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억3000만원.  웬만한 중소기업 1년 매출에 해당 하는 금액을 편취한 임직원들이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에 근무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수천억원짜리 배를 만드는 기업에서 근무해서인지 이들이 편취한 금액은 엄청나다. 대우조선해양 납품비리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임직원들의 얘기다.

자신의 자녀가 시험을 보기 직전에 순금 행운의 열쇠를 요구한 데 이어 수능시험 후 가족 해외여행경비 일체를 제공 받은 직원을 비롯해 자신의 아내가 김연아 목걸이를 갖고 싶어하니 사오라고 하거나 주택 구입 필요 자금을 받아 주택을 매수한 뒤 다시 납품업체에 비싼 값으로 임대하기도 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이 '모럴헤저드'가 심각한 기업임을 나타내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울산지검 특수부는 납품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대우조선해양 상무이사 1명을 포함한 전·현직원 11명을 납품비리(배임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임원급 4명을 비롯해 부장·차장·대리가 각각 포함됐다. 이외 임원 2명과 부장 1명 등 3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울산지검은 또 이들에게 금품을 전달한 납품업체 관계자 6명을 배임증죄,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함께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10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대우조선 A 상무는 2008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납품업체 4곳으로부터 1억47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겼다. B이사는 비슷한 기간 도장 관련 납품업체 9곳으로부터 1억48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납품업체 대표는 대우조선 임직원 3명에게 87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전달하고 회사 소유의 고철을 임의 매각하는 수법으로 16억원 상당을 횡령 또는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국고보조금 10억5400만원 가운데 2억5000만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히 차장 한명은 12억원 상당을 차명계좌로 수수하고, 어머니 명의의 계좌가 발견되자 모자관계를 부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