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인수합병(M&A)시장이 뜨겁다. 굵직한 알짜배기 기업이 매물로 나왔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대우건설, 우리금융지주의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작업도 진행될 예정이다.

M&A의 성공은 새로운 성장 발판 마련과 재계 순위 격상으로 이어진다. 그만큼 각 기업들의 사전정보전이 치열하다.

확실한 검증 절차를 걸친 신수종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는 것보다 이미 검증절차가 끝난 사업 분야의 M&A 투자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게 이유다.

그런데 요즘 국내 주요 그룹에서는 이상 기후가 포착된다. 기업 M&A를 주도하는 M&A전담팀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었다. 비밀리에 움직이는 곳이지만 예전에 비해 움직임이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게 M&A시장 전문가들의 말이다.

M&A전담팀에 비해 CEO나 비서들이 직접 움직이고 있는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 M&A 전문가들은 금호그룹 워크아웃, 이랜드의 까르푸(홈에버) 재매각 등 실패 사례가 M&A 전담팀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M&A시장 관계자는 “과거 M&A전담팀은 그룹 내 막강한 파워를 자랑했지만 최근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며 “M&A 실패 사례가 늘고 있어 CEO가 M&A전담팀보다 직접 확인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말했다. M&A전담팀이 공격투자의 선봉장으로서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일부 기업은 M&A전담팀의 힘빼기 작업에 돌입했다. M&A전담팀을 해체하거나 팀원 교체에 나섰다.

ㅈ그룹은 대형 M&A를 앞두고 있지만 별도의 M&A전담팀을 운영하지 않는다. 특정 인력을 계열사에 파견, 업무처리를 하고 있다. 일처리가 끝나면 다시 본래 소속 계열사로 배치한다. M&A전담팀에 힘을 싣지 않기 위한 포석이다.

ㅎ그룹 상황도 비슷하다. 대형 M&A를 준비를 총수 일가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M&A전담팀은 지원업무만 나선다. 단순 수치를 비교하고, 금전적인 부분에만 집중한다. M&A를 위한 물밑 접촉에 일절 나서지 않는다.

ㄷ그룹은 M&A전담팀의 업무가 거의 없다. 자체 M&A전담팀보다 해외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M&A전담팀에 의존하는 쪽을 택했다. M&A 위험에 대비해 직접 투자보다 간접 투자에 나선 것.

최근 ㄷ그룹은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M&A 지분참여 의견을 전달받고 참여 여부에 고민하고 있다.

ㄱ그룹과 ㅇ그룹은 운영하던 M&A전담팀의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해당 직원에 대한 대우도 형편없다. 과거 그룹 내 대우와 비교하면 가혹할 정도의 수준이다. 그룹 지원이 뚝 끊겼고, 동료 직원의 곱지 않은 시선에 시달리고 있다.

해당 기업의 M&A전담팀은 지난해만 해도 막강 파워를 자랑해 왔다. M&A 특성상 철저하게 베일에 붙여 움직일 수 있도록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업무보고는 복잡한 절차 없이 CEO에게 직접 전달됐고, 자금운용이 필요할 때면 예산 품의서를 작성하지 않고 요청만으로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M&A시장 관계자는 “2010년 M&A시장이 뜨거워지고 있지만 M&A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어 당분간 총수 일가, CEO가 직접 모든 사안을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며 “과거 M&A전담팀의 위상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