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타운 개발 어떻게 되고 있나.
리얼투데이 김광석 이사(www.realtoday.co.kr)
김광석 리얼투데이 센터장은 현재 영암·해남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주택과 산업단지, 계량분석 전문가로 부동산 정보업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닥터아파트 정보분석팀장, 유니에셋 리서치센터 팀장, 스피드뱅크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다.
무분별한 주택개발을 막고 도시의 균형개발을 유도한다는 명분아래 추진한 뉴타운사업이 시행 10년이 넘은 지금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주택가격 하락때문에 일반분양으로 전환해도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즉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시 부담해야 하는 부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수지를 맞추기가 사실상 난망하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급기야 뉴타운사업 진행 여부를 주민들이 결정토록 하는 ‘출구전략’ 카드를 꺼내들었다. 서울의 전방위적인 재개발보다는 개발이 될만한 타당성을 갖춘 곳을 선별해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속내가 읽히는 대목이다.
2000년대 초반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주택재개발 사업이 무분별하게 펼쳐졌다. 그 당시만 해도 도로 공원 등의 기반시설 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난개발이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서울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단위를 큰 지역으로 묶어 기반시설을 설치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뉴타운개발 계획을 내놓았다
뉴타운은 체계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해 동일 생활권의 기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2000년 초반까지 뉴타운은 35개 지구, 257개 지역이 뉴타운으로 지정될 정도로 붐을 이뤘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이 장기침체에 접어들면서 개발이 지지부진해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으로 재개발 비즈니스의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개발사업추진에 따른 부담이 커진 반면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서울시가 뉴타운출구전략을 2012년 1월에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사업추진단계별로 재개발실태조사와 주민의견 등을 수렴해 사업 추진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 핵심이었다. 여기에는 정부가 사업성 분석을 지원해 조합원 등이 부담하는 추가분담금 등을 사전에 검토하고 사업성이 없을 경우에는 그 동안 들어갔던 매물비용 등을 시에서 지원해 주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서울시 뉴타운·재개발 실태조사 결과, 사업추진 주체가 없는 130개 구역 중 81개 구역의 지정을 취소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 가운데 사업추진 결정을 한 곳은 35곳에 그칠 정도로 사업성이 희박한 구역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추진 주체가 있는 8곳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3개구역이 승인 취소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결과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미미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재개발 추진 계획은 주택경기가 좋은 2001~2006년에 세워진 경우가 많아 개발 사업성이 과대 포장돼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에서 재개발이 추진 중인 구역은 571개로 모든 구역을 조사하기까지 앞으로 1~2년이 더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전체 사업성 규모가 드러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며 그 기간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서울 뉴타운 한강변 vs 대규모 개발
재개발 사업은 지역 선호도가 높은 한강변 지역과 아닌 지역으로 나뉘어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전에는 규모가 큰 재개발구역의 경우, 개발 기대감에 힘입어 선호도가 높은 편이었지만 최근에는 주민 동의를 이끌어내기 힘들어지면서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는 경우기 늘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분양이 시작된 재개발 아파트를 살펴보면 도심의 장점에 한강변 프리미엄을 갖춘 마포구가 활발해 보인다. 올 상반기에만 4개 단지에서 2400가구가 공급됐으니 청약 성적도 괜찮은 편이다.
지난 3월 청약을 받은 마포한강 푸르지오는 평균 1.97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6월에 공급된 공덕파크자이가 1.31대 1, 공덕자이가 1.6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7월에 공급된 래미안 마포웰스트림도 평균 1.64대 1로 양호한 수준이다.
한강변에 위치한 성동구에서도 연말까지 3개의 분양단지가 쏟아질 예정이다. GS건설·현대산업개발·삼성물산·대림산업이 함께 짓는 성동구 하왕십리동 왕십리뉴타운1구역(텐즈힐)은 9월 공급될 예정이다. 단지규모가 1702가구에 이르는 대단지 아파트다. 금호20구역과, 옥수13구역도 각각 10월중 분양이 예정돼 있어 활기를 띠고 있다. 성동구 금호 제15구역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성동구로부터 사업시행변경인가를 받은 후 6월 열린 관리처분인가를 위한 조합원 임시 총회에서 모든 안건이 가결되는 등 사업이 순조로운 편이다.
반면 종로구 창신동 일대(84만6100㎡) 창신·숭인 뉴타운의 뉴타운 개발사업이 지난 6월 서울시 뉴타운 중 처음으로 지구해제가 결정된데 이어 총8600가구에 달하는 매머드급 규모를 자랑하는 중랑구 중화재정비촉진지구도 실태조사 이후 전면개발을 포기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시가 임대주택이나 장기전세 등을 늘리도록 권고하고 있는데다 주택가격 하락세가 커 사업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총 4개 구역 중 규모가 큰 2개 구역이 정비구역 해제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역개발에서 분리개발로 방향 다시 U턴
광역 뉴타운개발이 힘들어짐에 따라 뉴타운 분리개발이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분리 개발은 반대구역만 제외하고 찬성하는 지역만 분리, 재개발에 착수하는 방식이다. 신규건물 등이 많아 노후도가 높고 낮은 지역이 섞여 있어 개발에 대한 동의가 지역에 따라 엇갈린다면 분리개발을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동작구 흑석뉴타운 내 존치정비1구역 중 노후도가 낮고 사업에 대한 반발이 큰 구역은 유지, 보수에 초점을 맞춘 휴먼타운으로 개발한다. 반면 개발의지가 높은 구역은 흑석10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해 재개발하기로 했다. 지난 6월 서울시 뉴타운 중 처음으로 지구해제가 결정된 창신·숭인 뉴타운은 분리 개발로 가닥을 잡았다. 재정비촉진지구 14곳 중 해제를 신청한 7개 지구는 지정 전 단계로 환원해 개별주택의 개량ㆍ신축 등 재산권 행사를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남은 사업지는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특성에 맞춰 개발할 방침이다. 대규모 뉴타운식 개발은 취소됐지만 소규모식 정비가 가능해진 셈이다. 한강변 최대 뉴타운 사업으로 꼽히는 한남뉴타운 내 1구역 추진위원회는 최근 분리개발에 초점을 맞춘 정비 설계안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뉴타운 사업은 광역단위의 개발이 이뤄지기 때문에 생활시설이나 기반시설이 계획적으로 들어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분 개발은 뉴타운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개발에서 제외된 지역의 슬럼화를 가속시킬 가능성이 있다. 한남1구역 제척지 주민들이 통합개발은 물론 분리개발까지 반대하고 나선 이유다.
재개발 지분 투자시 유의점
서울 한강변 중심의 재개발 구역의 희소성과 서울에서 공급될 수 있는 주택이 재건축·리모델링·재개발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당위성 측면에서 봤을 때 최근 재개발 지분 가격 하락에 따른 투자 장점이 생긴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건축·리모델링 그리고 재개발 사업 등의 도심기능 재생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사업성 악화와 관련이 있다.
이중에서도 재개발 사업 추진 유난히 더딘 이유는 거주민들의 주거수준이나 소득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기반시설이 잘되어 있는 곳에서 추진되는 재건축이나 리모델링과 달리 재개발이 추진되는 곳은 노후 불량주택이 몰려 있는 곳인 경우가 많아 자산가치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반면 재개발 이후의 가치도 높게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종전 사업지에 비해 높은 용적률이나 높은 층고를 보장받고 늘어나는 면적만큼 일반분양을 해서 사업비를 충당하는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일반분양 자체가 최근 주택가격 하락을 반영하지 않아 부풀려진 경우가 많다. 특히 재개발 사업초기 구역은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고 기간이 장기화 되면서 투자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한다.
실제 올해 첫 뉴타운 분양인 DMC가재울뉴타운 4구역은 4300가구 대단지로 관심을 받았지만 일반공급 1547가구에 청약신청자는 537명에 불과했다. 이 단지의 3.3㎡ 당 평균 분양가는 1680만원으로 비슷한 시기에 강남권에서 분양을 한 래미안 위례신도시 평균 분양가 1707만원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고평가 돼있다. 팔리지 않은 아파트가 많아지면 인근 재개발 사업지의 분양가를 낮출 수밖에 없고 투자자의 추가부담은 늘어난다. 이에 따라 재개발 지분 투자에는 조합설립인가 등 사업의 불확실성이 최소화된 곳을 고르는 것이 좋겠다.
투자관점에서 재개발에 관심을 둔다면 재개발 투자의 성격을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재개발은 현재보다는 미래가치를 반영해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 주식으로 치면 선물과 매수나 콜 옵션과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일반 주식보다 큰 레버러지 이익을 챙길 수 있지만 투자방향을 반대로 잡으면 손실도 비례해 커질 수 있다. 재개발 사업의 내재가치는 사업지 인근의 새 아파트 가격이라고 보면 문제가 없다.
아파트를 지을 때 들어가는 공사비는 서울 강남이나 강북이나 큰 차이가 없지만 짓고 난 이후의 가격은 차이가 크다. 새 아파트 가격이 높다는 것은 재개발 이후 받을 수 있는 기대이익이 크다는 말로 위험이 적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최근 마포·성동 등의 지역에서 재개발 추진이 활발하게 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