 소재를 사용했으며, 뒷부분의 허리 밴드를 높게 제작해 어떤 자세에서도 조이거나 느슨한 느낌이 없다.

이 제품은 ‘레깅스진 컬러’, ‘레깅스진 패턴’, ‘레깅스진 데님’으로 출시됐다. 일반적으로 남성의 경우 여성에 비해 활동량이 많고 편안한 착용감을 더 중시하는 편이라는 점을 고려해 남성용 제품의 디자인과 활동성에 중점을 뒀다고 유니클로 관계자는 설명했다.

레그웨어에 대한 오해와 진실

과거 하지정맥류를 치료하기 위해 압박 스타킹을 착용했다면 최근에는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어 입는다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정맥류가 있는 환자는 혈액이 아래로 모인 상태에서 위로 올라가지 않는데 압박 스타킹을 착용함으로써 피가 아래로 쏠리는 걸 멈춰줘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선미 생기한의원 원장은 다이어트용으로는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 사람이 압박 스타킹을 신으면 다리나 골반의 혈액순환이 잘 안 돼서 오히려 몸이 부어 다이어트를 방해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여자는 하체가 따뜻해야 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아래가 차가워져 질염이나 냉증을 유발할 수 있다.

보통 레깅스를 즐겨 입는 여성들의 경우 활동성이 좋고 패션 스타일링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한겨울에도 즐겨 입는데, 레깅스로 인한 압박이 심하거나 자주 입으면 소화를 방해할 수도 있다. 사실 어떤 제품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압박이 아니라면 괜찮다는 게 여 원장의 설명이다.

결론적으로 압박이 강해 혈액순환이나 소화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괜찮지만, 보통 레깅스의 경우 면 소재가 아니라 땀 흡수가 안 되고 균이 발생이 발생할 수 있어 기본적으로 장시간 빈번하게 착용하는 것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레깅스를 입는 남자들의 경우에는 남성의 성기 부분은 체온보다 낮아야 하는데 레깅스 때문에 고환과 음경 부위를 압박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남성 레깅스는 신축성이 있는 스판 소재라고 하지만 면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땀을 흡수하지 못하고 열이 나면 사타구니 습진을 유발할 수 있다. 레깅스를 입을 때 땀을 흡수할 수 있는 속옷을 선택하는 게 대안이다. 최근에는 그동안 남성들에게 주로 발병했던 습진이 여성들에게서도 나타난다고 알려져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