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순서대로 이니스프리 명동점, 크리스피크림 명동점, 블랙야크 종로5가점.

시너지효과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했다. 기업들은 서로 다른 사업부문을 통합하며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아닌 셋, 혹은 그 이상이 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세너지(Senergy)효과가 유행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분리를 뜻하는 ‘seperate’와 ‘energy’가 합쳐진 말이다. 둘에서 하나를 뺐는데 그 결과가 셋, 혹은 그 이상이 되기를 바라기 시작한 것.

지난해 연말 이니스프리가 아모레퍼시픽으로부터 분리 독립된 이후 올 초에는 크리스피크림도넛과 블랙야크가 각각 롯데쇼핑과 동진레저로부터 독립선언을 했다.

화장품, 도넛, 아웃도어 의류 등 각기 다른 업종이지만 독립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의도는 일치한다.

또한 이들 세 브랜드는 모두 각자의 시장에서 선두권을 따라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있다.

이니스프리, 더페이스샵과 가두 경쟁
지난해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인수는 화장품 업계에 일대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만년 2위 자리를 지켜왔던 LG생활건강이 업계 3위를 인수하면서 부동의 1위 아모레퍼시픽과의 격차를 상당부분 좁힐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양사 간 경쟁은 가장 먼저 거리에서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대표하는 가두매장(로드숍)은 ‘아리따움’과 ‘뷰티플렉스’. 한울, 아이오페, 라네즈 등 아모레퍼시픽의 제품만 판매하는 아리따움은 지난해 가두점을 1058개까지 확대했다.

LG생활건강의 뷰티플렉스 역시 매해 5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가두매장을 1000여개까지 늘렸다. 매장 개수로만 따지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은 70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한 더페이스샵을 인수하면서 중저가 가두매장 승부에서 한 발 앞서나갈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한 아모레퍼시픽의 대응은 이니스프리의 독립법인화. 독립법인 출범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 중저가 시장에서 더페이스샵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아모레퍼시픽과 이니스프리의 지주회사인 태평양은 이미 에뛰드하우스를 독립시켜 성공한 사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니스프리의 경우 매출규모 면에서 자회사로 성장할 정도의 비중은 갖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실제 이니스프리의 매출은 아모레퍼시픽 전체 매출의 3~4% 정도에 그쳤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이니스프리를 독립법인화 시킨 것은 더페이스샵과의 경쟁 구도를 확실히 하려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태평양의 자회사로 거듭난 이니스프리는 올해 매장 20% 확대, 매출 20% 상승의 목표를 세웠다.

이니스프리는 지난해까지 마트입점 매장 51개를 포함해 총 273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목표대로라면 올해 이니스프리의 매장은 320개가 넘어설 전망.

매출의 경우 지난해 소비자 가격 기준으로 1000억원을 달성했다. 2008년 대비 25% 성장한 수치. 이니스프리는 또한 VIP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예정이다.

자연주의 화장품이라는 콘셉트는 독립 후에도 계속 유지된다. 이를 위해 이니스프리는 천연성분이 함유된 제품과 친환경적 패키지를 꾸준히 선보일 예정.

유기농 청정 제주 녹차 수분 라인, 유기농 올리브 고보습 라인, 제주 동백 피부결 라인 등을 주력으로 끌고 간다는 생각이다.

대표이사에는 아리따움 사업부장을 맡고 있던 안세홍 대표이사 상무가 선임됐다. 안 대표는 아모레퍼시픽 시판사업부 시판지점장과 에뛰드 CM장, 시판사업부장 등 현장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

안 대표는 “아모레퍼시픽과의 공조 기반을 유지하면서 이니스프리만의 차별점을 부각해 메가 트렌드인 녹색성장을 실현할 것”이라고 경영 구상을 밝혔다.

시너지(Synergy)는 ‘Syn(함께)+Energy(힘)’로 둘 이상이 합쳐져 더 큰 효과를 가져오는 결합의 힘을 의미한다. 반면 세너지(Senergy)는 ‘Seperate(분리)’와 ‘Energy(힘)’로 분리를 통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크리스피크림, ‘던킨 천하’에 도전장
매년 30~40%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3000억 시장으로 성장한 국내 도넛 시장. 절대 강자는 여전히 던킨도너츠다.

1994년 이태원에 1호 매장을 선보인 던킨도너츠는 올 1월 현재 매장 수를 750여개로 늘렸다. 시장점유율은 80%를 넘어선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브랜드는 롯데쇼핑에서 독립한 크리스피크림도넛. 롯데쇼핑의 한 사업본부로 운영됐던 크리스피크림도넛은 최근 독립, 롯데케이케이디로 공식 출범했다.

롯데케이케이디의 자본금은 20억원 규모로 롯데쇼핑이 지분 100%를 출자했다. 대표이사에는 기존 롯데쇼핑의 KKD사업본부를 이끌어 온 박정환 대표가 선임됐다.

‘던킨 천하’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크리스피크림도넛은 기존 플래그십 형태의 로드샵을 비롯해 롯데백화점 내 소형 매장을 순차적으로 개설할 계획이다.

시작이 10년 늦은 만큼 아직까지 매장수나 매출 규모에서는 던킨도너츠에 많이 밀리는 상황.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33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크리스피크림도넛은 올해 40개 이상으로 매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연간 매출액 목표치는 650억원. 지난해에는 약 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크리스피크림도넛은 경쟁 상대를 던킨도너츠로 보고 있지만 성장하고 있는 후발주자들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할 처지. 매장수를 40여개까지 확대한 미스터도넛이 맹렬히 추격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고 있는 미스터도넛은 2007년 명동에 1호점을 낸 후 급성장하고 있다.

아웃도어 시장에서는 판권인수 바람이 불고 있다. 유명 유럽 브랜드들의 판권을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사들이고 있는 것.

코오롱인더스트리FnC는 최근 오스트리아 스포츠 브랜드 헤드를 인수했고, K2와 에델바이스는 프랑스 브랜드인 아이더와 밀레의 판권을 사들였다.

시장 확대와 더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블랙야크가 동진레저로부터 독립해 새출발을 선언했다.

블랙야크는 노스페이스, 코오롱인더스트리FnC, K2, 컬럼비아스포츠 등과 함께 아웃도어 5강으로 꼽히는 브랜드. 블랙야크 역시 영업력 강화가 독립법인을 출범시킨 이유다.

지난해 180여개 전국 유통망을 통해 1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블랙야크는 독립 후 보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블랙야크가 독립함으로써 기존의 마운티아와 카리모어는 ㈜동진레저로 분사됐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