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불고기, 김치, 삼계탕.... 한식세계화의 주역이었던 메뉴들이다. 그러나 요즘 세계에서 주목받는 한국산 음식, 일명 ‘K푸드’의 주인공은 이들이 아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초코파이, 라면, 자일리톨, 커피믹스 등 세계인들이 즐길만한 간식류들이 새롭게 K푸드의 주역으로 자리바꿈을 하고 있다. 주식에서 간식으로 무게중심이 바뀐 한국식 ‘K푸드’의 속내를 들여다본다.

중국인의 ‘좋은 친구’ 된 오리온 초코파이

초코파이는 더 이상 ‘국민간식’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초코파이. 성공 비결은 우선 ‘현지화’가 꼽힌다.

오리온이 중국에 처음으로 진출한 시점은 1993년. 현재까지 중국에서 판매된 초코파이만 약 40억 개에 달한다. 전환점은 2008년 말이었다. 오리온은 중국시장에 ‘좋은 친구’라는 의미의 ‘하오리여우파이’라는 이름으로 초코파이를 선보인 이후 현지 커뮤니케이션을 대폭 강화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오리온이 중국시장에 초코파이를 처음 선보인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인 1995년, 중국 남부 지역의 더운 날씨때문에 제품이 녹는 문제가 발생했다. 오리온은 그해 9월 초코파이 10만개 전량을 수거해 소각했다. 하지만 즉각적으로 대처한 덕분에 오히려 오리온 초코파이가 중국 소비자와 도매상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됐다.  최고품질로 승부한다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현재 ‘오리온 초코파이’는 중국 초코파이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해 기준으로 매출은 약 1350억 원을 기록했다.

중동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오리온은 지난 2008년부터 중동 지역에 초코파이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중동 사우디아라비아는 낮 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기 때문에 초코파이가 유통되기에는 최악의 환경이다. 초콜릿 코팅이 녹아내리거나 낮은 기압 때문에 초코파이 조직이 들뜨고, 마시멜로우 조직이 흐물흐물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당시 오리온 연구팀은 내열성이 강한 초콜릿 및 마시멜로우 성분비를 잡아냈다. 그 결과, 초코파이는 낮 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는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한 달에 약 3만 박스의 초코파이를 판매하고 있다.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초코파이 인기는 흔들림이 없다. 지난 2008년 오리온은 시베리아의 노보시비리스크라는 도시에 공장을 짓고 시베리아 전 지역에 직접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부산을 중심으로 러시아 보따리 상인들 사이에서 초코파이 구매 붐이 일면서 처음으로 러시아에 진출했다. 차를 많이 마시는 러시아 문화에 잘 어울려 초코파이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 작년 6~7월 오리온 초코파이의 러시아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1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에서도 초코파이가 때 아닌 인기다. 오리온 베트남법인은 올해 1~2월 매달 6700만개의 초코파이를 생산했다. 평소 월평균 생산량은 2900만개에 불과했다. 지난 2006년 호찌민에 공장과 현지법인을 세우며 시장을 공략한 결과 제사상에 오를 정도로 인기 있는 식품이 된 것이다. 현지어로 ‘정’을 의미하는 ‘Tinh’라는 단어를 포장지에 넣은 것도 친근감을 주는 데 성공한 요인이다. 그 결과 지난 2010년에는 베트남 내에서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올라서기도 했다.

이처럼 오리온은 1990년대 들어 해외로 점차 판로를 넓혀간 결과 중국, 베트남, 러시아에 모두 9개의 생산기지를 보유한 상태다. 오리온 관계자는 “초코파이의 국내 누적 매출액은 2012년 기준 약 1조 7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며 “최고의 브랜드 경쟁력을 위해 품질과 맛의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 신라면의 매운 맛은 ‘만국공통어’

초코파이가 ‘현지화’ 전략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면 라면은 좀 다르다. 농심은 한국의 매운 맛을 담은 ‘신라면’을 해외 시장에 있는 그대로 선보여 한국의 맛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세계 80여개국에 진출한 신라면의 맛은 모두 동일하다. 그러나 마케팅 전략만큼은 나라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이다.

전 세계 라면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라면소비대국’인 중국에서의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농심은 광활한 중국 땅에 전국적 유통망을 조직한다는 욕심을 버리고 ‘점조직’ 형태의 유통에 역점을 뒀다. 상해, 심양, 북경의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중심으로 판매거점을 구축한 것이다. 동시에 ‘면은 끓여 먹어야 맛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매장 내 부단한 시식행사와 무료증정을 통한 시식기회를 제공했다. 마오쩌뚱의 말을 패러디해 “매운 것을 못 먹으면 사내대장부가 아니다”라는 마케팅 카피를 만든 것도 중국인의 정서와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농심 중국법인은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 ‘타오바오’와 직영판매 계약을 맺고 4월 초부터 판매에 나섰다. 이를 위해 별도의 온라인 사업 전담팀을 꾸리고 3개의 생산거점과 영업망을 동원해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렇게 중국 내 온라인 시장을 공략한 결과 3분기 들어 13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신라면과 새우깡 등 50여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에는 B2B 온라인 쇼핑몰과도 계약을 맺고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중국법인의 누적 매출은 15년 만에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10억 달러를 신라면(3.5元)으로 판매개수로 환산하면 약 18억 개다. 중국 국민이 모두 한번 이상 신라면을 먹어본 셈이다. 최근엔 신라면 블랙, 둥지냉면의 매출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한국전통 면류 제품인 둥지냉면 매출이 전년 대비 51%나 늘었다.

한편 농심은 라면 종주국 일본에도 한국의 매운맛을 그대로 전달한다는 전략이다. 매운 맛이 보편화되지 않은 일본에서 신라면은 매운 라면으로 통한다. 그러나 한국의 매운 맛은 동남아의 톡 쏘는 매운맛이나, 남미의 통각적 매운맛과는 차별화 되는 ‘맛있게 매운, 중독성 있는 매운맛’으로 현지에서 통한다.

한국의 매운 맛에 우호적인 일본 소비층을 보다 적극 공략하기 위해 농심재팬은 매년 4월10일을 ‘신라면의 날’로 지정했다. 4와 10의 발음을 합치면 일본어로 ‘홋토(hot·맵다)’가 되기 때문이다. 올해 신라면의 날에는 일본 시부야에서 현지 언론과 파워 블로거, 유통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우마카랏(うまからっ) 신체험’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날 신라면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 15종의 레시피가 공개됐다. 일본에서 신라면을 생활밀착형 브랜드로 자리잡게 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또한 편의점이 발달한 일본 유통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일본 주요 편의점을 공략한 결과, 1997년부터 일본 최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에 신라면을 입점시키기도 했다. 이후 패밀리마트 등 여러 편의점들이 속속 신라면을 들여오기 시작하면서 일본 전역으로 공급을 넓히게 되었다. 2004년에는 일본 공중파 방송인 도쿄TV에서 농심 신라면을 세계적인 명품브랜드로 선정하여 저녁 뉴스 시간대에 방영하여 신라면의 가치를 일본에서까지 인정받은 바 있다.

이러한 적극적 마케팅의 결과 세계 80개국에서 팔리는 신라면을 필두로 농심의 해외 매출은 2008년 2억8000만달러에서 작년 4억4000만달러로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8%에서 24%로 늘었다. 올해 농심의 해외사업 매출 목표는 총 5억 7000만달러로 작년보다 30% 가량 높다.

한편 미국과 유럽에서도 현지 메이저 유통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행보를 넓혀가고 있다. 미국 월마트와는 직거래 계약을 맺었고, 유럽에선 영국의 모리슨, 스위스 미그로스 등 메이저 유통업체와 공급계약을 맺고 신라면 등 주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영국에서는 40%에 가까운 연평균 성장률을 보이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밖에도 농심은 2010년 진출한 베트남 호치민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사무소를 통해 동남아시아와 유럽을 대상으로 한 수출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젖대신 프리마? 중앙아시아로 뻗어나간 동서식품 프리마로드

'프리마'는 커피 고유의 쓴맛과 신맛, 떫은 맛을 완화하기 위해 동서식품이 1974년 개발한 제품이다. 국내에서 커피크리머를 의미하는 보통명사로 통용될 정도로 인기를 얻은 '프리마'는 최근 해외 시장에서도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1982년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에 처음 수출됐던 '프리마'는 현재 러시아, 중앙아시아까지 진출하며 ‘프리마로드’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현재는 27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동서식품 프리마는 수출 첫 해 110만 달러에서 2012년 5500만 달러로 19년 만에 50배 성장했다. 올해에는 7000만 달러, 2015년까지 1억 달러 수출이 목표다.

동서식품의 프리마가 해외 시장에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현지 식문화 연구를 통해 다양한 용도로 프리마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프리마는 밀크티, 버블티뿐만 아니라 시리얼 믹스, 티믹스, 제빵 등 저녁식사에도 사용될 수 있도록 개발돼 대용량 제품인 '벌크 제품'으로 판매될 정도다.

또한 동서식품은 프리마로 동남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커피믹스라는 제품 아이디어를 최초로 현지에 소개했다. 이는 러시아 극동시장에까지 확대됐다. 특히 추운 날씨 탓에 따뜻한 음료에 커피를 첨가해 즐기는 전통이 있는 러시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중앙아시아 시장에서도 동서식품은 크리머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프리마'는 카자흐스탄 71%, 타지키스탄 77%, 우즈베키스탄 56%, 키르기스스탄 54% 등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차에 기르는 가축의 젖을 넣어 마시는 전통이 있는 카자흐스탄에서는 우유대신 프리마를 차에 타서 먹고, 타지키스탄에서도 제빵과 홍차 등을 먹을 때 프리마를 곁들이기 시작했다.

동서식품은 시베리아 및 서부 우랄지역까지 '프리마' 시장을 확대하고 140여개 매장에 브랜드가 노출된 전용매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빙그레

빙그레는 아이스크림인 메로나, 바나나맛우유, 꽃게랑 스낵 등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틈새시장 공략이 성공 비결이다. 빙그레는 지난해 바나나맛우유 등 유음료류 140억원, 메로나 등 아이스크림류 230억, 꽃게랑 등 스낵류 150억원 등 모두 520억원어치를 수출했다.

바나나맛우유가 중국에 입성한 건 지난 2008년이었다. 처음에는 단지 모양으로 소량만 수출하던 것을 지금은 유통기한도 늘리고 멸균팩으로 포장해 수출하고 있다. 상하이 현지 편의점 판매가격은 8.5위안(약 1500원) 안팎으로 국내(1200원)보다 비싸지만 현지 젊은 층이 많이 찾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국내 중국 관광객의 증가와 한류의 영향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데다가 최근 중국 내 유제품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면서 상대적으로 ‘바나나맛우유’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빙그레는 중국 수출용 ‘바나나맛우유’ 생산량을 늘리고, 중국 현지의 유통망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산둥성 칭다오를 거점으로 상하이, 베이징, 대련 등 네 곳에 판매망을 갖췄다. 또한 편의점뿐만 아니라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신규 채널에도 진출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국내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늘리고 중국어로 “한국의 1등 바나나맛우유”라는 광고 문구를 노출하고 있다. 바나나맛우유는 2004년 미국 수출을 시작으로 캐나다, 중국, 필리핀 등 10여개 나라에서 팔리고 있다.

메로나는 1995년 미국 하와이에 진출한 이후 수출국이 30여개로 늘었다. 글로벌화를 위해 메론 맛 외에 딸기ㆍ바나나ㆍ망고ㆍ와플 등 다양한 맛을 개발해 수출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에서는 메로나가 일본의 ‘스시’처럼 브라질의 디저트와 기호식품 문화에 새로운 획을 가져온 걸로 평가 받고 있다. 실제로 2008년에 브라질 국영 TV EBC 는 메로나의 맛과 인기 비결을 취재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중순에는 일본 대형 CVS인 서클K싼크스 입점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일본시장에 진출하는 등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돋움 하고 있다. 또한 올 9월 브라질 상파울로에는 첫 해외단독법인을 설립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브라질 해외법인을 남미수출의 거점으로 삼아 현지 마케팅과 유통채널 확대, 현지 생산검토 등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꽃게랑도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러시아 스낵시장에서 1위 제품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1990년대초 부산항에 드나들던 러시아 선원들이 꽃게랑 맛에 반하게 된 것을 계기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1992년 수출길에 올랐던 것이 시초다. 빙그레는 당시 시베리아 지역의 음식문화를 분석한 끝에 꽃게랑을 전략제품으로 선정하였다. 시베리아는 내륙지역이어서 해산물이 소고기보다도 훨씬 고급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는 대부분 감자 스낵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꽃게랑이 기존 시장에는 없었던 독특하고 차별화된 제품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빙그레는 꽃게랑 판매를 위해 지역별로 방송광고 및 프로모션 행사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성수기인 4월부터 9월까지 젊은 층을 타켓으로 주요 도시 별로 라디오 광고, 버스광고 및 프로모션행사를 벌여오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 활동은 지역간 거리가 멀어 각기 독자적인 사회문화와 음식문화를 발전시켜왔기 때문에 그에 걸 맞는 지역방송광고를 시행함으로써 세분화된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현지 유학생을 활용한 주기적인 시장조사 등을 집중적으로 실시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고, 2001년 초부터 러시아어로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러시아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 해왔다. 최근에는 러시아 유력 유통 업체인 “Magnit”에 지난 6월 입점함으로써 러시아 서부시장 공략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도 했다. Magnit은 러시아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약 5,000여 점포를 보유한 러시아 최대 유통회사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