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 활동에서 지식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합니다. 문제를 파악하고,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해결된 내용을 표현하는 경우에 지식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지식은 창의적 상상력과 논리적 사고력에 살을 붙이고 풍부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지식을 축적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지식을 쌓아놓는다고 해서 좋을 것은 없습니다. 때론 잘못 쌓아놓은 지식이 독이 될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식은 장작이나 벽돌을 쌓아올리듯 하면 안 됩니다. 신경망처럼 연결해서 저장해 놓아야 합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마구잡이로 쌓아놓은 지식은 단순한 데이터로서만 기능할 경우가 많습니다. 지식을 쌓는 이유는 그 지식을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쌓아놓은 지식이 어디에 있는지, 서로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면, 혹은 제때에 활용할 수 없다면 무의미한 일이겠지요.

다음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문제 상황은 단순하거나 단편적이지 않습니다.
다양한 영역이 서로 얽히면서 제시됩니다. 복합적이고 입체적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까닭에 단순한 지식 축적은 주어진 문제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어렵게 만들고, 해결 방안을 찾는 것도 어렵게 만듭니다.

또 지식은 다른 지식과 연결되면서 확대 재생산되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평소에 지식을 신경망처럼 연결해 두어야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당당히 문제에 맞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지식이 연결되면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과정 혹은 그런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방식을 지식지도(Knowledge Map)라고 합니다. 이 지식지도는 지식을 신경망처럼 연결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 방법을 통해 우리는 지식을 좀 더 잘 체계화할 수 있고, 좀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으며, 보다 생산적인 지식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신경망처럼 연결된 지식지도의 예를 살펴볼까요? 다음 그림을 유심히 보세요.

<그림1>은 모리츠 에셔의 천사와 악마가 세계를 빈틈없이 가득 채우는 그림입니다. <그림2>는 로저 펜로즈의 카이트(Kite, 연)와 다트(Dart, 창)로 평면을 채우는 쪽매붙임 그림입니다.

에셔는 네덜란드의 판화가로 수학과 논리학의 난제를 그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펜로즈는 영국의 유명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로 수학과 물리학에서 혁혁한 업적을 세운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두 사람의 그림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 그림이 갖고 있는 중요성은 무엇일까요?

에셔는 그림 속에서 선악을 상징하는 천사와 악마를 등장시켜 세계를 빈틈없이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천사만으로도 악마만으로도 세계를 채울 수 없기에 천사와 악마가 함께 세계를 채우고 있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펜로즈도 마찬가지입니다. 펜로즈는 서로 모양이 다른 몇 가지의 조각들로 평면을 빈틈이 없이 채우는 놀이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이리저리 조각을 맞추던 그는 위의 그림처럼 흥미롭게 생긴 두 조각을 발견해 카이트와 다트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둘 중 어느 하나만으로는 평면을 채울 수 없지만 두 조각이 있으면 평면을 채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그림은 보통 ‘타일링(Tiling)’ 혹은 ‘테셀레이션(Tessellation)’이라고 하는 것으로 수학에서 많이 연구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펜로즈가 에셔의 그림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놀랍게도 에셔에서 펜로즈에 이르는 그림은 결국 알루미늄과 망간으로 이루어진 금속의 결정 구조와 동일하다는 결정학과 재료공학적 결과와 연결됩니다.

이 연결구조를 파악한 사람들의 연구가 시작되고, 그 결과 프랑스의 한 회사는 펜로즈의 결정구조를 이용하여 프라이팬 코팅기술을 개발하게 됩니다.

하나는 화가의 그림, 하나는 물리학자의 장난스러운 놀이. 이 서로 전혀 다른 분야에서 다른 관점을 통해 만들어진 지식이 결정의 생성, 구조, 성질을 연구하는 학문인 결정학이나 재료공학이라는 특수한 분야와 밀접하게 연결되고, 그 결과 실생활에 유용한 생활용품을 만드는 주요 기술로 발전하게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지식이 신경망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어떤 문제든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기억하십시오. 지식은 신경망처럼 연결된다는 것을. 따라서 지식을 신경망처럼 연결해야 한다는 것을.


함께 풀어보는 문제해결능력 향상 퍼즐

다음에 제시된 사람들과 공통으로 관련된 것을 찾아보세요.

1) 아프로디테 2) 아이작 뉴턴 3) 빌헬름 텔 4) 스티브 잡스

풀이

답은 사과입니다. 파리스의 사과로 인한 아프로디테의 질투가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됩니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로 인해 아이작 뉴턴은 중력 법칙과 만유인력의 법칙 발견의 실마리를 얻게 됩니다.

빌헬름 텔은 아이의 머리 위에 사과를 얹고 화살을 쏘게 됩니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컴퓨터의 로고는 사과입니다.

이처럼 이들은 모두 사과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관련성을 간단한 지식지도로 만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렇게 표현된 지식지도는 다음처럼 계속 확장할 수 있습니다.

△사과 - 아프로디테 - 트로이 전쟁 - 브래드 피트…
△사과 - 아이작 뉴턴 - 자유낙하와 중력 - 만유인력의 법칙…
△사과 - 빌헬름 텔 - 오스트리아에 대한 저항 - 프리드리히 실러…
△사과 - 스티브 잡스 - 애플컴퓨터 - 아이팟과 아이폰…
이 퍼즐은 지식을 축적하는 전형적인 방법을 보여주는 퍼즐입니다. 이 퍼즐은 지식력과 추리력 증진에 효과적입니다.

이현·이진호 프로솔라연구소 공동대표 (rheeyh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