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최장 순매수 랠리를 이어가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로 돌아섰다. 코스피지수는 1% 이상 되밀리며 2030 선을 가까스로 유지했다. 이로써 외국인들의 연속 순매수 행진 기록은 44일로 막을 내렸다.

이는 양적완화 축소 지연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 연저점 수준까지 하락한 원·달러 환율 등 시장의 다중 우려가 산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의 순매수는 여기서 끝날 것인가. 원·달러 환율-코스피지수-외국인 매도·매수세로 이어지는 투자 로드맵을 따라가본다.

먼저 미국의 연방정부 폐쇄는 연방준비위원회(Fed)의 ‘출구전략 지연’ 전망을 강화시켰다. 이로써 일시적인 경기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고, 이는 글로벌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 경제는 3분기 중 반등했지만, 경기의 경착륙을 방지하기 위해 정책당국의 경기부양 기조는 약화될 수 있다. 정부가 산업구조조정을 심화하고, 유동성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중국 경제지표가 경기반등을 확인시켜줄 때까지, 이런 우려가 국내 증시에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외국인 수급 변화에 대한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 상승 모멘텀을 제공한 것은 외국인 매수세였다.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저치를 경신한 이후, 외국인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다. 일시적으로나마 매도로 전환될 가능성이 나타나며 시장은 침울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이른 듯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말로 갈수록 외국인 매수세는 둔화되겠지만, 매도세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대한 우려와 원화 강세가 외국인 매수세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외환당국은 구두 개입과 시장 개입 등을 통해 환율의 추가적인 하락을 저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이 매수를 서두를 이유는 적어 보인다. 또 국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고, 이는 국내 수급과 기업의 실적 전망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3분기 경제성장률이 3%를 넘어섰고, 4분기 중 4% 성장 역시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완만한 매수 회복은 국내 유동성 증가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양적완화(QE) 축소(Tapering) 이슈로 글로벌 시장이 흔들릴 때, 한국·대만 등 동아시아 시장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는 믿음도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유지시키고 있는 요소다.

마주옥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 출구전략 지연, 중국 당국의 경기부양 기조 약화, 원화 강세 등 국내외 요소로 기간 조정이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 증시의 견조함이 증명됐고,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등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매수세도 이를 따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동찬 LIG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의 순매수는 둔화될 수 있지만, 순매도로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원화 강세에 대한 부담과 3분기 내내 매수를 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잠시 쉬는 타이밍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남미나 동남아시아에 비해서 한국이나 대만 등 동아시아 지역 이머징 시장이 수혜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헷지 펀드의 매도 시기인 11월 초순에는 외국인 매수세가 위축될 것이지만, 매도세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