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드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개발에 한 발 앞선 삼성과 LG, 국내 기업이 플렉서블 스마트폰의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은 플렉서블 디바이스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스마트폰 3.0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간 ‘스마트 1.0’, 스마트폰의 칩셋과 해상도 등 기술경쟁이 있었던 ‘스마트 2.0시대’를 뛰어넘어 이제는 다양한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스마트폰 3.0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9월부터 플렉서블 패널 생산을 시작한 데 이어 LG디스플레이도 지난  7일부터 스마트폰용 플렉서블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생산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갤럭시 라운드’를 출시했고, LG전자는 오는 11월 완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 공장의 5.5세대 생산라인을 이용해 연내 월 150만대를 생산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경기도 파주 공장의 4.5세대 라인을 가동해 월 35만대 수준의 플렉서블 패널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초로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 라운드는 디스플레이 안쪽이 오목하게 들어가 그립감과 한 손 조작을 더욱 편리하게 할 것으로 알려졌다. 커브드 스마트폰이 디자인적인 측면 외에도 사용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영화관 화면처럼 가운데가 오목하기 때문에 동영상을 시청할 때 몰입감을 더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배터리도 ‘커브드’가 가능해지면서 더욱 플렉서블 스마트폰에 한 발짝 가까워졌다. LG화학은 LG 차세대 스마트폰에 탑재할 커브드 배터리를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커브드 배터리는 곡선 형태 IT기기에 최적화돼 스마트 시계, 스마트 안경 등 곡면 형태의 디자인이 요구되는 다양한 IT기기에 적용이 가능하다.  LG화학 관계자는 “구기거나 접을 수 있는 ‘케이블 배터리’도 개발은 완료된 상태이며, 수년 내 상용화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삼성 SDI도 뒤처질세라 ‘미래형 배터리’에 대한 구상을 조만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과 LG의 앞선 경쟁력에 전환점을 노리던 소니, 필립스 등은 빠른 양산과 상용화를 결정한 삼성과 LG에 비해 아직 한 걸음 뒤처진 상태다. 차세대 IT기기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 3.0시대를 한국 기업이 주도할 확률이 높아지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 성장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HS는 올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를 2190만달러(8일 기준, 235억2060만원)로 관측하고 있으며, 내년(9480만 달러, 1018억1520만원)에는 4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았다. 또 이 기관은 2020년에는 117억달러(12조5658억원)로 7년간 연평균 14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말 그대로 움직임이 자유로운 디스플레이다. 유리로 된 기존 디스플레이와 달리 패널 소재로 폴리이미드(Polyimide) 같은 투명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그렇기에 강도가 유리보다 높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이 디스플레이는 기술 발전 단계에 따라 고정된 곡면 형태인 ‘커브드(Curved)’·두루마리처럼 말 수 있는 ‘롤러블(Rollable)’·손으로 구부릴 수 있는 ‘폴더블(Foldable)’로 나뉜다.

배터리도 세 단계로 나뉜다. 계단형인 ‘스텝드 배터리(Stepped battery)’· 구부러지는 ‘커브드 배터리(Curver battery)’·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한 ‘케이블 배터리(Cable battery)’다. 그러나 디스플레이와 배터리가 각각 개발이 완료된 단계라 하더라도 우리가 상상하는 플렉서블 스마트폰이 제작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IT 관계자들은 “이 두 부분이 접목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칩셋 등 스마트폰에 내장된 부품들 역시 변형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예술 기자 gwgwgw@econov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