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유대관계 탄탄한 네트워크 강점
최재원 부회장 SK글로벌화 진두지휘


기업을 일구고 규모를 키우는 데 한평생을 매진 해 온 재계 1세들은 자녀가 좀 더 넓은 세상에서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시야를 갖기 원했다.

선대가 일궈놓은 기업을 그저 잘 물려받기보다는 훗날 스스로의 경영 스타일을 갖춘 후계자가 돼줄 것을 원했고, 그래서 전통과 학풍을 갖췄으면서도 자주적이고 도전적인 2, 3세 경영인으로서 토대를 닦을 수 있는 ‘브라운대학’을 선택했을 법하다.

미국 브라운대학은 1764년 영국 식민지의회의 인가를 받아 침례교 계통 남자대학인 로드아일랜드대학으로 워렌에서 문을 열었다.

1770년 동부 보스턴 남쪽에 위치한 프로비던스로 이전하고, 1804년 거액을 기증한 니콜라스 브라운(Nicholas Brown)의 이름을 따서 브라운대학으로 학교명을 바꿨다.

초기 이민시대에 뉴잉글랜드 지역의 엄격하고 까다로운 종교적 계율에 지친 침례교도들이 전통과 종교에 대한 반발로 설립했던 역사를 가졌기 때문인지 브라운대학은 한마디로 ‘전통 속에 자유와 변화’를 추구하는 대학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00년에는 미국 아이비리그 최초로 여성 흑인 총장(루스 시몬스)을 내세워 그 어느 대학보다 상당히 자유로운 학풍을 가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학생 중 여학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소수민족 학생이 30%에 달하는 점도 특징적이다. 이 같은 배경 때문인지 브라운대학은 돈이나 명예보다는 사회적 책임, 다양성을 강조하는 대학으로 유명하다.

재학생 수가 5000~6000명 선인 브라운대의 특성상 국내 브라운대 동문들은 비교적 유대 관계가 좋고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 하반기에도 신입 동문들을 초대해 서로 인사하는 자리가 마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동문회장은 하현준 한국외국어대 교수(생명화학과)며, 부회장은 김준 경방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재계에서는 올 연말 인사에서 신세계 대표이사에 오른 정용진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E&S 부회장, 효성그룹 3남인 조현상 경영전략본부 전무, 경방그룹 장남인 김준 사장, 남석우 남영비비안 회장, 이재현 이베이 아·태총괄 수석부사장 등이 브라운대학 출신이다.

또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의 맏아들인 조원국 상무와 쌍용그룹 고 김성곤 회장의 3남인 김석동 전 굿모닝신한증권 대표, 조선내화 이화일 회장의 장남인 이인옥 부회장 등도 이 대학을 졸업했다.


본격적인 리더십 시험대 오른 브라운대 출신 2, 3세들
지난 연말 재계 인사에서는 2~3세 후계자로의 경영권 이양이 눈에 띈다. 이 가운데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그룹 내에서 이마트와 중국 사업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일찌감치 후계 구도를 확정지었다.

브라운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정 부회장은 재학 시절 상당히 학구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활달한 성격만큼 친구들을 좋아해 모임을 주도하고, 특히 사회에서 만난 인사들보다 학교 동창들과 가깝게 지내는 편이어서 동문회도 자주 참석하고 있다.

경영수업을 받는 동안에는 일본이나 유럽 등 해외의 선진 유통 시장을 자주 시찰한 덕분에 풍부한 현장 경험을 다져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월에는 JP모간 주최로 열린 ‘한국 CEO 콘퍼런스’에 참석해 글로벌 투자자들 앞에서 영어로 신세계의 미래전략과 비전을 설명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신세계는 이전보다 한층 적극적으로 신사업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룹 해외사업 이끌 글로벌 비전 수립
SK그룹도 최재원 SK E&S 부회장의 역할 강화가 예상되고 있다. 브라운대 물리학과를 거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나온 최 부회장은 지난 2004년 3월 분식회계와 소버린 사태 등에 따른 그룹 오너 일가의 일괄 퇴진 방침에 따라 당시 맡고 있던 SK텔레콤 부사장직을 내놓으며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난 바 있다. 이후 2005년과 2006년 각각 SK E&S와 SK가스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활동을 재개했다.

최 부회장은 특히 SK글로벌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SK의 숙원 과제인 글로벌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작년 9월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국·러시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 ‘한·러 에너지협력의 현재와 미래’란 주제발표를 통해 SK의 오너 경영인으로서 글로벌 무대에 데뷔했다.

그룹 내부에서도 최 부회장은 풍부한 글로벌 감각과 탄탄한 기획력을 갖춰 해외사업 및 신성장동력 발굴을 맡을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경영수업? No! 세계를 무대로 맹활약
효성가의 셋째 아들 조현상 전무는 경복고와 연세대를 거쳐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의 도쿄 및 서울사무소, 일본의 최대 전화회사인 NTT도코모 등에서 근무하다 효성에 입사, 현재 전략본부 전무로 그룹 전략과 경영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조 전무는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2005년에는 한·중·일 정부선정 차세대 리더로, 2007년에는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차세대 리더로 선정됐다.

또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서는 아버지인 조석래 회장이 주최한 ‘한국의 밤’ 행사를 도와 세계적 경영자들과 세션 패널로 참석, 한국과 아시아의 가능성을 역설하며 주목을 받았다.

한편 한진중공업 조원국 상무의 경영 참여도 주목된다. 브라운대와 미국 웨스턴주립대학 로스쿨을 마친 조 상무는 지난해 초 한진중공업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후 상선 영업과 국제 업무 등을 맡고 있다.

아시아경제신문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