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온다. 당연히 2014년 세계경기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단 선진국들이 경기 회복세를 보이면서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경제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같은 긍정적 신호에도 글로벌 무역 파고를 매번 힘겹게 헤쳐나가고 있는 ‘대한민국 기업’들은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 유동성 위기, 오너 리스크 등으로 상처 입은 우리 기업들 앞에 대외 변수의 격랑마저 좀체 잦아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연일 터지는 글로벌 이슈들로 세계 증시와 금리가 널뛰기를 반복했다. 하반기 접어들면서부터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특히 이달 1일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을 선포하면서 사상 최대의 디폴트(국가부도)까지 내몰리자 전 세계는 그야말로 좌불안석이었다. 다행히 미국 여야 정치권이 16일 만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최악의 위기는 모면했다.

한편 이처럼 세계 경기가 불안한 와중에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주요국들도 2014년을 앞두고 구조적 문제들이 해결될 조짐을 보이면서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우리나라의 내년 경기 전망도 밝은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곳곳에 잠재돼 있는 글로벌 변수들을 조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 이슈들을 중점으로 내년 수출 경기를 진단해본다.

우선 미국은 주택 경기 회복과 제조업 경기 개선 등에 힘입어 내년 경제성장률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물 경제의 회복세가 미국의 경기 호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적완화 축소와 재정 불확실성 등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벌어진 셧다운 사태로 디폴트 위기까지 거론되자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되고 있다. 그 여파로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출구전략이 미뤄지면서 대량의 달러가 한국으로 유입돼 원-달러 환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은 수출 제품 가격을 상승시키고 채산성을 악화시켜 수출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자동차, 가전, 석유화학 등의 수출 타격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유럽의 내년 상황은 매우 좋다. 각종 국제기구들은 “이제 유럽 경제가 반등할 일만 남았다”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을 중심으로 거시지표가 안정세를 보이고 유럽 재정위기의 주범인 그리스, 스페인, 포르트갈, 이탈리아 등도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재와 소비재 모두 유럽 경기회복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은 국내 조선업 시장에서 최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선박 수출액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외 자동차 업계와 건설사도 내년 매출 상승을 목표로 유럽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이다. 일단 내년 아베 신조 총리의 ‘아베노믹스’ 성공 여부가 드디어 판가름 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20여 년간 침체된 일본 경기를 살리기 위해 대량의 엔화를 풀었다. 그 결과 일본 소비시장이 살아나면서 닛케이 주가지수도 함께 올랐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구조개혁은 아직 뚜렷한 성과가 안 나오고 있다는 평가이다. 게다가 내년 4월부터 소비세율이 현행 5%에서 8%로 인상됨에 따라 일본 소비시장이 다시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일본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 이는 다시 엔저로 이어지고 결국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이 경우 특히 자동차, 기계류, 전기전자, 석유화학 등의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내년 일본의 소비세율 인상으로 경기 후퇴는 이미 예상된 일”이라며 “우리나라 정부와 개별 기업의 수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어떨까. 우선 중국이 당장 내년에 나아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하늘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 7.8%를 기점으로 점진적인 둔화 추세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7.4%로 전망했다.  이어 “산업적 측면에서 볼 때 중국 정부가 고급 차량, 제약, 분유 등 시장에서의 견제가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관련 시장에서 자국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낮다 보니 외국 업체가 높은 이윤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내 가격과 해외 가격의 비교, 혹은 서비스 제공 차별 등 규제 강화를 통해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정 애널리스트는 “일단은 11월 개최 예정인 제18기 3중전회를 통해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경제개혁 방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중국이 내년 과잉생산 산업에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할 경우 GDP 성장률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한국의 소재 및 산업재 기업들한테는 가격경쟁력이 생기면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