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용우와 김수로, 그리고 이선균. 신년 초 월화 드라마를 이끌고 있는 남자배우들이다.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KBS2 <공부의 신>과 MBC <파스타> 그리고 SBS <제중원>의 흥행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 배우들의 등락은 곧바로 드라마의 등락과 연결된다. 따라서 이들의 연기력이 이번 드라마의 흥망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키’가 되기도 한다.
<공부의 신> 김수로
12년 만에 TV 드라마에 도전한 김수로는 비교적 성공적인 캐릭터 변신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본 만화 ‘드래곤 사쿠라’를 드라마로 옮긴 <공부의 신>에서 김수로는 극중 폭주족 출신의 변호사로 일하다가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로펌을 나온 뒤 파산 직전의 병문고를 회생시키는 교사 강석호로 출연한다.
강석호는 어떠한 위기 순간에서도 침착하고 냉철하게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설득력의 인물이다.
자칫 SBS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얻은 예능 이미지가 자칫 ‘덫’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수로는 철저한 현실주의자이며 원칙주의자인 강석호의 무표정하면서도 직설적인 말투를 원숙하게 소화하며 ‘카리스마 김’으로 거듭났다.
김수로의 이 같은 연기에 힘입어 <공부의 신>은 6일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당당히 1위로 뛰어올랐다.
<제중원>의 박용우
박용우는 SBS <제중원>에서 백정의 아들이지만 제중원 의학조수로 성공을 거두고 독립군 군의가 되는 황정 역을 맡았다.
그가 얻은 성가는 연기는 ‘기대 이상’, 캐릭터는 ‘보통’이었다. 연기자는 연기력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비로소 ‘최고의 연기자’로 거듭날 수 있다.
가상현실인 드라마에서 좋은 이미지는 캐릭터에서 나오고, 그 캐릭터가 얼마만큼 자신과 딱 맞아떨어지느냐가 ‘실제 이미지’로까지 이어진다.
그동안 그가 보여준 로맨틱한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것은 배우의 문제가 아니라, 제작사 혹은 연출자의 문제로 봐야 한다.
그래도 그는 무리 없이 이 역할을 소화해 냈다. 3회부터는 본격적으로 박용우의 변신이 시작된다. 깔끔한 도포와 갓을 걸치고, 그의 몸에 맞는 이미지의 캐릭터를 구사하게 돼 있다. 그래서 다음 주 ‘제중원’이 기대된다.
<파스타>의 이선균
MBC <파스타>에 출연한 이선균은 지난 1, 2회에서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열연을 펼쳤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내 주방에 여자는 없다’는 주방철학을 내세우며 여성 요리사들을 모두 해고하는 악랄한 셰프 현욱을 연기했다.
요리사가 부족함에도 불구, 400인분의 점심예약을 받아 기존 요리사들을 골탕 먹이고 미리 준비해 둔 ‘용병’들을 투입해 주방을 마음대로 재편하는 등 ‘전횡’을 일삼는다.
이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트리플>에서 보여준 달콤하면서도 로맨틱한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캐릭터다. 한마디로 이선균이 ‘나쁜 남자’를 연기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나온다.
이선균과 ‘나쁜 남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인지 아직은 캐릭터와 이선균이 한데 어우러진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아내의 유혹>의 김서형이 ‘버럭순이’였다면, 이 드라마에서 이선균은 ‘버럭돌이’다. 과연 ‘나쁜 남자’를 연기할 때 그렇게 소리를 질어대야만 하는지 의문스럽다.
물론 작가와 연출자에게도 상당 부분 책임은 있다. 그래도 모든 책임은 연기자에게 돌아간다. 어쨌든 연기에 일가견을 갖고 있는 이선균이 멋지게 해낼 것으로 시청자들은 믿고 있다.
아시아경제신문 황용희 대중문화부장 (hee21@asiae.co.kr)
<ⓒ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