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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중국 여대생들 '첩 문화' 횡행

[사진=뉴시스]

최근 중국에서는 새로운 직종으로 ‘첩’이 떠오르고 있다. 과거 가난한 여성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먹고살고자 첩이 됐다면 요즘 첩이 되고자 하는 이들은 화려한 외모에 학벌까지 좋다. 어렵게 취업해봤자 돈도 얼마 못 벌 뿐 아니라 몸만 고생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중국 부호들 역시 첩이 있느냐 없느냐로 성공 여부를 판단할 정도다. 중국의 21세기판 ‘첩 문화’를 살펴보자.

21살의 여대생 진징은 최근 친구들과의 모임 자리에서 만난 인근 대학의 여대생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제법 좋은 대학의 비서학과에 다니고 있는 이 여대생은 대학을 다니는 유일한 목적이 부유한 남성을 만나 ‘얼나이(二奶)’가 되는 것이란다.

얼나이란 두 번째 가슴이란 뜻으로 부인이 아닌 여성 즉, 첩을 의미한다.

이 여대생은 전공을 비서학과로 선택한 이유도 학과목에 포함돼 있는 비즈니스 매너와 대화법, 식사 및 와인 강좌 등을 배울 수 있어 얼나이가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진징은 공부도 제법 잘해서 성적이 좋다는 이 여대생에게 좋은 곳에 취업할 수 있는데 왜 얼나이가 되고 싶어하냐고 물었다가 면박만 당했다. 좋은 회사에 취업해봤자 하루 종일 일하고 월 4000~5000위안(한화 70만~87만원)밖에 받지 못하는데 그 돈으로는 본인이 원하는 생활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얼나이가 되면 일을 하지 않아도 한 달에 최소 1만~2만위안(한화 174만~348만원)의 돈을 받을 수 있고 각종 옷이나 보석 등 비싼 물건은 상대 남성에게서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 여학생은 자신 외에도 여러 명의 여대생이 얼나이가 되고 싶어하며 이미 부자 남자친구를 둔 얼나이 대학생들도 꽤 많다고 밝혔다.

중국에는 오랫동안 축첩문화가 있었고 홍콩이나 대만에서도 지금까지 일부 유지돼오고 있다. 중국은 1949년 공산화되면서 공개적인 축첩제도가 사라졌다. 하지만 경제 개방과 함께 자본주의와 돈의 파워가 구습인 축첩문화를 되살려놓았다.

경제 개방의 선두에 있었던 광둥 셴젠에는 투자차 건너온 홍콩과 대만 출신의 중국인들의 얼나이들이 모여 사는 지역까지 있다. 초기 얼나이들은 경제특구에 일을 찾아 온 내륙 지역의 가난한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하루 종일 휴일도 없이 일해도 불과 몇천 위안 벌기도 어려운 공장생활에서 좋은 아파트와 안락한 생활, 풍족한 돈 등은 분명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가속도를 붙이면서 ‘성공했다’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앞다퉈 얼나이를 두기 시작했다. 마치 얼나이가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인 것처럼.

그 결과 90년대 이후부터 중국의 고위관리들은 얼나이가 없는 관리가 드물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공무원들의 축첩 현상이 심각해졌다. 한 민간기관 조사에 따르면 부패혐의로 물러난 공무원의 60%는 축첩과 관련돼 물의를 빚은 것으로 나타났다.

얼나이가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한 유일한 출구였던 것도 잠시, 현재 얼나이가 되려는 젊은 여성들은 가난한 농촌 출신도 아니고 교육을 받지 못한 빈민층도 아니다. 진징의 친구처럼 좋은 대학에 다니고 번듯한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여성들이 돈과 물질을 좇아 얼나이가 되려는 경우가 흔해졌다.

심지어 얼나이를 뽑기 위한 박람회도 열리고 있다. 겉으로는 결혼 상대자를 뽑기 위한 결혼 박람회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미 부인이 있는 부호가 첩을 찾기 위해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콘테스트를 여는 것이다. 미모가 뛰어나고 좋은 대학을 졸업한 여성이 얼나이로 받고 싶은 금액을 제시하는데 적게는 10만위안에서 수십만위안까지 요구한다.

심지어 어린 여학생들이 많은 대학가 인근에는 얼나이 중개소까지 들어섰다. 이들은 여학생의 사진과 연간 요구 비용까지 적힌 명함 등을 나눠주기도 한다. 웬조우에서는 한 기업체 소유주가 얼나이를 뽑는다는 공고문을 대학가에 붙였다가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인턴 기간은 물론 상여금과 보험혜택까지 제공하겠다고 쓰여 있어서 얼핏 보면 영락없는 직원채용 공고 같지만 얼나이 모집이 본래 목적이었다.

얼나이가 되고 싶은 젊은 여성뿐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젊은 층의 반응도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본인의 외모 등 능력이 돼서 이를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데 그게 대수냐라는 시선에서부터 얼나이들이 자신들의 명품을 자랑하는 한편 동시에 부패한 공무원들을 폭로하는 효과가 있으니 오히려 좋지 않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의 문화>

부를 과시하다 조롱받는 중국 부자들, 어쨌길래?

마오쩌둥 시절 투하오(土豪)는 공산당의 비난을 받는 계급으로 지방 호족을 의미하지만 대체로는 악덕 지주라는 뜻으로 사용된 단어이다.

최근에는 투하오가 돈을 마구 써대고 엉뚱하게 소비하는 부유층을 일컫는 말로 이용되고 있다. 새로운 개념의 투하오는 온라인 게임에서 시간을 투자해 게임 아이템을 구하는 대신 직접 돈을 지불하고 아이템을 사들이는 사람들을 지칭하면서 등장했다.

즉, 투하오는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라 돈이 많은 사람이 돈을 헛되게 쓰는 방식을 조롱하는 단어로 사용되는 것이다.

부자와 돈을 숭배하는 중국인들도 비웃는 투하오의 전형적인 모습은 최고로 비싼 옷을 걸쳐 입었으나 아주 싸구려로 보이는 사람들이다. 투하오의 사무실에는 유명한 연예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즐비하게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해당 연예인에게 사진을 찍는 대가로 돈을 지불한 후 찍은 것이다.

투하오들은 세일기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할인된 가격으로 물건을 사는 것보다 돈을 더 지불해 구입함으로써 스스로의 부를 과시하는 것을 즐긴다.

투하오들이 조롱을 받으면서도 부를 과시하려는 이유에는 과거와 달리 겸손이 더는 미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데 있다. 자신을 낮추는 것이 오히려 실패나 자신감 결여로 받아들여지는 문화와 함께 선망과 존경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결합된 결과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의 존경을 얻고자 하는 시도는 결국 사람들의 조롱을 얻는 것으로 그친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inchunghan@gmail.com

뉴욕공과대학(NYIT)의 중국 난징캠퍼스에서 경영학과 조교수로 근무중이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 년간 기자로 근무했으며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역경영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엄정윤 기자  |  yantingyun@econovill.com  |  승인 2013.10.29  14: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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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민정, #첩, #얼나이, #투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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