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할리스, 카페베네까지

서울 압구정 로데오점에서 만난 강훈 사장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설탕이나 시럽은 넣지 않았다.

급성장하고 있는 토종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를 이끌고 있는 강 사장은 평소에도 아메리카노를 즐긴다. 에스프레소 본연의 맛을 즐길 정도가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고 말한다. 경영에 있어서도 아직은 달 때도 있고 쓸 때도 있다고 말한다.

강 사장은 토종 커피전문점의 효시라 할 수 있는 할리스커피 창업의 주역이다.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커피전문점이라 하면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 외국계 기업이 대표적이었다.

할리스커피는 그들과 경쟁하면서도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했고, 강 사장은 2003년 운영권을 엔터테인먼트그룹 플레너스(현 CJ인터넷)에 넘겼다. 그리고 지난 2008년 5년 만에 새로운 브랜드를 들고 시장에 다시 나왔다.

5년 만에 돌아온 커피전문점 시장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스타벅스가 여전히 가장 많은 점포를 가지고 있지만 할리스, 엔젤리너스, 탐앤탐스 등 토종 브랜드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만큼 경영환경도 더 힘들어지진 않았을까. 강 사장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당시에는 업종을 불문하고 IMF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었다.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의 개수도 중소업체를 포함해 100여개가 넘게 난립해 있었다.

최근에는 10여개 대형 업체 중심으로 정리가 된 상황. 강 사장은 “카페베네 창업 직후에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고, 경쟁이야 늘 있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함께 약진하고 있는 토종 브랜드들과의 차별화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강 사장은 커피전문점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커피를 즐기지 않았다. 1997년 당시 신세계백화점의 매니저였던 강 사장은 스타벅스코리아 론칭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커피맛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먹기 싫어도 하루에 대여섯 잔은 마셔야 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자 미세한 맛의 차이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타벅스코리아 론칭은 IMF 사태로 인해 무기한 연기됐다. 그가 직접 커피전문점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 때문. 스타벅스 본사에서 배운 운영 노하우가 큰 힘이 됐다.

“카페베네는 한예슬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것 외에도 각종 자선바자회나 이벤트 행사에 싸이더스HQ 소속 연기자들을 비교적 저렴한 값에 동원할 수 있다. 또한 소속 연기자들이 출연하는 드라마나 화보촬영 장소 제공 등을 통해 간접 홍보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한예슬 커피’에서 ‘하이킥 커피’로
강 사장은 고급화를 차별화 전략으로 삼았다. 점포 수를 늘리는 것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카페베네는 서울 강남상권을 중심으로 점포를 늘리고 있으며, 이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다진 후 지방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지방에 매장을 늘린 후 강남상권으로 진입하려다 애를 먹고 있는 업체에서 상담을 의뢰한다고도 하니 그의 전략은 잘 먹혀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카페베네의 고급화 전략은 인테리어와 메뉴를 포함해 로고에도 적용됐다. 화려한 색깔을 이용해 대중적인 콘셉트를 지향했던 기존 커피전문점과 달리 카페베네의 인테리어는 빈티지한 느낌에 초점을 맞췄다.

메뉴에는 와플과 젤라또를 추가해 젊은 여성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으며, 20%의 추가 매출이라는 덤도 따라왔다. 고급화를 위해 로고 역시 커피전문점들이 흔히 쓰던 원형로고에서 탈피, 정형화되지 않은 자유로운 형태로 만들었다.

스타 마케팅 또한 카페베네를 돋보이게 하는 점이다. 커피전문점이 지속적으로 TV 광고를 하는 것 자체도 이례적이지만 한예슬이라는 톱스타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강 사장은 “스타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마케팅 비용을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페베네가 이러한 스타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것은 싸이더스HQ라는 대형 엔터테인먼트그룹과의 협력관계 덕분.

강 사장은 한예슬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것 외에도 “각종 자선바자회나 이벤트 행사에 싸이더스HQ 소속 연기자들을 비교적 저렴한 값에 동원할 수 있고, 소속 연기자들이 출연하는 드라마나 화보촬영 장소 제공 등을 통해 간접 홍보도 기대할 수 있다”며 스타 마케팅의 장점을 설명했다.

최근엔 오히려 간접 홍보 덕을 더 보고 있다. 카페베네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과 한예슬이 주연으로 나오고 있는 SBS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등에 장소 협찬을 하고 있다.

특히 <지붕 뚫고 하이킥>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한때 ‘한예슬 커피’로 불렸던 카페베네가 최근엔 ‘하이킥 커피’로 애칭이 바뀌었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있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