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노믹스가 효과를 보면서 위기를 넘겼다는 전망이 제기됐던 중국 경제. 하지만 지난 17일 이후 경제 둔화 우려를 이유로 긴축 기조 강화 조짐이 보이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렸다. 긴축으로 인해 중국 경제가 다시 위축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려할 것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근 중국으로 단기성 투기자금, 이른바 핫머니가 대거 유입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등 자산 버블 현상이 고조됐다. 중국 5대 은행이 2013년 상반기에 상각 처리한 부실대출 규모는 221억위안으로 2013년 대비 3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9월 70대 대도시 신규주택가격의 상승 폭이 확대(8.3%→9.1%,yoy)됐다. 강세국면이 지속돼 부동산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졌다. 전월 대비 상승폭은 증가 한 달 만에 다시 축소세(0.8%→0.7%)로 돌아섰다.

이에 인민은행은 지난 17일 이후 부동산 거품 우려와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유동성 공급을 제한하고, 이틀 연속 시중에 유동성 공급량 공개도 거부했다. 또 역RP발행을 중단하며 유동성 중립 기조를 보였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통화정책을 소폭 조일 수 있다”고 언급하며 “은행대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올 초, 긴축 이슈가 터진 이후 다시 한 번 긴축 이야기가 도마 위에 오르자 시장에는 ‘긴축이 확실시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심리가 번졌다. 지난 18일 2050선을 돌파하면서 상승세를 기록하던 코스피지수는 중국의 긴축 이슈가 나오자 다시 내려앉았다.

2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대형주 중심의 S&P500은 0.5% 내린 1746.34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의 닛케이 평균은 2.0% 내린 1만4426.05에 거래를 마쳤다. 토픽스지수도 1.5% 내렸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0.3%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는 각각 1.2%, 1.4% 내렸다.

미국 국채 가격도 이틀째 상승했다.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며 안전자산인 국채에 매수가 몰렸기 때문이다. 전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2% 하락한 2.50%를 기록했다.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역시 0.01% 내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당장 긴축정책을 펴는 것이 아니라 미세 경제 조정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 관련 우려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적다”고 분석했다.

이민구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긴축정책으로 전환됐다기보다 경제가 과열돼 *파인 튜닝(Fine Tuning) 즉, 미세조정을 하는 정책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외환 집중제를 활용해 달러가 시장에 과입되면 시장에 돈을 풀지 않고, 적으면 역RP((Reverse RP)를 활용해 유동성을 공급한다. 최근 물가도 오르고, 부동산 가격도 들썩거리니 기존의 완화정책에서 약간 후퇴해 시장에 유입되는 돈을 줄인 것이다. 23일 시장은 과민한 반응을 보였을 뿐, 우려는 곧 사그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장기적으로는 긴축정책으로 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시기가 중요하다. 현재는 경제 미세조정을 하는 것뿐이다. 임금 상승,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잠재적인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긴축을 하면 경제심리가 더 후퇴해 물가를 잡기 전에 고용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긴축 시기는 경제 연착륙을 시킨 후, 내년 초에나 이뤄질 것이다. 중국의 현 정책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은 극히 적다”고 설명했다.

 

*파인 튜닝(Fine Tuning): 경제활동 수준의 급격한 변동을 막기 위해 환율·금융·재정 부문 등의 정책수단을 상황에 따라 수시로 적용하는 행위

*역RP(Reverse RP): 환매채와는 반대로, 자금공여자가 특정가격에 정해진 이자를 부과한 가격으로 재판매할 것을 약정하고 증권을 구매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