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워터바’에서 20대 여성고객이 워터 어드바이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난 1월20일 오후 3시경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에 위치한 ‘워터바’.
90여 종류의 각국 생수 브랜드가 전시된 홀에 20대 초반의 여성 2명이 생수를 고르고 있었다.

친구와 가끔 이 곳을 찾는다는 대학생 김수나씨(가명·서울 송파구)는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주일에 한번 정도 매장에 들러 생수를 구입하고 있다”면서 “대부분 건강을 위해 구입하지만 일부는 과시욕으로 물을 구입하는 사람도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요즘 제일 잘 나간다는 ‘이디록시다즈’는 젊은층에서 인기를 모으는 제품이다. 이제품은 200ml 한 병에 4400원한다. 웬만한 한끼 식사값이다.

이밖에 괴테가 즐겨 마신 물로 유명한 ‘슈타틀리히 파킹엔’, ‘스트라스모어 피치’, ‘게롤슈타이너’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들 인기제품은 몇 개만 합쳐도 가격이 약 3만원을 훌쩍넘는다. 워터바에서는 물을 물로 보면 안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원유보다 비싸다는 프리미엄 생수의 수입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04년에 비해 지난해 수입량은 3배를 넘어섰다.

수입국 역시 17개국에서 26개국으로 확대됐지만 프리미엄 생수 시장의 절대강자는 프랑스. 프랑스는 지난해 전체 수입액의 76%를 차지했다.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캐나다 등이 뒤를 이었다.

유럽산 생수의 평균 수입가격은 리터당 0.78달러로 두바이 원유보다 1.6배 가량 비싸다. 국내 생수의 수출액도 전년 대비 38%나 증가했지만 아직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현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워터바에서는 국내 브랜드 ‘에이수’와 ‘시에나디자인워터’, 자작나무 수액으로 만든 ‘이로수’ 등이 전부다. 전 세계 90여 종류의 생수를 판매하고 있으나 국내 프리미엄 생수의 비중은 매우 적은 편이다.

물맛은 다 똑같다고? NO! 종류별로 맛도 달라
와인바에 소믈리에가 있다면 워터바에는 워터 어드바이저가 있다. 소믈리에처럼 워터 어드바이저도 고객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물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고객의 취향에 가장 적합한 물을 추천해준다. 물에 대한 관심이 높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무료 강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남원모 워터 어드바이저는 최근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프랑스산 탄산수인 ‘이디록시다즈’를 꼽는다.

비교적 고가이지만 20대에서 30대 초반 여성들이 자주 찾는다. 특히 일부 연예인들이 선호하는 생수로 알려지면서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 생수는 프랑스 현지에서는 약국에서 판매할 정도로 다이어트 효능도 인정받고 있다. 프랑스에서 임상실험을 한 결과 이 물을 꾸준히 복용하면 체지방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남 어드바이저는 “처음 일주일 정도는 속이 울렁거릴 수도 있는데 이는 소화가 잘 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크기가 200ml 한 종류인데 외부와의 공기를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비교적 작은 용량으로만 생산된다. 다이어트 효능이 알려지면서 낱개가 아닌 박스로 사가는 사람도 늘고 있다.

물맛이라고 다 같진 않다. 같은 종류의 생수 사이에서 맛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하지만 탄산수와 빙하수, 해양심층수 사이에는 물 맛의 차이가 뚜렷하다.

일본산 해양심층수 ‘마린파워’에는 나트륨이 다량 함유돼 있어 짠 맛이 나는 것이 특징. 빙하수는 산소가 매우 풍부해 깔끔한 맛이 난다.

생산지별로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대체로 독일산 탄산수는 탄산이 강한 편인 반면 이탈리아나 프랑스산 탄산수의 경우 맛이 부드러운 편이다.

탄산이 강한 탄산수의 대표주자가 독일산 ‘게롤슈타이너’라면 부드러운 탄산수의 대표주자가 이탈리아산 ‘산펠레그리노’인 식이다.

물맛만으로는 심심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겐 약간의 천연 과일이 첨가된 제품들이 추천된다. 영국산인 ‘스트라스모어’는 복숭아맛과 포도맛 두 가지로 출시가 돼 있으며 천연 과일로 은근한 맛을 냈다.

프리미엄 생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매출도 따라 증가했다. 백화점 입점 초반에는 쇼핑을 하던 고객들이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에비앙’이나 ‘페리에’ 같은 대중적인 브랜드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생수의 종류는 크게 5가지로 나뉜다. 미네랄워터, 해양심층수, 빙하수, 탄산수, 기능수 등이 그것. 미네랄워터와 탄산수가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해양심층수와 빙하수 등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종류에 따라 물을 따라 마시는 잔도 다르다. 탄산수의 경우는 탄산이 빠져나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구가 좁고 긴 잔을 사용한다.

한 병에 1만원 넘는 물이 있다고? YES! 이로수는 한 병에 1만6000원
워터바 한 곳엔 고급 잔들이 진열돼 있었다. 와인잔 모양의 잔들엔 각기 다른 숫자들이 표시돼 있다. VIP들을 위한 개인 잔들이다.

남 어드바이저에 의하면 VIP들은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기 보다는 다양한 생수를 조금씩 맛보기를 즐긴다고.

워터바에서 판매하는 생수 중 가장 고가의 생수는 자작나무 수액으로 만든 ‘이로수’로 500ml 한 병 가격이 무려 1만6000원. SK임업에서 유일하게 소비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이 생수는 99% 자작나무 수액으로 만든다. 자작나무 수액에는 기억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버금가는 고가의 생수는 ‘10BC’라는 이름의 빙하수로 750ml 한 병에 1만5000원이다. 1만년 된 빙하를 직접 녹여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같은 빙하수이지만 빙하암반수에 속하는 ‘휘슬러워터’나 만년설 빙하에서 채취한 ‘캐나다 아이스’ 등과 비교하면 가격차이가 7배 이상이다.

수입 생수의 인기 요인은 물이 아닌 병에도 있다. 젊은 여성들이 주고객이기 때문에 병의 디자인도 매우 중요한데 빙하수의 일종인 ‘보스’ 생수는 병 때문에 사가는 고객도 많다.

노르웨이산인 이 생수는 병만 보면 화장품이나 향수병을 닮았다. 실제로 보스 생수병의 디자인은 캘빈클라인의 디자이너가 맡았다.

또한 국내에는 아직 수입되지 않았지만 헐리웃 스타들의 생수로 알려진 ‘블링’ 역시 화려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