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애널리스트 데이’를 개최했다. 지난 2005년 이후 8년만이다. 오전 8시30분부터 시작한 이날 행사에는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이상훈 사장 등 삼성전자 최고 경영진과 국내외 애널리스트 약 4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의 인사말로 시작했다. 이후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시작으로 휴대폰 사업을 맡고 있는 신종균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생활가전 담당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차례로 나서서 사업 현황과 향후 전략을 발표했다. 또한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과 우남성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까지 나서 삼성전자의 사업 내용을 설명했고 이명진 삼성전자 IR전무의 마무리 발언으로 8년만에 개최된 ‘애널리스트 데이’가  막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미래비전과 전략을 제시했고, 지금까지 성장한 배경 속에서 향후 어떻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려 나갈지를 설명했다. 이에 행사에 참여한 참석자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삼성전자의 미래를 점칠 수 있었던 자리’라고 전했다.

이날 삼성전자의 경영진은 작심을 하고 자신들의 비전을 설명하는 듯 했다. 이번 행사의 시작을 장식한 이상훈 사장은 “공격적인 M&A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이 지금까지 M&A에 소극적이었지만 앞으로는 상황은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18조가 넘는 유동성 자금을 통한 지속적인 투자와 M&A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미다.

이어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대회에서 "IT산업과 전자산업은 아직 둔화되지 않았다"며 스마트폰 시장 둔화로 정체기를 맞을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진화했다. 이어 “다음 10년 삼성전자를 먹여 살릴 키워드를 찾아야 한다”며 “IT 기술을 자동차와 의료기기와 융합시켜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2009년 삼성전자가 세운 경영 목표인 '비전2020'에 대해 다시 한 번 소개한 것이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파고들 차기 주력 시장으로 ▲ 자동차 ▲ 헬스케어•의료기기 ▲ 가전제품 ▲ 교육을 꼽으면서 앞으로 필요하다면 공격적인 기업 인수로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부품은 이미 삼성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는 삼성전자에서, 배터리는 삼성SDI, 모터는 삼성전기에서 맡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10년 안에 선두주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의료기기사업팀을 사업부로 격상하고 조수인 전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을 수장에 임명하는 등 힘을 실어주고 있다.

권 부회장은 지금까지 계속 무너져 오던 기술장벽을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쌓아올리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반도체의 경우 올해부터 3차원 낸드플래시를 시작으로 기술 초격차가 시작될 전망이다. 평면에서 입체 구조로 반도체 공정의 획기적인 전환이 시작되며 후발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벌릴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D램의 경우 2015년께 새로운 소재를 사용해 기술 장벽을 쌓겠다고 밝혔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역시 내년부터 3D 핀펫 공정을 본격화하고 2016년부터는 새로운 스트럭처를 통해 초격차를 유지할 방침이다. 이미지센서는 내년부터, 디스플레이는 2015년에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와 관련 제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또 권 부회장은 "2015년을 목표로 접는 디스플레이를 만들고 있다"면서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인 갤럭시 기어 등으로 혁신은 시작됐으며 향후 전자업계를 완전히 바꿀 기기들을 선보여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닌 새로운 IT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에 이어 무대에 오른 신종균 사장은 "올해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판매가 1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스마트폰 보급률은 아직 21% 밖에 되지 않는다며 향후 스마트폰 수요가 늘어날 여지가 있다며 스마트폰 시장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특히 신 사장은 선진국 보다 신흥국 스마트폰 시장이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중국과 인도의 스마트폰 시장은 각각 1위와 3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 30억명의 사용자들이 피처폰을 사용하고 있다"며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잠재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러한 전망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정체될 것이라는 우려를 확실히 잠재웠다.

이어 윤부근 사장은 "TV사업은 지속 성장할 것이고 생활가전사업은 삼성전자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조사기관에 의하면 UHD TV 시장이 지금의 다섯배로 성장할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더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아날로그방송 중단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TV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삼성전자는 2000달러 이상 고가 제품에서 48%의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TV가 세계 시장에서 8년 연속 1위를 지킬 것으로 확신했다. 또한 TV산업이 이미 포화 상태로 저성장 사업이라는 지적에 대해 윤 사장은 "내년부터 TV 시장은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며 "UHD와 스마트TV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가져달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윤 사장은 "생활가전은 연간 2600억달러에 달하는 시장"이라며 "매년 5%씩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가전은 정보기술(IT)제품보다 수명이 길기 때문에 브랜드 신뢰성이 필수조건"이라며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어져야 하며 항상 우수한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삼성은 소니와 파나소닉의 사례를 보고 많은 점은 느낀 것 같다”며 “향후 의료기기와 자동차 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이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