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금의 이동 방향을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것은 ‘펀드’다. 자금이 몰리고, 수익률이 올라가는 펀드를 유심히 살펴보면 미래의 투자 트렌드까지 알 수 있다. 올 3분기까지 국내에서는 가치주·배당주를 담았던 펀드나 안정적인 채권형 펀드가 인기였지만 최근 한 달 동안 대형주 펀드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해외형 펀드는 9월까지 중국 본토·인도에 투자하는 펀드가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해 시장에서 꺼리는 분위기였지만,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예·적금의 몇 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자금이 쏠리고 있다. 펀드 투자 트렌트 변화를 분석해본다.

지난 9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9월 정례회의 결과, 제3차 양적완화(QE) 정책 유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월 850억달러(약 92억원)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주택시장 활성화 등 미국의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높은 실업률이나 모기지 금리 상승 추세를 고려했을 때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에서다.

테이퍼링 지연이 결정되자, 이머징 마켓(EM)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인도·터키 등을 필두로 달러 자금 유출→ 경제지표 급락 수순을 밟던 EM 대부분이 ‘몰락을 면했기 때문’이다. 달러 유출 속도가 느려졌고, 대표 지수도 상승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높아졌다. 반면 한국과 중국은 QE의 영향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듯, 동요하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투자 트렌드에 민감한 ‘펀드’는 한 달 새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3분기(9월 12일 기준)까지 국내형 펀드는 국내 가치주나 배당주를 담은 중소형 펀드, 혹은 채권을 담은 펀드가 인기를 끌었었다. 설정액이 크고, 설정 이후 장기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거둬 ‘검증’을 거친 펀드가 ‘안전하다’는 신뢰를 얻어 인기 차트 상위권에 머물렀다.

3분기까지는: 국내 ‘배당주·가치주’ 담기 + 글로벌 ‘중국 본토·인도’ 피하기

주식(혼합)형 펀드인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증권자(주식혼합-파생형)A는 국내 주식 72.65%, 국내 채권 5.35%, 유동성 19.66%(포트폴리오 7월 1일 기준)로 구성됐다. 국내 주식 중 배당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주식(삼성전자, 현대차, LG화학, 대림산업 등)을 주된 투자 대상으로 해 9월 16일 기준, 6개월 동안 6.9%, 1년 동안 12.9%의 고수익을 올렸다. 522억원의 공모자금이 몰렸다.

채권형 펀드도 인기몰이를 했다. 2006년 4월에 설정된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1(채권혼합)C는 꾸준히 좋은 실적을 내 4063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자산총액의 65.36%를 국내 채권에 투자하며, 29.93%의 주식은 대형주와 중소형주를 적절히 섞었다. 또 신영고배당30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은 자산총액의 30%의 범위 내에서 저평가되고, 성장 잠재력이 있는 주식에 투자하고 60% 이하를 국공채 등 우량채에 투자해 1년 기준 7.8%의 수익률을 올렸다.

568억원의 자금이 몰린 동양중소형고배당30증권1(채권혼합)c도 대표적인 배당주 펀드다. 채권에 90%를 투자하고, 중소형주 또는 고배당주에 30%를 배분한다. 포트폴리오에는 코나아이, 이노칩, 서울반도체, 이녹스, 휠라코리아 등 10개 성장잠재력이 있는 주식을 담았다.

글로벌 시장을 향한 펀드는 중국 본토와 인도 그리고 프런티어 마켓에 투자한 펀드가 지난 3월~6월 사이 처참한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회피 대상이 됐다.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현대차이나대표기업레버리지증권1[주식-재간접파생형]A가 9월 16일 기준, 6개월 새 –10.4%의 손실을 봤다. 현대차이나인덱스플러스증권1[주식-파생재간접형]A가 같은 기간 –6.3%의 수익률을, 미래에셋China A Share증권자1(H)(주식)A가 –6.0%의 손실을 냈다.

인도향(向) 펀드의 손실 폭도 크다. 미래에셋인디아인프라섹터증권자1(주식)A는 9월 16일 기준 6개월 동안 –26.2%, 프랭클린템플턴인디아증권자(UH)[주식-재간접형]A는 같은 기간 –16.3%, 피델리티인디아증권자(주식)A는 –13.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금은: 국내 ‘대형주’ 담기 + 글로벌 ‘인도’에 눈 돌리기

하지만 9월 FOMC 이후, 펀드계에서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 먼저, 국내 펀드는 ‘대형주’를 담은 펀드와 헬스케어 등 테마형 펀드 중심 체제로 개편됐다. 상위 5개 국내 주식(혼합)형 펀드의 1개월간 수익률은 4.80~6.46%로 은행 예·적금 연 평균 금리의 2~3배에 달한다.

미래에셋한국헬스케어증권투자신탁1(주식)종류F는 79.28%를 씨젠, 서흥캅셀, 바이로메드, 한미약품, 휴비츠 등 국내 제약 관련 주식에 투자한다. 3개월 동안 14%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린 GS지속가능성장증권투자신탁1(주식)Class C-i은 총 자산의 95.77%를 삼성전자, 현대차, 하나금융지주, NHN 등 국내 우량 기업 주식에 투자한다. 코스모폴라리스증권투자신탁(주식)C-1/2도 97.22%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대형 기업에 투자해 최근 1개월 동안 4.80%, 3개월 동안 9.99% 수익률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외면당하던 인도 투자 펀드도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10월 11일 기준, 해외주식(혼합) 펀드 수익률 상위 1~5위는 모두 인도 펀드가 차지하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8.62~-3.5%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던 이들 펀드는 최근 1개월 동안 11.51~15.82%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중 상위 1·2위는 미래에셋인디아인프라섹터증권자투자신탁1(주식)이 차지했다. 인도 인프라섹터 주식형 모투자신탁에 자산의 95% 이상을 투자한다. 미래에셋인디아솔로몬증권투자신탁1(주식)종류A는 인도 주식을 주된 투자 대상 자산으로 하며, 미래에셋인디아디스커버리증권투자신탁1(주식)종류I는 해외 주식 및 국내외 채권, 어음, 장내파생, 수익증권 및 유동성에 분산 투자해 자본 이득과 배당 수익을 추구한다. KB인디아증권자투자신탁(주식)A 도 인도 주식에 총 자산 대부분을 투자한다.

이런 인도에의 투자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바닥을 친 인도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RBI) 총재는 지난 8일(현지시간), “인도 경기가 바닥을 쳤다.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2013~14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2분기 수출 증가세, 미국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사태의 조기 해결 가능성, 올해 인도 농업생산량 증가 전망, 교착 상태였던 수많은 인도 내 대형 인프라 사업의 재개 등을 경기 낙관의 근거로 제시했다.

인도 경제의 성장률은 2012~13 회계연도에 10년래 최저인 5%에 그친 데 이어 2013~14 회계연도 1분기에는 4.4%로 주저앉았다. 인도의 성장률은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8.3%를 기록한 바 있다.