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꽁꽁 얼었던 IPO(주식공개시장) 시장이 올 4분기 현대로템·신송홀딩스·카카오·대성산업가스 등 ‘대어’ 기업의 입성으로 해빙기를 맞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IPO란 기업이 최초로 외부 투자자에게 주식을 공개 매도하는 것으로 주식시장에 처음 상장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9년 66개에 달하던 신규 상장기업은 2010년 96개로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2011년 73개, 지난해 28개로 급감했다. 이렇게 얼어붙었던 IPO 시장은 지난 4월 18일부터 10월 18일까지 15개 기업이 신규·재상장했고, 앞으로 5개 기업이 상장 예정돼 있어 훈풍이 불고 있다.

대형 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의 일환으로 상장을 계획하는 대기업 계열사가 증가하고 있고,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구조 재편 등의 목적으로 삼성ㆍLG그룹 등 다수의 초대형 기업공개 기업이 대기하고 있다. 또 주요 상장 예정 기업으로는 카카오와 현대로템을 비롯해, 신송홀딩스, 대성산업가스 등이 있다.

IPO는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사업성과 실적을 평가받아 공개기업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관문이다. 영업에 의한 자금 조달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 비해 IPO는 사업 자금을 단시간 내 마련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특히 자본력이 탄탄하지 못한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IPO가 사업 모델 설계 후 주식시장에서 검증을 받은 뒤 자금을 조달받아 본격적으로 사업을 벌인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외면당하던 IPO 시장에 다수의 우량 기업이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하는 등 연말 신규 상장 예정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현대로템이 IPO에 화려하게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현대로템 IPO 관련 기자간담회를 개최, 성장 전략을 공표했다. 당일 수요 예측을 마치고, 22~23일 공모청약을 거쳐 3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희망 공모가는 1만7000~2만3000원이다. 공모 규모만 최소 4600억원에서 최고 6224억원에 이르고 상장 후 시가총액은 1조4500억원~1조95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올해 최대 규모이며 역대 기준으로도 삼성생명, 한화생명, 롯데쇼핑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금액이다.

이어 신송홀딩스는 14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상장절차에 들어갔다. DSR, 현대로템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하게 된다. 11월 5~6일 수요 예측, 11~12일 공모주 청약을 거칠 예정이다. 공모금액은 184억~212억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현재 IPO의 큰 관심이 카카오에 쏠리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우리사주 25만 주를 삼성증권 프라이빗 뱅커(PB) 고객에게 처분했다. 주당 7만9560원씩 총 199억원 규모다. 투자자들은 ‘카카오가 앞으로 2년 내 상장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최소 3000주 이상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상장한 후 회사 가치가 5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에 기초하면 최소 1조원가량의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며 “수수료로 1%만 받는다고 해도 100억원짜리 빅딜(Big Deal)”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 458억원, 영업이익 88억원, 순이익 70억원을 달성했다. 이익은 전년 대비 흑자로 돌아섰다. 불과 1년 6개월 전인 지난해 4월 카카오가 증자할 당시 위메이드는 주당 2만원에 신주를 취득했다. 당시 위메이드는 카카오 기업가치를 5000억원 남짓한 수준으로 파악했다.

대성산업가스도 IPO 절차를 차분히 밟고 있다. 당사는 지난 8월 말 국내 대형 증권사 네 곳으로부터 IPO 추진을 위한 사전 발표를 들은 후 한 달 반이 지나도록 대표 주관사를 선정하지 않아 IPO를 철회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의혹을 받았었다.

대성의 모기업이었던 대성산업(현 대성합동지주)과 프랑스의 에어리퀴드사가 지난 1979년 설립한 합작법인 대성산업가스는 내년 말 국내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목표로 IPO를 차질 없이 추진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설립 당시 대성산업가스에 40%의 자본을 투입한 에어리퀴드는 IPO 성공 시 높은 수준의 수익률과 함께 자본금을 회수할 전망이다.

대성산업가스는 올해 말 실적을 바탕으로 내년 말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주관사 입찰에 참여한 증권사들은 대성산업가스의 시가총액이 최대 7000억~8000억원이 될 것으로 보고, 에어리퀴드가 보유한 40%를 구주매출할 경우 공모 규모가 3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성산업가스의 최대주주는 60% 지분을 보유한 대성산업이다.

이로써 4분기, 주식시장은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우량기업이 비교적 싼 공모가로 주식 물량을 쏟아내는 만큼 투자자들의 선택 폭은 넓어져 투자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