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수학했던 신 대표는 지난 1988년 미국 페어리디킨슨 대학교를 졸업했다. 지난 1986년부터 아르바이트로 들어갔던 뉴욕 골프 센터의 사장을 맡게된 것은 1996년도. 현재도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한국클리브랜드, 피에스매니지먼트 등 한국과 미국에 7개 법인의 대표직을 수행하며 골프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사업을 하면서 일이 풀리지 않으면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부분 그 일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집중력을 키우거나 자기 통제능력, 앵거 매니지먼트에 요가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실내온도 45℃, 습도 60%. 움직이기는커녕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사우나가 따로 없다.

하지만 비크람 요가를 배우려면 이렇게 후끈거리는 스튜디오 안에서 1시간30분 동안 26가지 요가 자세를 하나씩 완성해 나가야 한다. 일단 스튜디오 안에 들어서면 수업 과정이 끝날 때까지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전 세계에서 비크람 요가를 배우는 수강생 누구에게나 통하는 룰이다. 한 명이 중도포기하면 더 버텨내지 못하고 줄줄이 스튜디오 문을 박차고 나가기 마련이기 때문.

일단 스튜디오에 들어섰다면 천당을 경험하든, 지옥을 경험하든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다.

그러면서도 강사가 동작을 잡아주거나 터치하지 않는다. 강사는 동작을 스스로 만들게끔 말로만 조언을 해줄 뿐이다.

그러니 수업시간 동안 몸을 덥히고 나오든, 지옥을 경험하든 이제 모든 것은 자신의 선택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과의 승부가 벌어지는 것이다.

2가지 호흡법과 26가지 동작 모두를 완성하고 나면 그야말로 땀으로 흠뻑 젖는다. 여성들은 대개 비키니를, 남자들은 웃통을 벗고 팬츠만 입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바닥에 깔아놓은 타월이 흠뻑 젖어버린다. 대형 수건이 땀에 젖어 무게감이 묵직해질 정도.

디스크 낫고 드라이버 비거리도 늘어
이런 비크람 요가를 즐기는 신재호(51) 한국클리브랜드(주) 사장은 한눈에 보기에도 매끈하면서도 발그레한 혈색이 남달랐다. 거래처 사람에게도 “혈색 좋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매일 아침 6시30분이면 어김없이 서울 강남 비크람 요가 스튜디오에 나가 요가로 땀을 흘리니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그런 그가 본격적으로 비크람 요가의 길에 들어서게 된 시점은 지난 2009년 초. 뉴욕골프센터 등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이 어느 정도 정착되고 있다고 판단한 그가 국내 클리브랜드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한국으로 들어온 시기와 겹친다.

대학 시절부터 요가를 해오던 아내가 비크람 요가에 심취하더니 혈혈단신으로 멕시코로 날아가 결국 비크람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따오고 만 것.

한국으로 건너와 아내는 강남에 비크람 요가 스튜디오를 차렸고 매일 새벽 첫 수업에서 그녀의 단골손님이 바로 신 대표다. 비가 와도 천둥이 쳐도 그는 거르지 않는다.

물론 그도 힘들다. 출장이 많은 골프회사 CEO여서 시차 적응조차 힘든 시간도 많다. 하지만 편안함과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나와의 싸움을 이겨내기 위해 스튜디오로 향한다.

26개 동작이 단순한 것 같지만 화가가 날마다 붓이 나가는 느낌이 다르듯, 매일이 다른 요가의 변화무쌍한 매력이 그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스튜디오를 찾게 만든다.

그의 인생은 골프 인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제 요가를 빼고서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다. 일단 비크람 요가를 시작하고 난 후 고등학교 재학 시절 농구를 하다가 다친 허리 통증이 싹 사라졌다. 덕분에 골프 비거리도 크게 늘어났다.

미국과 한국에 골프용품 관련 7개 법인에 대표직을 맡고 있는 사업가답게 이미 준프로급 실력을 갖춘 그이지만 요가를 만난 뒤로 비거리가 20야드 이상 늘어났다고.

‘요가 접대’가 비즈니스 효자
뿐만 아니다. 요가는 경영에서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일단 신 대표의 접대가 요가다.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면 그는 으레 “요가하러 갑시다”하고 부추긴다.

그래서 강남 비크람 스튜디오에 운동바지를 여러 벌 준비해 뒀다. 일단 처음에는 그의 손에 이끌려 요가를 접하게 되지만 그 이후에는 상황이 급반전된다.

거래처에서 먼저 요가하러 가자며 옷소매를 잡아끈다. 아예 아내와 같이 하자고 제안해 커플 요가를 함께하는 거래처 사장도 생겨났다.

같이 운동으로 땀 흘리고 샤워도 같이 했으니 이어진 식사 자리에서 비즈니스는 술술 풀리게 마련이다. 요가나 운동 등 다양한 이야기보따리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회사 위기에서도 요가는 위력을 발휘했다. 지난해 클리브랜드 본사 오너가 일본 스미모토그룹으로 바뀌면서 그의 한국 판권을 빼앗으려는 시도가 그것.

여느 CEO였다면 역정부터 냈겠지만 요가로 화를 다스리는 훈련이 된 신 대표는 특유의 인내심으로 때를 기다려왔다.

그가 움직인 것은 지난해 9월. 일본으로 날아가 스미모토그룹 본사 회장을 직접 대면했다. 요가를 수행하는 CEO답게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진솔함으로 한국 사업을 지켜냈던 것.

일본 본사 한국담당을 만나면 또다시 요가로 분위기를 이끈다. 본사와 판권계약사와의 껄끄러운 관계도 땀 흘린 요가 한판이면 말랑말랑 부드러워진다. 한술 더 떠 본사 해외파트 사람들은 출장시 으레 자신의 요가복을 챙겨 한국을 찾는다고.

韓·美 법인 전 직원 핫 요가…자신감 키워
한국과 미국 법인 직원들 상당수가 요가를 즐기고 있다. 이 역시 요가를 통해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키워주고 싶은 신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물론 강습료를 전액 지원한다. 공통 관심사가 생기다 보니 직원들 반응도 굉장히 좋다.

소심했던 한 직원은 요가로 자신감을 찾더니 물류팀을 이끄는 팀장으로 승진한 케이스도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흐뭇해진다는 신 대표는 요가가 그렇듯 사업도 욕심내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꺼번에 무엇을 이루려고 하면 급한 마음을 가지면 요가 자세가 무너지듯 비즈니스도 중구난방이 된다는 것. 신 대표는 “사업이든 뭐든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다.

요가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진솔하게 대하려고 마음먹고 노력한 결과가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던 것 같다”며 겸손해 했다.

김성배 기자 sb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